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팬들이 평가 다 깎아놨다고 하는 건 그 전 팀 상황이랑 도중에 벌어진 일들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MSN 으로 챔스 1번 들고 8강에서 두 번 떨어진 것만 보기 때문.
감독은 전술전략만 짜는 사람이 아니고 그 전 감독이나 기존 선수단이 벌려놓은 것들도 치우는 사람이기도 하며 일반적인 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감독의 일은 많음.
부임 전으로 가면 바르셀로나는 세스크가 미래다 라는 환상 속에 빠져있어 (펩도 세스크를 포기 못해서 시즌을 망쳤고 티토는 세스크를 끼워 맞추겠다고 이니에스타를 포워드로 분류했고 타타도 이니에스타와 네이마르에게 너무 어려운 걸 주문했음) 티아고를 날려먹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던 팀이었습니다.
심지어 바르토메우가 세스크 가족들한테도 세스크가 떠날 경우의 수는 세스크 본인이 떠나고 싶을 때 말곤 없다 이런 헛소리도 떠들고 다니고 (이걸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니기까지 함) 로셀도 나가리 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감독의 의사는 아예 배제해놓고 세스크 아웃은 절대적으로 없다고 선을 그어놨었죠. 이렇게 보드진이 입 터는 거 치고 세스크는 늘 스탯 사기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음.
루쵸는 부임 조건으로 세스크 아웃 => 코케 영입을 걸었고 실패 시 원했던 게 라키티치였죠. 그리고 타타와 다르게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와서 분위기 자체를 바꿔야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었고 (전임 감독이었던 타타는 기존 분위기가 확 바뀌거나 깨질 것을 염려해 보드진이 사준다던 다비드 루이스도 본인이 거절함. 보드진은 급하게 들어왔기 때문에 타타를 엄청 밀어주려 하긴 했음) 수아레즈뿐만 아니라 몇몇 선수들의 추가적인 영입을 요청했었음.
거기에 2년 동안 여러 가지 변수들로 확 떨어진 트레이닝 과정을 지적하며 운수에와 폴 등 계속 같이다니던 스태프들과 모든 트레이닝 과정을 다 뜯어고치죠. 여기서 폴이 선수들 개개인마다 붙어서 과정을 살펴봐줬고 전반기에 계속 욕 먹어가면서도 끝까지 고수하던 것들이 후반기에 빛을 발한 건 아무도 언급하지 않음. 이걸 단 한 시즌만에 해낸 거임.
그럼에도 14-15 시즌 도중에 문제가 있었는데 본인이 요구하는 그대로만 일하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유일하게 소통이 가능했던 주비사레타를 갑자기 바르토메우가 날려버리면서 루쵸랑 보드진이 소통이 아예 안 되기 시작했음. 루쵸가 이것에 매우 불만이 컸던 건 유명합니다. 트레블을 코 앞에 두고도 떠나냐 마냐 얘기도 나왔었죠.
그렇게 루쵸랑 보드진 사이는 계속 나빠지고 있었고 절정을 찍었던 건 페드로가 이적하고 하피냐가 15-16 시즌 전반기에 그냥 바로 이탈을 해버려서 계속 포워드 영입을 요청하고 있었는데 보드진이 이를 계속 들어주지 않았음. 유명한 노리토 사건. 노리토 영입을 계속 외치고 있던 루쵸에게 대안은 커녕 아무도 사주지 않았죠. 물론 MSN 백업으로 들어오면 커리어가 박살나거나 뛰어봤자 따까리나 할 게 뻔해서 오기 싫어하는 선수들도 있었습니다만... 그 다음 시즌에야 파코 한 명 사다줬으나 이미 루쵸는 동기 부여를 잃어버린 상태였음.
마지막 시즌은 후반기가 되기 전까지 본인이 동기 부여를 잃어버린 티를 너무 내버렸고 그게 팬들한테 실망스러운 모습일 수밖에 없었다고 보지만 이런 3년의 과정은 다 무시한 채 루쵸는 MSN 들고 챔스 한번만 먹은 감독이라 하는 건 동의가 안 되는 게 아니라 그냥 말이 안 통하는 문제라고 생각함.
적어도 티토 때부터 점진적으로 떨어지고 있던 바르셀로나의 방향을 바꾸고 네이마르를 전성기 근처까지 끌어올려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루쵸의 공임. 네이마르가 바르셀로나를 떠나지 않았다면 200% 루쵸는 재평가 됐을 거라고 봅니다.
전술적으로도 루쵸는 MSN 의 공간을 보장해주고 교체 전술로 그들의 효율을 극대화 해주는 게 핵심이었는데 측면으로 빠지거나 반대발 미드필드들이 주전 외에 밥값을 하는 선수가 없었음. 투란은 들어오면 경기를 지게 만들거나 비비게 만드는 선수였고. 앙고는 그냥 바르셀로나 수준에서 뭔가를 해낼 선수가 아니었음.
무엇보다 90분을 동일하게 유지한다는 그 큰 전술전략이 챠비가 한 시즌만에 이탈하고 영입 금지와 투란이 생각한 것과 아예 다르고 버러지 같은 놈이었다는 것 역시 치명적이긴 했죠. 챠비가 빠지면서 3 미드필드의 출장 시간은 물론이고 시즌 구성이 완전히 어긋나버렸음. 조도산, 삼페르 이런 애들 남겨가지고 어거지로 써서 될 문제도 아니었구요.
하피냐가 그렇게 불운하게 눕지 않았다면 달랐을 수 있다고 보지만 두 번째 시즌에 선수들 리듬이 한계를 넘어서면서 다 박살나버린 게 치명적이었다고 봅니다. 수아레즈도 냉정하게 보면 이때부터 끝났음. 막바지에 그렇게 넣는 게 아니라 거기에 더 붙여서 10골을 더 넣었어도 그건 고평가를 받을 게 아니었단 소리임.
워낙 전술전략이 큰 틀에서 짜놓고 특정 선수들을 기점으로 삼거나 보조자들을 활용해 극대화하는 쪽에 가깝기 때문에 매력이 떨어질 수는 있겠으나 그만큼 90분, 시즌 전체를 관통하고 이길 수 있는 걸 추구하기 때문에 후반기 가면 늘 강한 모습을 보여줬던 편. 빅 클럽들만 골라서 루머가 나는 것도 이런 전체적인 관리법, 트레이닝 등에서 검증된 감독이니까 그런 거.
월드컵에서 패스나 죽어라 하는 걸로 무시당하지만 모로코 감독이 스페인이 제일 빡셌다고 했던 건 계속 동일한 리듬으로 밀어붙이는 팀이었기 때문인 것도 잊어선 안 된다고 봅니다.
어딜 가든 잘할 거라고 보는 감독은 아니고 환경이나 구성을 확실히 탈 거라고 보지만 적어도 선수빨로 먹고 사는 감독이라고 선 그을 정도의 감독은 절대 아님. 왜 그걸 바르셀로나 팬들이 스스로 깎아먹는 지 모르겠음. 스페인 본 사람들도 루쵸를 그렇게 평가하지 않을 겁니다.
바르셀로나도 루쵸 이후로 감독이랑 기싸움 하기 싫고 군말 없이 일할 감독 원해서 데려온 게 발베르데죠. 영입도 보드진들 마음대로 했음. 바르셀로나 팬들 중 이걸 좋아했던 사람들이 있을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다른 빅 클럽들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