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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그냥

by 다스다스 2022. 8. 31.

 

 

 

원래 전체한테 경각심을 주려면 단호한 기준과 원칙으로 처리하는 게 맞긴 하죠. 본인의 기준에 들지 못하면 아무리 잘하는 선수여도, 아무리 위상이 높은 선수여도 경기에 뛸 수 없다. 이런 걸 딱 보여주면서 스쿼드가 실력제로 정렬되기 시작하면 재계약 과정에서 나오는 잡음도 줄어들기 마련이구요. 이건 보드진이 더 좋아할 일이기도 합니다. 넌 이만큼 뛰었고 이만큼 활약했으니 이게 적당해라고 들이밀면 선수가 반박할 수가 없으니까요. 표본이 확실한데 어떻게 반박하겠어요. 에이전트한테 애매한 여지를 줘서 흔들리지 않겠다는 거죠. 물론 바르셀로나처럼 정치가 끼면 로셀 시절 알베스처럼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 마냥 안심할 수는 없긴 하겠죠.

 

 

 

 

챠비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반 할 아래에서 담금질을 당했고 그 이후 암흑기를 거쳤고 레이카르트를 거쳤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일들로 인해 생기는 잡음을 선수로서 많이 겪었기에 감독으로서 이런 부분은 꽤 단호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심지어 선수 시절에도 나이 먹으면서 사업에 손을 뻗는다던가. 가족들의 일에 관여한다던가. 아니면 다른 취미 생활이나 유흥에 빠진다던가. 그런 것도 없었고 오로지 축구에만 미쳐있었으니 축구에 집중하라는 기준이 생각보다 높을 수도 있다고 보구요. 피케 못 뛰는 거 보니까 그냥 하루 종일 축구에만 집중해가 기준점이 아닐까 싶을 정도. 펩도 바르셀로나 시절에는 장난 아니었죠.

 

 

 

 

펩은 부임하자마자 레이카르트에게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선수단에 관한 일들은 인수인계를 거부했었다고 하죠. 레이카르트와 선수단을 대하는 성향 자체가 달랐기 때문에 새롭게 대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었던 거고 그 시작이 프레젠테이션에서 나태해진 (또는 감독을 개무시하는) 세 명은 플랜에 없다고 던진 거였음. 딩요, 에투, 데코는 내 계획에 없다는 거였죠. 그리고 노력하지 않고 겸손하지 못한 선수는 절대 뛸 수 없다고 했음. (즐라탄이 다들 학생 같았다고 했던 게 이런 분위기였을 거임) 에투는 결국 펩하고 1년 같이 했지만 피치치 욕심에 펩이 쓸 생각도 없는 경기들에 내보내 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완전히 틀어졌었음. 레이카르트 때도 그랬었는데 굳이 잡음 만들기 싫어하고 다 본인 잘못이라 하던 감독이었기 때문에 팬들이나 언론들은 불만이었어도 레이카르트는 그냥 넘어갔었죠. 뭐 물론 이런 것들이 아니더라도 에투는 어떤 이유로든 펩하고 결국 헤어질 선수긴 했지만요.

 

 

 

 

반 할 같은 경우에도 히바우두, 루쵸 등이랑 기용 방식으로 인한 트러블이 많았는데 처음에는 왜 배제한 지를 설명해주려고 하고 벤치에 앉혀두고는 했지만 계속 대들면 그냥 관중석으로 쫒아냈었죠. (언론들이랑도 데 부어를 비롯한 더치맨들로 많이 싸웠다고 알려져 있음. 무링요가 이때 많이 배워서 초창기 무링요가 반 할이랑 화법이 좀 비슷했죠. 니가 뭘 알아? 내가 감독인데? 이런 류.) 이게 2기 때 부임 조건으로 히바우두 버리라고 한 이유였고. 00-01 시즌 때 히바우두의 전술적 불만 (계속 중앙에서 뛰고 싶다했음) 을 잠재우기 위해서 세라 페레르란 중위권 감독을 선임한 이유 중 하나기도 했죠. 메시가 막 전술적인 불만이 있다 이런 루머들이 있었던 것도 히바우두가 실제로 그런 전적이 있어서 언론들이 의심한 것도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분위기 안 좋을 땐 이런저런 말들 막 하니깐...

 

 

 

 

펩이 바르셀로나에서 흘렙, 즐라탄, 뚜레랑 겪었던 일들도 반 할과 유사한 면들이 많았던 것 같음. 본인의 원칙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끝. 설명해야 할 필요성도 못 느끼는 그런 거죠. 루쵸도 비슷한데 루쵸는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 피케한테 했던 것도 있고. 로마 시절에 토티한테 했던 것도 있고 깡다구가 장난이 아닌 사람이죠. 선수 시절에도 지단하고도 맞짱 뜨고 베르나베우에서 골 넣으면 관중들도 도발하고 그랬음. 베르나베우에서 뛰는 걸 좋아하고 즐겼던 어마 무시한 멘탈리티의 소유자였음.

 

 

 

 

타타는 아주 특이하게 분위기를 깰 수 있는 새로운 영입을 반대하는 감독이었구요. 뉴웰스에서도 다 죽어가는 노장들이나 어린 선수들을 향상시키는 그런 능력들이 주목을 받았던 감독이었는데 바르셀로나에서도 좀처럼 부상을 못 벗어나던 푸욜이나 티토의 부재로 인한 훈련 부족으로 리듬이 깨진 선수들을 되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당시 다비드 루이스 (또는 아게르) 영입을 거부했었죠. 그래서 처음에 유독 맨마킹 관련된 질문들이나 인터뷰, 칼럼. 그리고 트레이닝론에 대한 얘기들이 참 많았던 감독이었음. 7~8월에 선수들 인터뷰하면 하나 같이 다 세트피스도 맨마킹이라면서요? 맨마킹 훈련은 어때요? 체력 훈련은 어때요? 이런 질문들만 했었죠. 결국 실패한 감독이긴 하지만 성공했어도 다음 감독을 누굴 뽑았냐에 따라 후유증의 세기도 달랐을 거라고 봅니다.

 

 

 

 

저번 시즌부터 봐온 챠비는 확실히 본인이 거쳐간 감독들 중 원칙이 확실한 감독들의 성향을 많이 닮아있음.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은 감독들에게 배운 것들도 있겠죠. 영입을 계속 외치는 게 한편으로는 이만큼이나 해줬는데 왜 자꾸 더 해달라는 거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르게 보면 그만큼 스쿼드가 익숙해졌고 유지를 길게 했기 때문에 어느 자리든 다 바꿀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거기도 합니다. 양면이 있는 거죠.

 

 

 

 

전 좋은 기회이자 시기라고 봅니다. 어차피 무리하기로 마음 먹었고 이번에 정리랑 정렬을 잘 해낸다면 이적 시장도 장점을 더 강화시켜줄 선수들만 찾으면 되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 선수가 과연 바르셀로나가 필요로 할 때 매번 적절한 시기에 시장에 나올 수 있냐는 의문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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