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즈가 단기 임대, 단기 임팩트의 전설적인 인물로 자리 잡은 건 단순히 잘하고 나가서가 아니라 팀의 방향성을 잡아준 선수라서 그런 게 제일 큽니다. 당시 03-04 시즌 바르셀로나는 전반기에 12위까지 추락할 정도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것치고 성과가 전혀 안 나오고 있는 팀이었는데 (레이카르트가 네덜란드에서 중위권 팀 강등시키고 온 터라 바르셀로나도 강등시키려고 왔구나 하면서 욕 뒤지게 먹었음. 말라가한테 5대1로 그냥 박살 나고 (이게 발베르데 첫 시즌 레반테 전 이전 최다 실점 경기임) 엘클 졌을 때 장난 아니었음... 전반기 내내 이름값있는 감독들 안 데려오고 뭐했냐고 욕 엄청 먹었죠. 이때 크루이프 혼자 무한 쉴드쳤었음.ㅎㅎ) 다른 문제도 많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호나우딩요의 동선이었음. (이 다음 문제가 클루이베르트-사비올라 기용 방식이었죠. 머리로는 클루이베르트 쓰는 게 이해가 됐지만 사비올라 써야 하는데 레이카르트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고집 피웠음)
호나우딩요가 당시에 클루이베르트나 사비올라랑 같이 중앙에서 뛰었는데 콰레스마 (하는 거 보면 그냥 그 돌리는 기계로 무한 따구 날리고 싶었음), 오베르마스를 비롯한 측면 선수들이 부진한 것도 문제지만 측면 선수들이 동선 정리가 아예 안 돼서 딩요의 파괴력이 안 나왔죠. 딩요가 신체 능력이 사기적인 선수여서 do it all 이 되는 포워드처럼 보인 거지 실제로는 그런 선수가 아니었음. 그래서 계속 선수를 바꿔보기도 하고 더블 피보테도 써보고 미드필드들 다 수비만 시켜서 딩요가 아예 수비 가담을 안 하는 변형 전술도 써보고 (모타-코쿠-챠비-가브리라는 미친 4미드 전술도 썼었고 3-5-2 인데 5중미 전술도 썼었음) 별에별 짓을 다 했었음. 풀백도 라이지허가 나오면 공격은 되는데 수비는 안 되고 올레게르가 나오면 반대로 되고 반대편도 반 브롱크호스트가 나오면 뭔가 밋밋하고 그랬죠. 근데 여긴 얘 말고는 다 땜빵밖에 없었음. 나바로는 레이카르트가 플랜에서 거의 배제한 선수였구요. 마르케즈가 실망스러운 퍼포먼스였다보니 포백도 다비즈 오기 전까진 그냥 계속 돌림판 돌렸음.
이 총체적인 문제들을 한 방에 해결해준 선수가 다비즈임. 딩요는 후반기부터 좌측면에서 볼을 받아서 대각선 방향으로 박스를 공략하는 움직임만 가져가면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움직임을 통해 활력을 넣어주기 시작했고 풀백이 메우러 올라오면 다비즈랑 챠비가 나머지 비는 공간을 다 메웠죠. 그리고 다비즈가 상대적으로 더 넓은 범위를 먹어주기 시작하니까 챠비랑 코쿠 (코쿠가 센터백 보러 가면 모타가 나왔음) 가 수비만 하는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루이스 엔리케 활용법도 달라지기 시작했고 루이스 가르시아랑 오베르마스를 오른쪽에서 돌려썼죠. (이니에스타는 이때 U20 대회를 중간에 다 뛰고 와서 리듬이 엉망이었던 걸로 기억함.) 그리고 무엇보다 볼이 굴러가기 시작하니까 레이카르트가 드디어 클루이베르트를 포기하고 사비올라를 쓰고 전반기 대비 롱볼 비율을 줄이기 시작했죠.
여기에 기용 방식이 고정이 되기 시작하니까 포백도 그에 맞게 굳혀지면서 (반 브롱크호스트-푸욜-올레게르-라이지허였던 걸로 기억함) 로테이션 돌거나 빠질 때만 푸욜, 가브리 (얘가 지금으로 치면 세르지 같은 애였음. 미드필드라고 하는데 그냥 비는 곳은 다 가서 뛰었던 포리바렌테), 올레게르가 여기저기 땜빵 메우고 모타가 피보테 보면 코쿠가 센터백 가고 이런 식으로 팀이 잘 굴러갔죠. 이 모든 게 한 자리 바꾸고 선수 하나 바꾼 효과였다는 거임. 물론 세부적으로 가면 다비즈 오고 나서 선수들의 동선들도 많이 바뀌긴 했지만 다비즈 오고나서 리가에서 3무 2패 (코파 포함하면 4무 3패) 하고 나머진 싹 다 이겼는데 (경기도 한 경긴가 두 경긴가 그거 빼고 다 뛰었음.) 다비즈 오기 전까지 별에별 짓을 다 하면서 7승 6무 6패한 팀이었음.
마드리드가 막바지에 5연패하고 리가 마지막 10경기 3승 7패하고 그래서 그렇지. (케이로즈임 이때 감독) 발렌시아 (얘네는 베니테즈) 도 마지막에 연패를 했었는데 비야한테 두둘겨맞은 마지막 라운드 (사라고사한테 이 시즌에 코파 델 레이도 떨어짐...) 랑 셀타 비고 전을 이겼으면 자력으로 리가 우승하는 시즌이었죠. 이 시즌 이후 레이카르트의 팀은 방향성이 잡히고 그에 맞는 선수들이 올라오면서 (물론 다 레이카르트가 원하는 선수들은 아니었지만) 다음 시즌에 무난하게 리가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거죠.
잘한 것도 잘한 거지만 이 선수 한 명으로 인해 전술적 중심이던 딩요의 동선도 정리됐고 딩요의 활약상이 보장되기 시작했고 다른 선수들도 자기 역할을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게 매우 컸음. 다음 여름에 데코를 반대하던 언론들과 팬들의 모습은 다비즈의 이런 활약상 때문에 이런 유형의 선수가 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생긴 것 역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했었죠.
뛸 사람이 없어서 뛰는 게 레전드 매치라지만 겨우 반 시즌 뛴 선수를 거기다가 넣어주는 것도 다비즈의 임팩트가 어느 정도였냐를 보여주는 부분 중 하나구요. 이 정도로 짧은 시간에 팀의 방향을 확 바꿔주고 가는 선수는 앞으로 볼 일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