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첼시 얘기임 3

by 다스다스 2023. 2. 27.

 
 

 
원래 토트넘 경기는 안 보는데 콘테가 없고 웬 대머리가 감독 대행 하고 있다길래 그냥 봤음.
 
 
 
 
포터가 저번 경기까지의 과정이나 결과를 생각하고 조금이나마 조정을 한 느낌이긴 한데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느낍니다.




일단 제일 중요한 건 감독이 경기를 준비하고 대응하는 마인드 자체를 바꿔야 하지 않나 싶음. 비슷한 전력의 팀들만 만나면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능동적인 수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거고. 첼시만큼 단거리 역습이 거의 없는 상대적 강팀은 드뭄. 대형을 유지하거나 숫자를 맞춰서 최대한 어느 쪽에서건 협력 수비가 가능한 형태를 하면서 라인을 내리는 이 수비 과정 자체가 첼시 선수들 전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왜 그러냐.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상대적으로 더 긴 거리를 공략해야한다는 어려움이 존재하는 게 가장 큰 이유일 테고. 첼시는 양 풀백이 측면을 빠르게 돌파하면서 크로스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이들에겐 늘 체력적인 문제가 따라오고 상대적으로 부상이라는 변수가 크게 자리 잡는다는 점. 그리고 하베르츠가 아니라 누구를 써도 첼시는 롱패스를 적극적으로 쓸 수가 없다는 것.
 
 
 
 
포터가 선호하는 사각형 대형은 6명이 후방에서 전방으로 넘어가는 빌드업 과정에 참여하면서 측면의 두 명이 빠르게 올라가고 나머지가 뒤이어 올라오면서 다수의 인원이 페너트레이션 과정에 돌입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 윗선의 선수들은 그 전부터 간격을 벌리기 때문에 상대를 끌어들이면서 한 방의 롱패스를 받아 양 측면을 지원해주는 형태의 공격 루트가 나와야 하는데 일단 하베르츠는 이런 불확실한 볼이나 띄워져서 오는 볼에 대한 경합 능력이 좋지 않죠. 그러다 보니 첼시의 롱패스는 센터백이 아니라 엔조나 지예흐를 기점으로 한 측면 선수들을 향한 사선 롱패스나 반대편이나 중앙으로 들어가는 전환 용도 또는 루즈볼 생성의 의도를 가진 롱패스 위주입니다. 펠릭스가 오프 더 볼을 하면서 종패스 주라고 자주 시도하는 것도 이런 형태의 공격이 자주 나와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시도하기 좋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현 첼시 스쿼드에서 이것밖에 할 줄 모르고 이걸 제일 잘하는 지예흐를 오른쪽 측면에 배치하는 걸 포터가 선호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고. 결국 현재 포터의 축구는 안정적인 배치가 바탕이 되는 가운데 열려있는 공간은 양 측면밖에 없으니 양 측면으로 가는 길 말고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상대 입장에서도 굳이 첼시가 하프 라인 아래에 있을 때 강하게 압박을 걸 이유도 없습니다. 측면 루트를 타고 빠르게 돌파할 여지가 보일 때만 그걸 사전에 차단하면 그만인 거죠.




그리고 연장선으로 봐야하는 것은 포터가 전술적으로 제일 먼저 그리고 크게 얻고자 하는 것은 득점을 한다보단 실점을 하지 않는다가 아닌가라는 것. 보통 빅 클럽 감독들은 득점력이 떨어지거나 연패를 하거나 무가 쌓이면 무리한 전술전략이 때론 독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경기 중 대응 역시 마찬가지) 포터는 정반대로 가면 갈수록 실점을 의식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 아무래도 포터는 3대2 승리보단 1대0 승리를 더 선호하는 감독이 아닌가 싶음. 교체도 미드필드를 더 넣거나 포워드를 더 넣거나 하는 게 아닌 위치 변화나 그냥 맞교환 교체가 전부임.





일단 토트넘 전에서 보인 유의미한 변화 중 하나는 고집스럽게 써오던 사각형 대형을 바탕으로 하프 라인을 넘어서면서 측면-중앙 동시 공략을 버렸다는 점. 아무래도 어떤 상대를 만나든 전반전에 득점을 못하면 경기 중 대응에 이도저도 아닌 경기가 나온다는 걸 이제는 인정을 한 거라고 봐야겠죠. 소튼 전 패배는 확실히 포터 본인에게도 충격이 있었던 모양.



(물론 여전히 경기 중 제일 많이 나오고 큰 틀에선 이 사각형 대형이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스털링과 펠릭스의 위치 변화에 따라 치크나 엔조가 올라가거나 옆으로 빠지거나 하면서 유사 시엔 3 미드필드 형태나 엔조가 1피보테를 보면서 선수들 간의 간격이 벌어지는 것을 조정하고 좌우 측면의 선수들이 최대한 3명이 유지되게끔 했음.



(펠릭스가 내려오니까 지난 경기들과 다르게 단순히 펠릭스가 1이 되는 4열 대형을 형성하는 게 아니라 치크가 엔조와 동일 선상이 아니라 사선으로 서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나옵니다.)



