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초적인 부분에 있다고 봅니다.
클롭의 축구의 큰 특징 중 하나는 3-4명의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하면서 4열 배치를 이뤄내는 건데 이 부분이 잘 되지 않는 게 현재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보는 편.
브라이튼한테 진 경기는 보다가 끄긴 했지만 (재미없어서 + 졸려서) 이 부분이 완전히 깨져서 더 안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이게 뭘 말하는 거냐면 감독들이 보통 열을 중요시하는데 통상적으로 3열 배치는 수비적인 방향성의 감독들이 선호하고 4열 배치는 공격적인 방향성의 감독들이 선호합니다.
왜 그러냐면 4열 배치를 하면 자연스레 선수들 진영이 마름모 형태나 대각선, 삼각형 형태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패스가 횡으로 돌아도 높은 지점에서 돌면 위협적인 패스가 한번만 쏠쏠하게 들어가도 찬스가 되기 쉽기 때문.
그리고 볼을 잃었을 때도 4열이라는 건 그만큼 줄이 길기 때문에 볼을 되찾기도 용이하겠죠. 마름모, 삼각형 등등의 형태를 만들기 쉽다는 건 그만큼 상대 선수들을 몰아서 아니면 순간적으로 가둬버리는 압박을 빠르게 이행하기 좋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크루이프가 3-3-1-3 이 가장 이상적인 포메이션이라고 했던 것도 4열 배치를 바탕으로 가장 많은 삼각형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
3열 배치는 4-4-2 두 줄 수비를 생각하시면 일반적인 예시가 될 수 있겠죠. 아니면 과거 무링요가 4-3-3 이나 4-2-3-1 을 가지고 변형을 주던 것도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테구요. 횡으로 대응해서 특정 지점들을 딴딴하게 막아내고 그에 맞는 대응 방식과 역습을 짜는 거죠.
요즘은 몇몇 감독들이 수비는 4-4-2 형태나 3-5-2 형태의 포메이션을 이루면서 3열 배치로 수비를 지시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이렇게 할 경우 공격 시에 변형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더 기여할 수 있는 선수들을 감독이 선호할 수밖에 없겠죠.
물론 아리고 사키나 벵거 등등처럼 발상의 전환으로 압박과 탈환을 키워드로 삼아 2대8, 3대7, 4대6 페너트레이션을 잘 이뤄낸 감독들도 있구요. 일반적인 예시를 들어드린 거니까 이건 이거다 저건 저거다라고 고정적으로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리버풀 같은 경우는 피르미누-헨더슨-파비뉴-반 다이크가 이 4열 배치를 안정적으로 이뤄내는 핵심 선수들이었는데 피르미누가 고장나기 시작했던 게 첫 번째고 (챔스에서 알레띠한테 졌을 때도 피르미누를 첫 타자로 저격한 이유 중 하나) 반 다이크가 장기 부상으로 누웠었던 게 두 번째 (이때는 팀 리듬 자체도 고장나긴 했음. 로버트슨도 이때부터 맛탱이 가기 시작한 거 같음) 라면 헨더슨과 파비뉴가 고장난 게 이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아놀드랑 로버트슨이 사실상 미드필드들과 동일한 라인에 위치하면서 마지막 4열에 위치하는 건 보통 센터백 두 명이 되는데 이 측면 풀백들과 이들과 직선으로 연결되는 측면 포워드들 중심의 축구에서 보조해주는 선수들이 헨더슨과 파비뉴였는데 이게 전혀 안 되고 있죠.
헨더슨은 방향을 가리지 않고 프리맨을 놓치지 않는 압박의 핵심이자 측면 선수들의 과도한 전진을 막아주는 만능키였는데 일단 이게 안 되기 시작했고 파비뉴는 4열과 3열의 선수들의 순간적인 미스를 적절한 포지셔닝으로 메워주는 선수였는데 수비 스킬을 논하기 전에 판단력이 완전 구더기가 됐음.
클롭 본인도 브라이튼 전을 제일 못했다고 하는 게 그 동안 아무리 못해도 이 큰 특징 중 하나가 대부분 지켜지고 있었기 때문에 엘리엇이나 누네즈, 각포 등등을 최대한 써보고자 했었다고 보는데 이 경기는 이게 초장부터 깨져버렸음.
현재 해결책은 기존 선수들과 다른 면들을 장점으로 가진 선수들이 성장을 해서 전술 변화를 주기 용이한 스쿼드로 빠르게 변모를 하는 게 제일 좋긴 하겠지만 이게 안 되고 있으니... 사실상 글렀다고 보고.
그렇다면 아예 티아고에게 볼을 몰아주면서 빌드업과 페너트레이션 과정에서 측면 위주의 팀을 벗어나거나 (로버트슨은 본인도 본인이지만 팀적인 구성이 깨지니까 활약이 더 죽었고 마찬가지로 아놀드를 활용한 측면 공격도 이제 상대적으로 대응하기 더 쉬워졌음)
아니면 티아고의 평균적인 위치를 지금보다 더 끌어올려서 (사실상 공미라 불리는 그 위치까지) 앞선 선수들에게 더 적극적인 오프 더 볼을 지시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전 티아고가 과거에 비해서 역동성이 생각 이상으로 많이 줄어들었다 생각해서 사실 이렇게 뛰라하면 탈 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긴 하거든요. 그래서 이걸 클롭이 고려하고 있을 지도 의문이고.
전진 능력이 좋은 미드필드, 다른 선수들을 보조하면서 무언가 긁어볼만한 걸 갖춘 미드필드, 아예 차별화 되는 특이한 걸 가지고 있는 미드필드, 종으로든 횡으로든 움직이면서 어떤 장점을 가진 포워드 등등을 긁어보거나 데려오거나 원하는 이유가 현재 전술을 그대로 가져가기 위함이 아니라 큰 변화를 주기 위한 선택들이라고 봅니다.
유지는 언제나 위험하지만 축구도 사람들이 하는 거기 때문에 성공을 이룩하면 할수록 유지를 할 수밖에 없는 거기도 하다고 봅니다. 리버풀은 클롭의 시즌 운용 스타일과 맞물려서 그 부분을 큰 폭으로 왔다갔다 보여주고 있는 팀 중 하나라고 봄.
역시 리버풀 경기는 몇 번을 봐도 피르미누 조짐이 보였을 때부터 그냥 돈을 다 때려박아서라도 팀을 바꿨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그랬으면 결과론적인 얘기긴 하지만 이런 일 자체가 없었을 듯.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