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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이런 축구를

by 다스다스 2022. 11. 29.

 

 

 

하면 안 됩니다. 몇 년 전에도 주장했지만 한국이 해야 하는 축구 자체가 이런 축구가 아님. 점유율 축구는 양 발을 잘 쓰고 패스를 잘하면 쉽게 이뤄질 것 같지만 그만큼 경합을 잘해야 합니다. 발로 패스를 하니까 스탠딩 태클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아서 신체적인 조건이 안 중요해 보이지만 사실 그게 중요한 거임. 그래서 양 발을 잘 쓰는 장신 포워드, 양 발을 잘 쓰는 장신 피보테, 센터백 등이 전설의 포켓몬처럼 취급받는 거죠.

 

 

 

 

패스 시도 수가 많고 경합이 많을수록 리턴이 쌓이고 쌓여서 돌아오는 게 이런 축구인데 선수들이 간격을 유지하고 대형을 만들면서 패스패스패스패스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 하프 라인 전후 지점에서 롱패스 일변도나 종적인 공격이 나오니까 단조로운 축구가 나오는 거죠. 당연한 얘기지만 월드컵 수준으로 갔을 때 우리나라 선수들 전부가 지공 상황에서 경합에서 자연스럽게 우위를 가져갈 수 없음. 지공은 그냥 느리게 공격하고 볼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볼을 소유함으로 무언가를 유도하는 겁니다. 그게 한 명에게 여러 명이 붙는 거든. 특정 공간으로 모이게 만드는 거든. 과정과 방식의 차이죠. 계속 말씀드려왔지만 지공의 의미부터 대다수의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거임.

 

 

 

 

우루과이 전도 그렇고 가나 전도 그렇고 특히 전반전에 유사하게 드러난 공통점이 뭐냐면 측면 위주로 빠지면서 롱패스나 직선적으로 나가는 패스가 상당히 많은데 그만큼 간격이 넓은 축구를 하니까 순간적으로 상대 선수들이 수적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공략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가나가 자연스럽게 4대3, 5대3 으로 우위를 점하면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역주행을 하거나 백패스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장면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점유율 축구를 하는데 왜 이런 축구를 할까. 분명히 똑같이 점유를 해나가는 과정이 보였는데 우루과이 전은 상대적으로 왜 시원해 보였을까. 후방엔 고딘이 있고 전방에는 수아레즈가 있어서 하자가 있는 축구를 하는 팀인데 당연히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리고 종으로 많이 뛰는 축구만큼 힘든 게 없음. 먼저 먹히면 그만큼 조급해지기 때문에 몇몇 선수들은 더 과감하고 리스크 있는 선택을 하기 마련이니까요. 더해서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어느 쪽이 먼저 지칠 지도 확신할 수 없구요. 좋게 포장해서 오픈 게임이라 하는 거지. 이건 그냥 이도 저도 아닌 축구임. 히딩크가 증명하고 남겨놓고 간 건 한국은 기술이 후달리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보다 체력 훈련이 잘 이뤄지고 그에 상응하는 전술 훈련이 이뤄졌을 때 높은 수준의 조직력을 보여줄 수 있는 나라라는 겁니다. 사람들이 이강인을 쓰라고 하는 것도 답답한 측면 일변도의 전개에서 무지성 크로스 루트로 공격이 이뤄질 때 자리를 가리지 않고 원투터치 패스나 크로스를 잘할 수 있는 선수가 더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거죠. 그냥 축구를 잘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라는 거임. 벤투는 이강인이라는 존재가 전술적 변형으로서 매우 가치가 크다고 보는 것 같지만요.

 

 

 

 

쉽게 얘기하면 벤투의 축구는 격투기에서 하나의 기술만을 고집하는 축구인 거임. 예를 들면 머리만 노리는 거죠. 당연히 틀린 방법론은 아니죠. 머리 치면 끝나니까요. 그러다가 상대가 익숙해졌다고 느껴질 때가 돼서야 다른 데를 쳐서 한 방을 노리는 거임. 이게 전술적 변형의 전부인 거구요. 이게 너무 빠를 수도 있고 늦을 수도 있고. 매우 적절하게 먹혀서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지만 결국 교체 지시하는 건 감독의 판단이니까 감독의 능력이 매우 중요한데 이 감독은 그 정도의 감독이 아님. 무엇보다 무조건 우리가 생각한 계획대로 경기가 흘러갈 거라는 보장이 없는데 이 부분을 아예 빼놓고 있음.

 

 

 

 

다음 감독은 외국인 감독이 온다면 다른 나라들의 꼬맹이들보다 우리나라 꼬맹이들이 유독 주목받는 부분들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아는 감독이 왔으면 좋겠음. 우리나라 꼬맹이들이 해외에 나갔을 때 유독 칭찬받는 부분들이 체력과 영리함, 양 발 사용 능력 (물론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있습니다. 일부분만 포함되는 선수들도 있을 테구요. 일반화하려는 게 아님) 인데 벤투는 선수들의 재능을 반도 못 끌어냈다고 봅니다. 선수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이해시키고 그게 필드 위에서 보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면 첫 번째로 비판받아야 할 사람은 감독임.

 

 

 

 

월드컵도 뭐 엄청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는 한 따로 더 글을 쓸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불편하신 분들은 그냥 과감하게 뒤로 가기 추천 드림. 굳이 카카오랑 연동하시는 수고까지 하시면서 댓글 다실 필요 없습니다. 정기적으로 글을 쓸 일은 이제 진짜 없으니까 그렇게 불편해하실 필요도 없음. 궁금하신 건 어떤 글이든 댓글 남겨주시면 시간날 때마다 달아드리겠습니다. 언제 달아드릴 지는 약속 못 드립니다.

 

 

 

 

아직도 중간중간 방문자 수가 확 튀는 거 보면 그래도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은데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습니다. 감기나 짱개 폐렴 조심하시고 좋은 일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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