아무래도 양 방향 패싱이 가능하고 패스 루트를 빠르게 파악하거나 만들어 내면서 패싱을 한다는 측면에서도 치크보단 엔조가 훨씬 낫기 때문에 치크를 스털링이나 펠릭스의 위치에 따라 활용했다고 보는데 치크는 엔조와 다르게 신체 사이즈가 좋고 어느 정도 열려있는 공간에서 원온원에서 우위를 점하기 좋기 때문에 앞선에서 더 메리트가 있는 면도 있겠죠. 물론 치크는 너무 횡패스 위주라 다른 선수가 저 자리에 기용될 때 어떨지 역시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또 다른 점은 지예흐를 굳이 높은 위치에서 쓰는 게 아니라 원패턴 선수고 어차피 할 줄 아는 건 하나고 치크는 또 어차피 올라가야하니 동선을 상대적으로 낮게 조정하면서 빠른 전환을 요구했다는 거.



(전방에서도 치크가 지예흐보다 앞에 위치)



(수비가 이뤄질 때도 지예흐는 재빠르게 내려가 협력 수비의 일원이 되고 치크는 엔조와의 라인을 깨고 오른쪽 미드필드 겸 포워드 역할을 함)



(지예흐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실패. 그럼에도 지예흐를 써서 왼쪽 측면과 엔조를 지원해주고 스털링, 펠릭스의 파괴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킥으로 빠르고 크게 방향 전환을 하거나 박스로 볼을 투입하는 지예흐는 분명히 뚜렷한 장점이 있고 그게 다른 선수들과 대비되는 면이 있지만 변방 리그들에 비해 경합이 강하고 잦고 대응 자체가 수준이 더 높은 탑 리그에선 원패턴 선수로서 읽히기 쉽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경기에서도 왼발 각을 주지 않는 협력 수비를 하거나 따라붙으니까 그냥 뒤로 돌려버리거나 역주행을 해버리는 모습이 자주 나왔죠. 지예흐에게 바라던 모습은 이 경기에서 딱 한번 나왔음. 이제 EPL 은 지예흐가 선발로 나오면 뭘할 지 다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쓰임새가 제한적이라 했던 겁니다. 전 지예흐의 가치는 이제 후반전 전술적 변형말고는 없다고 봅니다. 후반전 진흙탕 경기를 만드는 데는 가치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더해서 전방 압박이 아니라 그냥 시간을 지연하는 정도로 그치는 압박 역시 안정적 전진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과감한 압박은 하지 않으려는 포터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고. 저번 경기 후기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의 구조를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간격을 조정하려고 하니까 공격력이 완전 박살이 나버렸음.




현재 스쿼드에서 원온원이 제일 좋고 두 명 정도를 끌어들이는데 가장 앞서있는 스털링 (온 더 볼-오프 더 볼 밸런스도 스털링이랑 펠릭스가 제일 나음. 일단 패스 앤 무브가 되니..) 과 파괴력 있는 좌우 풀백인 칠웰과 리스 제임스의 공격력을 지금보다 더 살리려면 미드필드를 한 명 더 추가하거나 아니면 이들의 수비 가담과 부담을 덜어줄 센터백을 한 명 더 쓰는 게 가장 답지에 가깝지 않나 싶음.




물론 캉테가 복귀해서 그가 다른 선수들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이면서 행하는 영리한 포지셔닝으로 동료들을 지원해준다면 현재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뭔가가 가능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폼이 어떨 지는 미지수니깐.




지난 경기들을 돌려보고 무언가를 느끼기는 한다는 걸 알 수는 있었으나 그냥 그릇 자체가 첼시 정도의 클럽 감독을 하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는 걸 계속 느끼고 있음. 많은 선수들이 오고갔고 스쿼드가 너무 난잡한 것 대비 실질적으로 가치가 있는 선수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 역시 감독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요소일 수 있겠으나 그럴수록 빠르게 서열 정리를 하고 선수들을 걸러내고 쓸 선수들은 과감하게 쓰고 안 쓸 선수들은 계획에서 배제하는 강단을 보이는 것 역시 감독의 역할.




그래서 포터에겐 쉴드가 아니라 그가 너무 안일하거나 욕심이 많다는 비판이 더 맞다고 보고. 오바메양을 쓴 것도 플랜에서 배제한 선수를 교체로 썼다는 거나 다름 없는데 이것 역시 포터가 그렇게 주관이 확실한 감독은 아니다라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다음 경기에서도 이런 안정적인 성향이 유지되는 경기가 나온다면 이제 화살은 보드진에게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전 왜 아직도 포터가 첼시 감독인지 잘 모르겠음. 돈이나 다른 부분들은 현재로선 2차적인 문제라는 거고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되살리고 후반기 분위기를 바꾸면서 리듬을 되찾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임. 옛날처럼 첼시 선수들이 올드스쿨하고 성격이 드세지 않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잡음이 나오지 않는 거지. 내부 분위기가 좋을 수가 없다고 봅니다.




여긴 하루하루 포터 압박 기사랑 감독 교체 얘기가 나와야 정상이라는 뜻임.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전에  (46) 2023.02.28
그냥  (17) 2023.02.27
펩이  (14) 2023.02.26
근데  (37) 2023.02.24
바보냐? 아니냐? 2  (39) 2023.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