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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예전에

by 다스다스 2023. 2. 28.





아리고 사키가 그런 말을 했었죠. 바르셀로나는 팀으로서 설명하기에는 힘든 클럽이라고. 그들이 하는 것은 하나의 문화고 그들이 해내는 축구의 방향성, 스타일, 조화로움 그리고 각 카테고리에 있는 어린 선수들의 성장 과정 등등이 같은 관념을 추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했죠.




이런 문화에 감동한 클루이베르트는 아약스에서 더 찬란했지만 늘 바르셀로나를 찬양하고 칭찬했는데 아무리 기복이 심하고 나이를 먹고 신체적 능력이 하락하고 있고 게을렀어도 클루이베르트의 기본 클래스가 있고 재능과 영리함으로 똘똘 뭉친 선수기에 어딜 가든 밥값은 하지 않겠냐 했는데 바르셀로나 떠나자마자 그냥 개폭망을 하고 그대로 바닥까지 가고 은퇴했었음.




게임에서나 호환되는 팀이 많고 사이즈가 좋고 그에 기반해서 만들어 놔서 인기가 많은 거지. 아약스랑 바르셀로나 아니면 어디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선수가 바로 클루이베르트. 근데 신기한 건 메시 중앙화가 완성되기 전 바르셀로나의 가장 이상적인 센터 포워드는 클루이베르트라 했던 게 바로 펩. 그래서 그의 타겟에는 아데바요르와 벤제마가 있었고 에투를 끝까지 버려달라했고 결국 즐라탄을 이상향으로 찍었다는 거.




하나의 케이스를 갖고 일반화 하는 거로 오해할까봐 덧붙이지만 리가에서 검증됐던 포워드들이었던 피찌, 코드로 역시 바르셀로나 행은 그들의 커리어가 망하는 지름길이 됐었음. 그럼에도 피찌는 바르셀로나 행을 후회하지 않았지만 코드로는 크루이프를 증오하고 바르셀로나를 저주했죠. (인터뷰에서 대놓고 깜) 즐라탄도 그랬음. 다시는 바르셀로나 같은 분위기를 가진 클럽으로 가지 않았죠. 그 외에도 많음.




결국 이질적이라 함은 오로지 볼과 사람의 관점에서 볼을 우선시하고 트레이닝 과정이 그쪽에 치우쳐져 있는 것만 얘기하는 게 아님. 저들의 실패가 오로지 실력에서만 오지 않았다는 게 그 증거고. 선수들의 적응 과정 역시 훈련과 축구에만 있는 게 아니란 거임.





바르셀로나가 추구하는 토탈 풋볼은 표면적으로 10명의 필드 플레이어 (가능하면 골키퍼도 유사 시에 필드 플레이어로 기능) 가 공평하게 롤을 맡고 공수를 같이 해내면서 의존증의 맥락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경기를 잡아낸다 같지만 그게 아니란 뜻이기도 합니다. 저들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있음.




선수들도 그렇지만 감독들도 마찬가지인 게 당연히 변방 리그나 중위권에서 토탈 풋볼을 추구하던 감독들은 이걸 바르셀로나나 다른 빅클럽들을 가서 해내지 못함. 순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본인이 해오던 것을 빅 클럽에 가서도 그대로 하려고 하고 가능할 거라고 믿으니까. 똑같은 토탈 풋볼이고 그들도 상위권 레벨에서 감독하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이러지? 싶겠지만 다르다는 뜻임.




그래서 크루이프가 선수 경력이 중요하다고 했던 거기도 하죠. 선수로서 토탈 풋볼을 겪으면서 느꼈던 감정, 경험 등이 감독으로서 나타나는 건 단순히 이론을 배운 것과는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런 감독들은 늘 훈련에서부터 부딪히죠. 보아스도 그랬고 사리도 그랬고 세티엔도 그랬죠. 텐 하흐를 아약스 10경기도 안 보고 이 감독은 딴 데 가도 잘할 것 같네요. 라고 했던 건 그는 아약스를 어떻게 이끌 지가 아니라. 특정 선수들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장점들을 살리고 임기응변하면서 강팀을 이끄는 방법론을 알고 있었기 때문.




잠깐 얘기가 샛는데 분명히 11명 모두가 움직이지만 상대의 대응 방식에 늘 그 이상을 보여줘야하기 때문에 크랙이라 표현되거나 보조자 그 이상이나 토탈 패키지들의 존재감이 필수적인 게 바르셀로나의 토탈 풋볼이란 뜻입니다. 즐라탄은 이걸 못해줘서 전술적 중심이 되지 못한 거임. 피찌랑 코드로는 애초에 그 정도의 선수가 아니었던 거고.




