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으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고 생각하고. 이겼어도 짤려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음. 이건 혹여나 도르트문트 전을 이기고 8강을 올라가도 고집이 아니라 짜르는 게 옳을 거라고 봅니다.
오히려 이제 3월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함께 가야할 이유가 더 없다고 보는데 단순히 마무리를 어떻게 하냐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후반기는 사실상 다음 시즌 전반기를 어느 정도 깔아주는 바탕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감독일수록, 더 높은 곳을 바라볼수록 다음 시즌 플랜 A 나 B가 될 전술전략을 어느 정도 후반기에 실험하겠죠.) 포터로 더 갈 여지가 없다면 임시 감독을 세워서 포터를 골랐던 것처럼 급하게 고르지 않고 여름을 준비하면서 대비할 시간을 벌든 차기 감독에게 포터에게 줄 시간과 면죄부를 주면서 지금의 스쿼드를 어떻게 정리할지를 궁리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보기 때문.
구조를 바꾼 이번 경기에서도 결국 안정성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뒤에서 언급할 거임) 포터가 더 긴 시간을 보장 받으려면 리그에서 힘들게, 아슬아슬하게 이길 접근 방식과 방법론을 내놓을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단순히 1대0 승리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설 정도로 지나친 안정성 추구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1점도 귀하게 생각하는 유럽 대항전에 아슬하게 걸친 팀이나 중하위권 팀들이 가질 법한 마인드에 가까움) 더 적극적이고, 더 과감하고 선수들의 체력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경기에 가까운 느낌이 나와야 옳다고 봅니다.
소튼 전 이후 언급한 큰 틀에서의 3가지의 해결책 (소튼 전 후기 글 보시면 나옵니다. 링크 클릭하시면 됩니다.) 을 포터가 단독으로든 섞어서든 다 썼음에도 유의미한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는 건 아예 큰 변화를 줘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 이런 큰 변화가 나오지 않는 한 포터로 더 가는 건 선수들의 리듬이나 부상 가능성을 생각했을 때 몇 경기를 하든 몇 승을 하든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경질을 주장하는 겁니다.
더 나아가서 만약에 경기를 진다고 했을 때 여론이 악화되는 속도는 물론이고 팬들이 한번만 더 걸리라고 노리고 있기에 혹여나 포터가 여기서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바로 엎어버릴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감독에게 시간을 계속 준다는 건 여러모로 고려해야 할 내외적인 변수가 너무 많다는 거 역시 위험 요소 중 하나임. 그럴 바엔 다음 감독에게 그 시간을 주는 게 더 현명하다고 보는 게 마냥 허황된 소리라고 보는 게 더 무리가 아닐까 싶구요. 어차피 첼시는 지금 스쿼드 인원을 다 데려갈래야 데려갈 수가 없음.
이제 경기로 들어가면 포터의 전술전략은 안정성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쓰리백으로 바꿨음에도 과감하게 패스 루트를 만들어서 올라가는 것보다 측면으로 한 방에 넘어가서 루즈볼이나 세컨볼을 만들거나 코너킥, 스로인 기회를 활용하는 안정적인 전진 방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장면들을 봐도 풀백들에게 아예 여유가 된다면 최대한 올라가라고 지시한 티가 나는 장면들이 보입니다. 다른 장면들을 봐보시죠.
이번 경기에서의 전술전략은 기존 구조와 다르게 측면과 중앙이 최대한 동시에 올라가는 게 아니라 일단 측면에서 최대한 앞선에서 볼을 잡은 상황에서 코너킥, 스로인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되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에 이후에 올라오는 선수들이 루즈볼과 세컨볼을 잡아서 3대7 페너트레이션을 유지하면서 공격을 하자는 쪽에 가까웠다고 보는데요. 일단 크게 봤을 때 이런 전술전략으로 돌아선 이유를 네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가 있겠죠.
