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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챠비가

by 다스다스 2022. 10. 27.

 

 

 

순서를 완전히 거꾸로 알고 있는 거 같음. 선수들에게 정확하게 지시를 했는데 그게 필드 위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거나 거꾸로 나타나는 걸 수도 있겠지만 경기를 봤을 때는 그냥 챠비가 판단을 거꾸로 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

 

 

 

 

엘 클라시코도 그렇고. 지난 뮌헨 전, 인테르와의 두 경기들 그리고 종종 리가에서 답답한 흐름을 보이는 경기들의 문제점은 이전에 설명한 것들 말고 또 다른 부분을 살펴보면 지공 상황에서 기술적으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터치 미스도 많고 패스 미스도 많다 보니까 상대가 반응하기도 전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가까운 형태의 공격을 빠르게 하려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는 건데 이걸 바로 잡으려면 첫째로 해야 하는 게 하프 라인 전후 지점에서 볼 소유를 밀리면 안 된다는 거임.

 

 

 

 

그걸 아니까 센터백 구성을 할 때도 왼왼오오를 신경 쓰고 (안 된다고 판단되면 사선 방향을 고려한 배치를 신경쓰죠.) 부스케츠를 쓰고 있다고 봐야겠죠. 그렇지 않다면 그는 지금 냉정하게 선발로 나올 이유가 없음. 왜냐. 현저하게 떨어진 포지셔닝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게 오늘 경기에서도 보였으니까. 알론소도 마찬가지인 게 의외로 오른발로 원터치 패스를 가끔 하기도 하고 그런 모습들이 이런 부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을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부스케츠는 진짜 너무 많이 말했는데 일반적인 피보테들과 비교했을 때 그의 효용성이 뚜렷하게 나타나려면 그만큼 자리를 먼저 잡고 이미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플레이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야 하는데 어떤 식으로든 그게 되지 않으면 늘 약점이 될 수밖에 없음. 저게 가능한 조건은 언제나 똑같음. 미드필드 라인에서 볼 소유는 우리가 앞서야 한다는 거. 저번 시즌 대비로 봐도 현재 자리를 잡는 감각이 너무 떨어져 있는 거 보면 전술이 측면 포워드들 중심으로 바뀌면서 간격이 넓어지거나 중앙이 텅 비는 것도 영향이 있을 거라고 보구요. 쉴드 치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런 맥락 없이 선발로 나오지는 않았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음.

 

 

 

 

부스케츠가 그냥 앞으로 튀어나가는 장면도 많았지만 특히 측면으로 먼저 뛰어가서 막는 모습이 많이 나왔다는 건 챠비의 지시가 정반대로 들어가고 있다거나 부스케츠가 알아서 그렇게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만큼 볼이 돌지 않았다는 뜻이고 이건 쉽게 말하면 그만큼 상대의 볼을 빠르게 탈환하지 못하면 상대가 부정확하게 롱볼로 공격을 하는 게 아니라 매우 높은 정확도로 수적 우위를 점한 상태로 사이드 라인을 타거나 종으로 공략을 할 수 있기 때문. 실제로 그렇게 먹혔죠. 첫 골 보시면 애초에 패스하는 선수를 아무도 막을 생각도 안 하고 그냥 박스로 뛰어가서 막으려고 다 뛰어가고 있었음. 왜일까? 뛰는 선수들 전원이 볼이 띄워져서 넘어가면 먹힐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상대 선수들을 끌어낼 수 없다면 반대로 상대 선수들에게 재빠르게 붙어서 (아니면 빠르게 측면으로 몰아서) 압박을 하면서 대형을 유지하면서 전체 대형이 올라갈 수도 있는 건데 계속 온 더 볼이 되는 선수가 적다는 이유로 뎀벨레를 쓰니까 측면 압박은 간헐적으로 이뤄지거나 (레반도프스키는 뛰는데 측면 선수들은 가만히 있거나 같이 안 따라가거나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부스케츠 같이 한번 벗겨지면 끝나는 선수까지 뛰어가서 흐름을 막아야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거죠. 깨달아야 한다고 하는 건 선수들의 기량을 냉정하게 보고 바꿀 건 바꾸면서 더 세세하게 지시를 해야 한다는 거임. 뎀벨레 마저도 오늘 이상할 정도로 뛰어와서 막는 장면이 많았음. 애초에 그렇게 수비를 안 하면 되는데? 왜 더 힘들고 지치는 축구를 할까?

 

 

 

 

리가에서 선수들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던 것도 같은 맥락임. 대부분의 경기에서 상대 팀들의 템포가 역습이 정상적으로 나가는 과정에서나 빠르지. 리가 자체가 평균적으로 봤을 때 템포가 그렇게 빠르지 않습니다. 예전엔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때로는 뒷공간이 너무 열려있어서 (사키 역시 이 부분을 비판했었음. 그래서 08-09 랑 09-10 리가는 과정 자체만 보면 수월한 경기들이 많았죠.) 도움이 안 됐는데 지금은 전환 과정이 상대적으로 더 많고 의도적으로 더 많이 발생시키는 유럽 대회에서 이게 바르셀로나한텐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거죠.