펩이 기본기가 좋거나 아니면 기본기가 떨어져도 원투 터치 플레이가 몸에 베어있거나 퍼스트 터치만큼은 좋은 선수를 원하는 것도. 미드필드스러운 센터백들만 모으려고 환장했던 것도. 체력적으로 압도적인 선수들을 좋아하는 것도. 포리바렌테를 좋아하는 것도. 다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상론은 엄연히 일반적인 토탈 풋볼과 다르기 때문임. 팬들이 답답해하는 그 정적인 볼 소유 과정은 펩 축구에선 필수적인 과정인 셈이구요.




결국 바르셀로나에서 제일 중요한 건 골을 넣기 위해서 상대 박스 근처까지 어떻게 갈 것이며 얼마나 빠르게 갈 수 있느냐라는 거 그리고 동시에 그걸 90분 내내. 더 나아가 한 시즌 내내 계속 해낼 수 있느냐는 거 . 꼭 쥐뿔도 모르는 애들이 크루이프랑 사키를 구분하지만 사키가 제시한 측면 투자를 바탕으로 한 단거리 역습과 공수를 다 해내는 방법론은 바르셀로나와 떼어놓을 수가 없는 거임.





그렇기 때문에 이런 강팀들이 해내는 토탈 풋볼의 최우선 과제가 무엇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면 모든 게 의아하고 이상하기 마련.




챠비를 비판하는 입장이지만 레반도프스키를 내려쓰고 옆으로 빼서 쓰고 하던 그의 기용 방식과 전술전략은 현 스쿼드에 몇 명 없는 온 더 볼러 중에 가장 상호 작용이 잘 되는 레반도프스키를 최대한 써먹으면서 골을 만들기 위한 과정 중 하나였다는 거고. 비판을 하려면 먹히지 않는데 왜 자꾸 쓰냐가 우선이어야 한다는 거고. 왜 그렇게 쓰냐가 우선이면 안 된다는 거임. 레반도프스키니까 그렇게 시켰다는 뜻입니다.




크로스도 저번 글도 그렇고 수 차례 얘기했지만 갈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후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얼마나 조직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냐를 보는 게 우선. 볼이 굴러가지 않고 상대를 가둬두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크로스를 갈겨야 하는 거임.




어려울 때 찾는 게 유스라지만 유스는 언제나 보너스의 개념일 뿐. 해결책이 될 수 없음. 매번 메시나 이니에스타 같은 선수들이 튀어나오는 게 아니니까. 챠비가 보강을 원한다는 건 당연한 얘기라고 보지만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보강을 외치면 아무도 납득을 하지 못하니까 비판을 하는 겁니다.




챠비는 여전히 레이카르트에 가까운 감독관을 보여주고 있고 선수 관리라는 측면에선 티토가 생각날 정도로 너무 안일함. 본인이 아킬레스건 부상을 달고도 3일 간격으로 뛰던 게 (프루나가 클럽에 1주일에 한 경기만 뛰게 하라했었음. 당연히 무시당함..) 선수들의 관리를 더 세심하게 만든 게 아니라 나도 됐는데 너넨 안돼? 로 발현되고 있는 걸수도..




선수들의 체력 리듬이 좋고 온 더 볼이 좋은 선수들이 필드 위에서 활약을 할 때 매우 폭발력 있고 상승세를 이끌어 나가지만 그만큼 선수들의 오프 더 볼을 간헐적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안 풀릴 때 저 활약을 하는 선수들을 뺀 다른 선수들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거죠. 이 얘기는 챠비의 축구는 기복의 폭이 매우 크다는 거고 경기 내용 역시 뒤죽박죽이라는 거임. 스탠다드 하지 못해서 누굴 만나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역시 불안 요소일 수밖에 없구요.




큰 틀에서 위치를 잡고 선수가 가진 본연의 모습을 최대한 이끌어낸다는 게 마냥 틀린 건 아니지만 한두 명의 에이스를 바탕으로 나머지 조각들이 힘을 내줘야하는 현재 구성에는 역부족인 건 맞다고 봅니다.




여전히 갈 길은 멀고도 험하고 챠비의 능력은 바르셀로나가 찾는 필살기에 반도 안 되는 수준임. 허나 다른 감독이라도 마냥 꽃밭일 수도 있다는 건 너무 위험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애초에 여긴 난이도가 너무 높고 라포르타 같은 보드진이랑 같이 호흡하면서 일하는 것 역시 분명히 힘든 일임.




의장의 정치질을 당해내야하고 이상하게 카탈루냐만 들어가면 발작하는 지역 언론들을 상대해야하는 입장인 감독이 그로 인해 본인의 일만 할 수 없는 곳이라는 것 역시 바르셀로나의 이질적인 환경을 만든 요소들 중 하나.




챠비는 분명히 못하고 있지만 반대로 그의 편은 한 명도 없기도 함. 아무도 공개적으로 나서서 같이 욕을 먹어주지 않으니까. 루쵸만이 이 감정을 공감할 수 있을 듯.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없다면 본인 건강 생각해서라도 그냥 나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냥 주저리주저리 써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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