첫째는 티아고 실바의 부재는 곧 넓은 범위를 혼자서 커버가 가능하고 다른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의미기 때문에 기존 구조를 유지했을 때 리스크가 증가한다는 소리니 포기할 수밖에 없고.
둘째는 동시에 가용할 수 있는 센터백의 숫자 자체가 늘어났고. (심지어 오른발-양 방향 가능-왼발로 쓰리백까지 맞출 수 있으니)
셋째는 2대8 페너트레이션이 전혀 효율적이지 않고 득점이 나질 않으니 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
그리고 마지막 넷째는 지예흐를 활용한 루즈볼, 세컨볼 생성을 상대 팀들이 다 읽고 있고 저번 경기엔 아예 지예흐의 이런 장점이 나오질 않았으니 주전술로 써봤자 후반전 빠른 교체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포터 자체가 어떤 상황에서도 과감한 선택을 하질 않는다는 점.
그러면서 앞서 장면들을 통해서 보여드렸듯이 칠웰과 치크의 위치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렸고 롱패스를 넣어도 주발로 다이렉트로 한 방에 넘길 수 있게끔 (롱패스 받아서 웬만하면 바로 뻥) 미드필드들과 센터백들에게 지시를 했을 가능성이 높겠죠. 그래서 양 방향을 보는 게 훨씬 자연스러운 엔조는 오른쪽. 왼쪽에서 오른발을 쓰면서 오른쪽을 보는 게 훨씬 익숙한 코바치치는 왼쪽. 그리고 쿨리발리가 가운데서 이 둘을 지원해 주면서 양 방향으로 갈겨주는 식.
이게 계속 유지가 되면 3열 대형을 유지하면서 전진을 할 수 있고 상대도 웬만하면 측면을 타고 올라가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풀백들이 저만큼 올라와있다는 건 뒷공간이 그만큼 비어있다는 소리고. 빠르게 올라가려면 역시 측면만큼 좋은 곳이 없으니까) 수비도 최대한 시간을 벌거나 조금 더 압박 강도를 유지하면서 중앙에 인원을 채워넣기만 하면 막을 수 있다고 계산을 한 거라고 볼 수 있겠죠.
더 나아가서 이런 식으로 빠르게 넘어가서 바로 뻥 갈기는 얼리 크로스나 깊은 곳에서 갈기는 크로스가 코너킥과 스로인 상황을 만들어주는 게 단순히 골을 넣을 찬스뿐만 아니라 상대 선수들을 다 최대한 뒤로 밀리게 하는 거기 때문에 이 역시 안정적인 상황을 어느 정도 깔아줄 수 있다는 겁니다.
대신 그 전 구조보다 전방 압박이나 상대를 측면으로 몰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인원이 더 들어가면서 압박을 하는 빈도 수 자체는 높아졌고 성공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만 여전히 첼시는 어떤 팀을 상대로든 진흙탕 경기를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필드 자체를 공수 양면에서 너무 넓게 쓰고 있습니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을 그래도 찾자면 현재 상대 선수들을 끌어내고 시선이 쏠리게 만든다는 부분에서 현 스쿼드 내에서 가장 앞서있는 스털링 (현재로선 에이스라 봐도 무방함) 까지 프리롤로 쓰면서 프리롤이 두 명이 되는 구조가 됐는데 이게 기존 구조보다는 훨씬 더 자연스럽고 막힌다는 느낌이 덜하게 전진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건데 (아무래도 의식을 하게 만들고 펠릭스나 스털링이나 오프 더 볼을 성실하게 하다보니) 리즈보다 더 수준 높은 선수들로 라인업이 구성되어 있고 더 체계적이고 강렬한 압박을 할 수 있는 팀을 만났을 때 이게 먹힐지는 미지수라고 봅니다.
지금보다 더 치고 박는다고 했을 때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빨라서 후반전 중반에 접어들면 급격한 하락이 나타났던 기존 구조랑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고 보구요.
도르트문트 전을 지켜봐야 할 이유는 생겼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의문이 더 많다고 보고 GREAT WIN 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