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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챠비가

by 다스다스 2023. 2. 23.





스콜스 자주 칭찬하고 리스펙해주는 건 패스가 좋아서 칭찬하는 게 아니라 본인과 비슷한 빌드업 방식을 가졌고 또 다르게 잘해서 그런 거임.




챠비는 본인 스스로를 늘 피보테라고 표현했는데 (펩이랑 같이 인터뷰했을 때도 자기들끼리 피보테라 표현함. 언론들은 챠비를 센트로캄피스타라 하죠. 이런 것만 봐도 이런 용어는 의미가 없는 거임) 실제로 챠비가 경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어디든 관여하지만 최대한 후방에 관여하면서 볼을 안전하고 빠르게 전방으로 내오는 데 있죠. 그러면서 다른 선수들은 볼을 가지지 않은 상태로 그만큼 올라가는 겁니다.




챠비를 지단하고 자주 비교하는데 챠비는 지단하고 팀을 끌어올리고 구조를 만드는 방식 자체가 아예 다른 선수임. 커리어로 비교하면 모를까. 애초에 주로 뛰는 지점도 다르고 비교 자체가 성립할 수가 없는 선수들.




이런 후방 관여가 많으니까 조금만 후방 위주로 뛰면 챠비랑 비슷하다고 갖다붙인 거지만 (베라티도 세스크가 챠비 같다고 했는데 따지고 보면 반만 닮은 거죠. 베라티는 아직까지도 전방에서 포워드들을 지원을 못해주니까) 가장 큰 차이는 챠비는 여차하면 전방까지 관여하기도 했고 상대를 유도해내면서 빈 공간을 만들고 찾아내는 그 방식에서 실책성 플레이가 없었기 때문.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러니까 챠비를 믿고 다 올라가거나 오프 더 볼을 할 수 있었던 거죠.




펩이 천재였던 건 여기에 부스케츠를 끼워넣어 (당시 명장 감독들 데려다놓고 뚜레 쓸래 부스케츠 쓸래하면 100에 95~98은 뚜레 썼을 거임) 바르셀로나가 평균적으로 돌리는 패스 횟수 (꼭 쥐뿔도 모르는 애들이 여기에만 집착함) 와 원온원 경합, 유도 과정을 더 만들어내서 챠비의 평균적인 위치를 한참 끌어올려서 공수를 해냈다는 겁니다. 물론 이니에스타 같이 버려둬도 상관 없이 알아서 해낼 수 있는 미드필드가 있다는 것도 컸을 테지만요.




스콜스는 필드 전체를 남들보다 먼저 파악하면서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까지 파악하면서 본인의 킥을 잘 살렸죠. 똑같이 롱패스 잘 갈기던 선수들과의 차이점은 얼마나 다음 동작을 이행하기 좋게 주냐의 차이도 있지만 얼마나 열린 공간에서 받게 해주냐인데 스콜스는 이 부분이 확실히 탁월했음. 롱패스나 중거리가 주는 시원함에 가려져서 다른 부분들이 오히려 조명이 안 된 케이스.




이런 움직임 파악이 좋은데 띄워진 볼의 낙하 지점도 잘 파악했으니 (별개의 영역임. 굴러오는 볼은 잘 막는 센터백이 공중볼에 털리는 게 꼭 신체적 능력에만 달려있지 않은 것처럼) 여차하면 갑자기 달려와서 중거리를 꽂기도 했고 어렸을 때 앞선에서 뛰던 선수기도 했으니 상대 입장에선 맨유가 전체 대형을 올리면서 페너트레이션을 할 때 버려둘 수가 없는 선수였음. 06~08 이때 맨유 경기 많이 봤다고 자부하는데 당시 맨유의 제로톱은 오로지 포워드들의 자리를 가리지 않는 포지셔닝만으로 완성된 게 아님.




그 당시 스콜스 나이가 챠비보다 6살이 많았는데 6년 뒤인 챠비는 아킬레스건 문제로 90분을 이행하는데 슬슬 문제가 심해지고 있었죠. 그러고도 한참을 더 뛰고 그랬으니 서서히 존경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도 있었을 터. 14-15 시즌 챠비의 유통기한은 길어봐야 45분이었음. 그럼에도 라키티치랑 바꿔나오면 안정성에서 차이가 심했죠.




부스케츠도 지금 그 나이 먹고 자리 먼저 못잡아서 뒤따라가면 반도 못 쫒아가는데 아직도 감독들이 좋아하는 건 다른 게 아니라 내 동료들만 보는 게 아니라 상대를 보고 행하는 최적의 패스 선택지와 동료들이 다음 동작을 이행하기 좋게 주는 패스겠죠. 근데 부스케츠는 챠비처럼 움직이면서 하는 걸 못하기 때문에 벤치로 남기는 건 의미가 없다고 했던 거임.




거기다 상대를 모이게 만들거나 유도하는 그런 건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 본인이 그 상황에서 기술을 어떻게 써야하는 지 스스로 느끼는 건데 (그렇게 깝치다 뺏기면 바로 실점이니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베르나르도 실바도 스스로 이게 되니까 이제 박스 근처에서도 그러고 있으니깐 팬들 입장에선 답답해하는 게 정상임. 판단력, 통찰력 등을 찰나의 순간에 바로바로 써먹는 것도 그만큼 재능의 영역이란 소리.




07-08 에 하도 욕 먹어서 떠날 생각하고 있을 때 챠비가 생각해둔 행선지도 맨유였고. 그 전에 암흑기 때 팔릴 수도 있을 때도 고민했던 행선지가 맨유였죠. 뮌헨한테 7대0 으로 발리고도 경기는 지배했다고 하던 챠비가 07-08 땐 별 말 안 했던 것만 봐도 빈말로 하는 소리가 아니란 건 알 수 있을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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