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요 전 이후 챠비의 축구는 레이카르트의 바르셀로나와 가장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음. 레이카르트의 축구는 03-04 후반기에 어느 정도 방향성이 잡힌 이후 늘 비슷했는데 큰 틀에선 양 측면 포워드들 (딩요, 지울리, 메시, 이니에스타 등) 과 데코의 개인 기량에 의지하는 축구의 비중이 굉장히 높았죠. 그래서 에드미우손이나 마르케즈 등을 활용한 롱볼 비중이 굉장히 높았던 팀이었습니다. 여기에 레이카르트는 기세가 좋은 선수들에게 경기 전 선발 라인업이 나오면 '오늘 너 얘랑 원온원인데 어때? 가능하겠어?' 하면서 승부욕을 불태우기도 했었죠. 딩요가 이런 동기 부여가 박살 나고 술에 취하고 여자에 빠지고 노는 것에 미치면서 (데코는 딩요보다 조금 늦은 시기에 이렇게 되기 시작함. 맥주병 깔짝 거리면서 드럼 두드리던 놈이 누구였는지 까먹었는데 그 사진 유출됐을 때 진짜 욕이 절로 나왔음.) 메시 원맨팀이 돼버린 것도 레이카르트의 이런 큰 틀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함.
이 좋던 흐름이 대응책이 나오면서 서서히 안 풀리기 시작했는데 (물론 멘탈리티가 좋은 선수들을 제외하고 몇몇 주요 선수들의 리듬은 계속 떨어져 가고 있었고 05-06 시즌부터 이적 시장 계속 조지고 있었음.) 두 번의 큰 타격이 있었습니다. 퍼거슨의 맨유는 막타를 친 거고 레이카르트는 어차피 그 시즌을 끝으로 떠났기 때문에 굳이 언급할 필요 없구요. 그 두 팀이 어디냐면 그게 무링요의 첼시랑 베니테즈의 리버풀임.
그 당시 바르셀로나 축구랑 시대적 차이나 수준 차이를 감안하고도 아주 똑같은 모습이 두 가지가 있는데 상대를 측면으로 모는 압박이나 그로 인해 상대의 롱볼을 유도하거나 패싱 루트를 고정시키는 등 이런 재빠른 압박과 루즈볼, 세컨볼 탈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보다 개개인의 압박이나 능력으로 극복하는 모양새가 너무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과 미드필드들의 패싱 루트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죠.
무링요는 이런 당시 레이카르트의 바르셀로나의 약점들을 간파하고 피보테가 볼을 잡았을 때 순간적으로 다 달려들어서 볼을 탈환하거나 측면에서 측면 포워드들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압박에 관여하면서 측면에서의 속도와 체력 싸움을 유도하면서 박살 냈죠. 05-06 시즌은 메시의 활약 덕분에 이긴 거지. 그게 아니었으면 04-05 랑 똑같은 결과물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04-05 때 당한 이후 레이카르트가 무링요를 만날 때 더블 피보테를 쓰다가 신경을 긁는 무링요 때문에 열받은 지역 언론들이랑 일부 팬들이 엄청난 비판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베니테즈는 측면 공간을 타면서 공략을 했다는 단순한 점이 많이 부각되긴 했는데 데코-챠비의 패싱 루트를 그냥 아주 철저하게 틀어막아서 경기를 고구마 먹은 것 마냥 답답하게 만들어서 이겨낸 게 상당히 컸음.
차이점이라면 퍼거슨에게 그냥 답도 없는 수준으로 공략당했던 에투 (퍼스트 터치의 기복과 수비 밀도로 인한 좁은 공간, 넓은 공간의 차이가 매우 심했음. 펩이 에투의 이런 면 때문에 팔려고 했었던 거) 와 레반도프스키의 간극은 상당히 크다는 거고 반대로 당시 포워드들의 수준과 하피냐, 뎀벨레, 파티, 페란의 수준 차이도 감안해야겠죠. 당시의 축구와 현재의 축구가 일반적으로 매우 다르다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일테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걱정하는 건 중앙에서의 볼 소유나 전개가 전진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형이 올라오는 형태가 아니라 갑자기 센터백과 미드필드들 사이 간격이 좁아지면서 롱볼로 빠져나가는 형태가 많기 때문에 압박을 수준 높게 구사할 수 있거나 체력 싸움에서 자신 있는 팀의 감독이라면 현재 센터백-미드필드의 간격이 좁아졌을 때 갑자기 가둬버리면서 압박을 할 수 있다면 굉장히 위험한 경기가 될 수밖에 없음. 아니면 맞다이로 측면에서 해보자 하면서 똑같이 하면서 현재 측면 포워드들의 동선을 길게 만들어버리는 것 역시 하나의 대응책이 될 수 있겠죠.
뎀벨레의 부상이 줄어든 것 역시 동선을 짧게 한 게 클 수밖에 없음. 리가에서 중하위권 팀들이 그런 걸 강제할 순 없으니까 티가 안 나지만 챔스권 팀들은 말이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구요. 현재 교체로 인한 전술전략 대응이 선수가 들어가면서 대형이 바뀌거나 방식이 살짝 바뀌는 식인데 이것 역시 레이카르트도 라르손과 이니에스타를 매우 적극적으로 썼었는데 (라르손을 구드욘센으로 메우려 했는데 그게 개망한 것도 엄청 컸음. 튀랑, 잠브로타 이런 한가닥하다가 내려온 선수들이 너무 못한 것도 컸고) 챠비가 생각하는 그 주요한 자원들이 누군지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한번 호되게 혼나고 바뀌거나
뭔가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면서 순항하는 듯하다가 후반기에 맞거나
의외로 잘 가는데 다음 시즌에 변화를 안 주다가 다음 시즌에 크게 자빠지거나
셋 중 하나이지 않을까... 역시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포워드는 전술적 중심이 건재하다면 걔 하나 두고 매년 계속 바꿔서 경쟁 구도를 계속 유지해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