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첼시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 정도가 있는데 첫째는 선수들이 포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냐인 거 같음. 패배가 쌓이는 시점에서 선수들이 감독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이건 부상이 많냐 적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투헬 경질 때도 얘기했지만 뜬금포로 팬들에게 증명된 감독을 날린 시점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해주는 건 결국 성적이고 이건 분위기와 직결되기 마련임. 이상한 과정 속에서 패배가 쌓이면 이거 맞아? 싶으니까요.
왜 그러냐. 일단 선수 시절이 화려하지 않은 감독들 (잘 몰라서 찾아보니까 EPL 은 8경기만 뛰어본 선수더군요.) 은 보통 자신의 무기가 이론, 전술전략, 트레이닝론, 분석, 소통 등과 같은데 쏠려있는 편 (실제로 소통이 장점 중 하나라는 기사를 부임 당시에 봤던 것 같음) 인데 스타 선수들이 쏠려있는 빅 클럽들은 저런 것들로만 통제할 수 없다는 거.
첼시에 스타 선수들이 누가 있냐라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스타 선수들이 적은 팀이라고 할 수는 없죠. 받는 돈들만 생각해도 그들은 충분히 스타는 스타임.
첼시는 아스필리쿠에타가 주장이 된 이후부터는 드록바, 램파드, 콜, 테리 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과거와는 조금 다른 기조의 라커룸이 됐을 거라고 추측되는데 그럼에도 로만이 보아스가 선수들에게 어떤 식으로 박살이 났는지 그리고 이후 감독들이 대략적으로 어떤 기조를 갖고 있었는지 그 부분이 꽤 주요 사항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에 포터가 이 부분에서 신뢰를 얻고 유지할 수 있냐. 아니면 그렇지 못하냐. 가 매우 중요할 거라고 봅니다.
보아스가 선수들에게 제일 첫 번째로 신뢰를 잃었던 게 사생활을 건들고 공과 사 구분 없이 통제한 거였음. 머리 만지는 거까지 간섭할 정도였고 (10계명에서도 머리를 비롯한 패션 관련된 건 훈련장 오기 전에 하고 오라했죠.) 기존 감독들과는 다르게 훈련 세션 사이사이에 있는 휴식 시간들이나 밤에 뭐하고 있는 지까지 체크하니까 선수들이 노골적으로 엿을 멕였죠.
9시까지 오라하면 일부러 필드로 안 나가고 다 같이 모여있다가 8시 59분에 훈련장에 다 같이 오고. 본인들이 그 동안 해온 루틴이 있을 텐데 그런 거까지 다 건드렸음. 이건 선수들이 너무한 게 아니라 펩이 그랬다고, 포르투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고 선수단 성향도 파악 안 하고 그대로 따라한 보아스가 멍청한 거임.
주장단이 싹 바뀌어도 아무래도 보고 배운 게 있을 테니 라커룸 기조는 유지되는 경우가 있기도 하거든요. 바르셀로나도 검은 양 사건 이후 다 엎어버렸고 푸욜-챠비가 만들어 둔 기조가 메시까지 이어지고. 부스케츠가 주장을 하고 있는 지금도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으니까요. (범생이 타입들 가득한 그런 느낌)
보엘리는 축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외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간과하지 않았을까 싶음. 만약에 그가 이해하고 있는 스포츠들의 접근 방식으로 축구에 적용하려 했다면 이것 역시 실책 중 하나이지 않을까.
둘째는 투헬의 트레이닝론과 포터의 트레이닝론 사이에서 선수들의 리듬이 깨졌을 지도 모른다는 거. 저번 시즌부터 부상이 잦아지면서 투헬이 강도를 조절했을 거라고 보는데 훈련 중 부상이 나오거나 경기 중에 부상을 당하더라도 근육계, 무릎 부상이 다수 나오는 거 보면 의심해볼 근거는 충분하지 않나 싶음.
대다수의 빅 클럽들이 보강 여부에 따라 아예 프리시즌 트레이닝 강도를 엄청 빡세게 하거나 실전 감각 유지를 바탕으로 약하게 하거나 해서 월드컵으로 발생할 변수들을 최소화 하고자 했을 텐데 포터는 사실 이 부분을 9월에 와서 새로 정립했어야 했으니 아무래도 필연적으로 마주할 부분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명분이 없거나 떨어지는 경질은 위험하다고 보는 편에 가깝긴 한데 이번 시즌은 도저히 방법이 없다라는 결론까지 간다면 과감하게 날리고 다음 감독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다고 봅니다.
첼시도 로만 때부터 돈을 고민하던 팀은 아니었음. 위약금 걱정은 우선 순위로 따질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로만이 다른 건 몰라도 축구 내적인 면이 우선이다만큼은 어느 정도는 지킨 구단주가 아니었나 싶음.
빠삭하게 아는 팀은 아니지만 그냥 놓여진 상황만 놓고 봐도 겨울 영입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차피 이미 여름 이적 시장을 베이스로 접근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을 거고. 여름에 또 어떤 선수들이 시장에 나올 지, 어떠한 가능성이 존재할 지 모르기에 단기적인 접근이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는 거 역시 인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