 

 

 

 

바르셀로나는 기본적으로 매우 느린 축구를 할 수밖에 없음. 상대 선수들을 끌어내면서 순간적으로 속도를 내는 게 그들의 축구고 이 부분을 활용하려면 볼이 도는 속도가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는 거죠. 헌데 챠비는 계속 측면에서 공간을 여는 걸 우선시하고 있다는 건데 순서가 거꾸로 됐거나 상대가 어떤 대응 방식을 들고 올 지를 웬만해선 고려를 하지 않는다는 거임. 왜 그렇게 느끼냐. 이미 볼을 소유하고 상대가 벽을 세우는 과정을 전제하고 플랜을 짜오니까. 특히 깜노우 경기일 경우 이런 부분들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것 역시 전력이 객관적으로 판단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오늘 경기는 냉정하게 말하면 뎀벨레가 선발로 나왔으면 안 되는 경기였음. 가장 위협적이고 번뜩인 선수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선수가 볼을 많이 만지면 어떤 경기가 되는 계산이 섰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맞는 변화가 아무리 늦어도 이번 경기 안에는 나왔어야 한다는 거죠.

 

 

 

 

측면 선수들이 개인 기량으로 공간을 열 수 없어도 그만큼 상대의 기회를 루즈볼, 세컨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미드필드들의 좋은 패스 타이밍이나 레반도프스키의 기량으로 일정 부분은 분명히 극복할 수 있음. 2대1 패스를 활용할 수도 있고 감독이 얼마나 세세하게 짚어주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요소들이죠. 이미 저번 시즌에 본인이 선수들 데리고 잠깐이나마 보여줬죠. 물론 안 풀리는 경기에서 벽을 못 부수니까 답답한 경기들은 나올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선수 한 명의 활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복은 확실하게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발베르데가 바보여서 뎀벨레를 상대 선수들이 체력 빠지는 순간에 교체로 넣어서 라인을 유동적으로 가져가는 전술 변화를 준 게 아님. 양 발 잡이고 거기서 나오는 파괴력이 분명히 무시할 수는 없는 거다라는 걸 누가 모르나요. 다 알아도 선수가 가진 기술적 한계는 명확한 거임.

 

 

 

 

또 하나는 오늘 경기까지 보면서 한 가지 확신이 든 건 경기 내적인 문제로 인한 심리적 요인과 훈련이나 일정으로 인한 체력적 요인이 겹쳐져 있는 것 같음. 이상하게 슬라이딩 태클을 많이 하던데 이런 장면이 많이 나오는 거 자체부터가 문제라는 것. 볼을 잡고 찬다라는 관점에서 슬라이딩 태클은 최소화되어야 하는데 이런 것조차도 안 되는 거 보면 그만큼 상대에게 찬스를 내줄 때 선수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문제점 역시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하구요.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얼마나 본인들의 축구를 하면서 과정상 만족스러운 경기들을 하냐가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생각함. 지금은 그게 안 되니까 실점 자체에서 오는 심리적 요인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전 인테르와의 1무 1패 이후 몇 경기에서 보이는 과정과 행보가 챠비라는 감독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고 보는데 아직도 제대로 인지 못하는 거 보면 코칭스태프들도 챠비랑 비슷한 관점을 갖고 있거나 전력 분석을 어느 한쪽으로 굉장히 치우친 상태로 하고 있다고 느껴지구요. 저번 시즌에도 계속 관망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이번 시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막말로 루크 데 용을 레반도프스키로 바꿔줬는데도 저번 시즌보다 디테일한 부분이 극단적으로 떨어진 모습을 보인다는 건 챠비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생각하고 선수 시절부터 욕먹는 건 일가견이 있었던 데 부어라도 데려와서 일단 전환하는 게 낫지 않나 싶을 정도네요. (데 부어가 좋은 선택이 될 거라고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그만큼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느낍니다. 라포르타도 팬들의 반응이 어떠냐에 따라서 슬슬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레이카르트 때도 팬들이 슬슬 열받기 시작하는 게 체감이 될 때쯤부터 차기 감독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었음. (대략 판타스틱 4 가 구라였고 판타스틱 1 이었다는 게 밝혀졌던 11월 즈음. 시기도 비슷하네요. 물론 레이카르트는 당시 단장이었던 치키가 경질을 반대했고 크루이프도 계속 레이카르트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었던 터라 끝까지 하긴 했습니다. 무링요가 책 두께를 넘는 종이 들고 바르셀로나로 왔던 건 시즌 다 끝나가던 4월이었나 5월이었나 그랬음)

 

 

 

 

개인적으로 전후 과정을 생각했을 때 오늘 경기가 그 어떤 경기들보다 최악의 경기였다고 봅니다. 세티엔 이후로 처음으로 보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시간 아까운 경기였음. 탈락이 문제가 아니라 아무 것도 나아진 게 없고 얻을 것도 없는 경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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