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헬 건은 딱 봐도 투헬은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면서 일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거고 보드진은 자신들이 어떠한 결정을 하거나 감독이 어떠한 결정을 할 때 늘 충분한 설명과 합리적인 면을 파악하고자 했던 거 같음. 예를 들어 왼발 센터백 문제가 불거져있을 때 왜 왼발 센터백을 사야 하는 거지? 그 돈을 쓰면서까지 우리가 투자해야 할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냐? 라고 했을 때 투헬 입장에선 그게 당연한 건데 내가 왜 설명해야 하냐 이거죠. 믿거나 말거나지만 호날두 영입에서 부딪혔다는 얘기도 있던데 그것도 투헬이 설명을 해줬더라면 납득을 했을 텐데 본인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겠죠. 그냥 NO 니까.
체흐의 빈자리가 컸다는 것도 투헬은 체흐에게만 설명하고 체흐가 그게 납득이 가든 안 가든 보드진과 감독 사이 (어쩌면 감독과 선수들 사이까지) 를 소통하는 역할을 해주면서 조율을 했던 것 같은데 투헬 입장에선 자신이 하기 싫은 것들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였겠죠. 미국의 일반적인 방식이라면 보드진이 축구 내적인 부분에도 관여하고 싶었을 거고 라커룸에도 들어오고 싶어 한다는 게 가장 합리적인 추측일 테고. 워커홀릭 성향이 강하고 이론적으로 치우쳐져 있으며 통제에 있어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원하는 감독이라면 안 맞을 수밖에 없죠. 투헬의 감독관에 영향을 끼친 감독 중 한 명인 펩도 바르셀로나에서 라포르타랑 로셀한테 라커룸 들어오지 말라고 했음. 여긴 니들 영역이 아니니까. (미헬스, 크루이프, 사키, 카펠로 등등 다 비슷함. 감독들이 뮌헨을 좋아하는 것도 거긴 보드진들도 다 축구를 잘 아니까 본인 의견을 존중해준다는 게 크죠. 펩도 그거 보고 갔다고 했었고.)
이렇게 외부적인 요인들이 스트레스로 쌓이니까 그게 훈련 과정에서도 드러난 것 같음. 선수들한테 화낼 것도 아닌 거 같은데 화내고 그랬다는 얘기도 이런 부분들을 생각해보면 납득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달까. 뭐 첼시 축구를 계속 보면서 흐름을 파악한 건 아니지만 볼 때마다 늘 비슷한 축구를 하고 있고 답답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질 때는 상관없지만 파악이 당하고 이길 경기도 비기고, 비길 경기도 지기 시작하면 분위기는 순식간에 꺾이기 마련이니까요. 이건 오히려 훈련에서 조짐이 더 명확하게 보였겠죠. 선수들이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흐름이었다고 봅니다. 같은 전술을 쓰더라도 훈련 과정은 늘 달라야 하는데 훈련 과정도 비슷해지기 시작하면서 몇몇 선수들은 난 끝났다고 느꼈을 수도 있고 환경을 바꿀 필요성을 느꼈을 수도 있겠죠.
본인의 틀이 확고하고 그런 방식에서 변화를 줘야 할 필요성을 아예 못 느끼는 감독과 자신들이 최대한 관여를 하기 원하는 보드진의 성향이 안 맞으니까 팬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경기가 나오자마자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고 보는 게 옳은 것 같음.
누가 옳았는지는 성적이 말해주겠죠. 다음 감독 잘 뽑아서 빠르게 추스르고 잘 나가면 투헬이 잘못한 거고. 그렇지 않다면 축구도 모르는 보드진이 팀 말아먹는 게 되는 거죠. 개인적으로 느낀 건 영어 잘하고 전술적으로 조금 더 과감한 발베르데가 얘네 입맛에 딱 맞는 감독일 것 같음. 최상단에서 루머가 나오고 있는 포터가 그런 감독인지는 모릅니다. EPL 의 팀들을 제가 다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순전히 제가 느낀 생각일 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