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재 제일 고민하고 있는 건 어떻게 후방에서 전방으로 볼을 내보내냐가 1순위가 아닐까. 전반기 노골적으로 쓰던 센터백과 미드필드 라인의 간격을 좁히고 측면 포워드들을 향해 사선으로 날리는 롱패스 일변도의 축구는 비슷한 전력이나 경쟁자들 상대로는 때려 죽여도 안 된다는 게 들켰다. 일단 측면 포워드들이 다수의 수비수들을 상대하기 적합한 기술과 실력을 갖추지 않았다는 거고. 간격이 박살나면서 레반도프스키와 미드필드의 볼 터치가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동선이 이상해지며 경기력의 편차가 매우 심했다.
2. 둘째로 측면 포워드들이 최대한 내려와서 수적으로 밀리는 걸 방지해주고 안 풀리는 경기를 멱살 잡고 끌어올리면서 긴 거리를 공략할 수 없는 이유들이 존재하기에 계속 이 부분에서 절충을 하고 있는 것 역시 대부분의 팀들은 간파하고 있다는 것. 뎀벨레는 종으로 긴 거리를 뛰게 되면 부상 빈도 수가 다시 우려 사항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생각하고 하피냐, 페란, 파티 등은 애초에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개인 기량을 갖고 있지 않다.
3. 그럼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과 부스케츠나 센터백으로부터 볼을 받은 앞선의 미드필드의 플레이 메이킹이 시작되는 하프 라인을 넘어서는 그 순간의 비중을 페드리에게 최대한 몰아주려는 모습이 보였다. 현재 가장 상대 선수들이 달려들게 유도하면서 전진을 해낼 수 있는 미드필드이기에 챠비는 현재로서는 가장 알맞은 기용 방식이라고 판단한 게 아닐까?
4. 알레띠 전 경기력은 엉망이었지만 두 가지 변화점은 페드리의 동선이 횡으로는 짧아진 대신에 종으로 길어진 부분과 비야레알 전 이후로 보이지 않았던 가비에게 양 측면을 바라보는 패싱을 지시하는 게 다시 보였다는 점. 여전히 챠비가 1순위로 찾고 있는 미드필드는 어느 특정 위치에서 뛰는 미드필드가 아니라 유도에 능한 미드필드라고 본다. 그게 피보테일 경우에 페드리나 데 용, 가비의 플레이 메이킹이 훨씬 더 위력적으로 발휘될 가능성이 높기에 피보테라고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게 가장 합리적인 추측이라고 본다.
5. 포워드들에겐 조금 더 속도감 있는 플레이를 주문하고 있는 것 같다. 파티를 반쯤 포기했다고 했던 건 파티의 장점은 다른 데서 오는 게 아니라 변칙적인 타이밍과 빠른 판단에서 온다고 보는데 본인 몸 상태를 못 믿는 듯한 플레이가 계속 보였다. 알레띠 전에서도 의식이라도 한 듯 원터치 플레이를 하던데 이게 극복에 도움이 된다면 챠비가 다음 출장 때도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지 않을까.
장기 부상을 여러 차례 겪은 유망주들이 겪는 큰 문제 중 하나가 본인 신체가 예전같지 않음으로 인해 오는 부적응과 자신감의 결여다. 신체적 하락을 겪는 노장들의 케이스와 비슷할 지 몰라도 엄연히 다른 부분. 파티 역시 기사들이 나왔던 것도 그렇고 플레이에서도 이런 우려가 충분히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다고 했을 때 파티나 페란이 좌측면에 서는 게 낫다고 보나 이 둘은 현재로선 냉정하게 파는 게 나은 선수들이다.
6. 뎀벨레가 현 시점에서 가장 나은 측면 포워드임은 맞으나 가장 큰 문제점은 퍼스트 터치의 기복으로 플레이가 뻔해진다는 데 있다. 첫 터치가 바로 플레이로 이어지는 경우가 없고 원터치 플레이가 안 되서 동작이 큰 페이크를 넣거나 슈팅으로 바로 이어져도 개발 슈팅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알레띠 선수들이 어떻게 그렇게 계속 뎀벨레의 볼을 뺏어낸 걸까.
물론 본인한테 오는 볼 역시 세기와 높이 등이 일정하지 않으니까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뎀벨레 본인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현 시점에서 이 선수의 쓰임새를 어느 정도 보장하려면 어쩔 수 없이 종패스, 롱패스의 비중은 유지해야할 것 같다는 느낌.
7. 그러다 보니까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좌측면 쏠림 현상이 종종 나타나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우측면 대각선 패스 각을 잘 보는 부스케츠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마 챠비는 알베스가 우측면 페너트레이션의 시발점 역할을 하던 그걸 뎀벨레에게 기대하는 것 같은데 부스케츠가 일단 우측면을 바라보는 경우의 수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부스케츠가 왼쪽에서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경우가 꽤 자주 보인다는 점 역시 그의 의도를 추측해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본다.
좌우 전환이 빠르고 오른발을 쓸 때 패스 각을 빠르게 판단하는 부스케츠의 패스가 뎀벨레나 하피냐가 위치하는 측면 윗선에 쏠쏠하게 들어가면 하피냐의 킥의 변수나 뎀벨레의 속도를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8. 월드컵 전후로 무언가 느낀 거 같긴 한데 여전히 더 깨닫고 개선되지 않으면 챠비랑은 더 가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지더라도 나아지는 게 보인다면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하겠지만 이겨도 의미 없는 과정으로 이기면 같이 갈 필요가 없다.
발베르데로 2년 반을 낭비해놓고도 똑같은 실수를 한다면 이번에는 그 이상의 후폭풍을 맞지 않을까.
그때도 주장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똑같다. 어떻게 이기냐가 그만큼 중요한 문제다.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