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스날 경기를 봤음. 아르테타가 꽤 재밌게 잘 만들어 놓은 팀이란 인상을 받아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제 주 시청층과 겹치지 않는다면) 또 볼 듯 합니다.
근데 새벽이나 오전 안에 꼭 해놔야 하는 일이 있어서 오늘은 전반전만 봤음. 그래서 자세한 얘기는 아니고 45분을 보면서 느꼈던 점 정도로 그치는 글이 아닐까 싶네요. 상대편으로도 본 적이 없고 커뮤니티를 하는 것도 아니라서 가이드 라인이 없었기에 어쩌면 그냥 아무 경기 45분을 본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첫째로 이번 경기만 그런 건지 아니면 모든 경기에서 그러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롱볼 유도를 상당히 잘하고 대부분의 수비가 측면이나 하프 스페이스에서 이뤄짐. 선수들에게 아예 습관적으로 그렇게 반응을 하게끔 지시를 해놓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볼을 뺏기거나 상대가 전개를 할 때 측면으로 몰아버릴 수 있는 각이 나온다 싶으면 3~4명이 순간적으로 달려드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음.
이게 왜 인상적이었냐면 한 명이 붙으면서 나머지가 그에 맞게 움직이는 게 훈련이 잘 됐다는 게 보자마자 느껴졌기 때문. 후방에서도 상대가 박스 근처나 안에 매우 가깝게 위치한 상황이 아니라면 최대한 측면에서 끊어내는 게 1차 목표이자 우선 과제가 아닌가 싶을 정도.
이게 아마 중하위권 팀들을 잘 잡아내고 리그 1위를 하고 있는 원동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 중하위권 팀들은 보통 볼을 최대한 빠르게 앞으로 내오면서 일단 어떻게든 상대 박스 근처로 가서 자기들 구성에 맞는 방법론들로 승부를 보는 게 우선인 경우가 많아서 이런 대응이 좋으면 좋을수록 리그에서 약할 수가 없음.
물론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트레이닝과 체력이 유지되고 또 필요할 땐 그만큼 향상도 되어야 하기 때문에 38라운드 내내. 더 깊게 들어가서 90분 내내 유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둘째는 모든 선수들이 그만큼 부지런하게 움직인다는 건데 이런 공수의 오프 더 볼이랑 발의 방향에 맞춘 전개로 속도를 내서 공략을 하는 게 아스날의 주 전술전략이 아닌가 싶음.
진첸코-자카가 왼발잡이인데 얘네들이 측면까지 폭 넓게 쓰는 게 아니라 간헐적으로 씀에도 왼발-왼발을 거쳐서 마르티넬리나 트로사르까지 볼이 굴러가거나 띄워져서 가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상대가 아스날의 왼쪽이 약하다고 마냥 버려두고 사카와 유사 시에 또 다른 윙포워드가 되는 외데고르가 있는 오른쪽에 몰빵 수비를 할 수가 없다는 점.
그리고 센터백 한 명까지 왼발잡이라는 것 역시 상대 입장에선 의식을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고. 외데고르가 오른쪽에서 움직이지만 왼쪽을 바라보면서 왼발로 처리하기 좋은 각이 잡혔을 때 진첸코나 포워드들이 프리맨이 되어있거나 프리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보인다고 판단됐을 때 원투 터치 안에 확 넘겨버리다 보니까 상대를 횡으로 흔들면서 발생하는 공간을 활용하죠.
마지막으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 같은데 이 모든 작업들이 사카의 파괴력을 극대화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스날은 오른쪽 위주임.
사카가 우측면에서 볼을 잡을 때 기본 두 명이 붙고 박스에 가까워지면 때론 세 명이 붙던데 골 장면에서도 나타나듯이 슈팅 각을 잡을 때까지 동작이 크지 않고 간결하고 한번만 열린 찬스를 줘도 해결해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르테타가 최대한 이 부분에 맞춰주기 위해 세 명의 왼발잡이들 (진첸코, 자카, 외데고르) 을 이렇게 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굉장히 좌측면 위주의 축구를 할 것 같은 구성인데 그렇지 않다는 게 상대한테 경기 중 혼란을 주는 구성인 것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경기라서 뭐 이런저런 평가를 덧붙이기엔 그렇긴 하지만 몇몇 선수들이 좀 약점이 아닌가 싶었는데 이건 뭐 표본이 쌓여야 판단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아마 나폴리랑 같이 제일 요청이 많이 들어온 팀 같은데 나폴리는 세리에를 안 봐서 챔스 아니면 볼 일이 없을 것 같고. 원래 보던 리버풀이랑 악성 맨유 팬의 강력한 요구를 뿌리칠만큼 재밌게 보긴 했습니다. 아마 일 해야하는 거 아니었음 다 봤을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회가 된다면 또 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