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더 볼 수비라 그러니깐 뭔가 혼동이 오는 거 같은데 단순히 그런 측면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본인이 막아야 할 곳이 어디고 누군지를 파악할 수 있느냐는 거임.
굳이 온 더 볼 수비를 강조한 건 맨유 선수들은 그 몇 초 사이사이에 볼을 소유한 선수를 쳐다보지 않고 다른 것들을 눈에 담아둬야하는 선수들까지 다 볼을 쳐다보다가 오프 더 볼을 행하는 여러 명의 선수들을 놓쳐서 한 박자 느린 판단을 하고 수비를 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기 때문.
여기에 볼을 소유한 선수가 박스 근처나 안으로 들어왔을 때 다수의 선수들이 바로 협력으로 들어올 수 있는 상황임에도 머뭇거리다가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 수비가 많죠. 달롯, 바란만 짚었지만 루크 쇼도 똑같고 대부분이 다 그런다는 거임. 살라가 뭘할 지 모르니까 이걸 붙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시간 다 줘버리고 슈팅까지 이어지는 거죠.
당연히 아슬아슬하게 수비를 해내면 장면 자체가 멋있고 골로 이어질 뻔한 걸 막았으니 수비는 좋아보이겠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애초에 그런 장면을 최소화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라는 거죠. 이건 토탈 풋볼의 관념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기에서 뒷공간이 열리는 모든 빅 클럽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문제임.
물론 볼을 보고 수비를 할 수 있죠. (보통은 그렇게 지시하겠죠. 간격과 대형을 유지하면서 공수를 해내는 것 역시 중요하니까) 그 아주 짧은 사이사이에 상대 선수들이 행하는 오프 더 볼과 볼의 방향을 보면서 예측할 수 있는 선수들은 분명히 흔치 않음. 할 수 있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수비 스킬이 있어야 하는 거고. 맨유는 이런 선수를 찾거나 보조해줄 수 있는 선수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임.
맨유 얘기하는데 자꾸 리버풀 선수 얘기를 해서 좀 그렇긴 한데 반 다이크 보면 본인이 있는 곳에 오지 말라고 계속 손짓하죠. 이미 자기가 진작에 자리를 잡고 판단을 해서 수비를 해낼 거니까 안 와도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본인도 동료들이 있고 막을 수 있으면 굳이 가지 않음. 이럴 때 간격 유지를 하면서 계속 주변을 파악하고 동료들, 상대 선수들을 보다가 그 유지를 깰 때를 판단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사소한 하나하나가 쌓이면서 능동적으로 수비를 하니 쓸데없이 빠지는 체력 소모를 줄여주는 거죠.
파비뉴도 자기랑 가까운 거리에서 볼이 어딘가로 향하는 거 같으면 그냥 달려가서 바로 스탠딩으로 들어가죠. 이건 위험한 수비가 아님. 오히려 매우 좋은 수비죠.
더 나아가서 상대가 한 명만 제끼면 그냥 바로 골키퍼랑 단독 상황이 될 수도 있을 때도 반 다이크는 원온원을 하면서도 최대한 상대를 측면으로 빼내거나 그게 안 되더라도 버티니까 리버풀 선수들은 그 사이에 다 들어오는 거임. 로버트슨이나 아놀드가 올라가서 뒷공간을 공략 당할 때도 마찬가지죠. 짝꿍이나 자기가 혼자서 안 될 것 같다 싶으면 최대한 시간을 버는 수비를 하는 거고 자기가 더 가깝거나 둘 중 누구든 혼자서 막아낼 수 있으면 막아내고 볼을 뻥 차는 게 아니라 소유를 해내는 거임.
튀어나가는 게 위험하다는 건 고정관념일 뿐임. 매번 그렇게 수비하라는 소리도 아니고 이런 판단을 시기적절하게 할 수 있냐를 봐야한다는 거죠. 오히려 이건 자기 뒤에 아무도 없는데 마스체라노나 다비드 루이스 같이 슬라이딩으로 한 방에 잡아내거나 스로인을 만들어 버리는 수비를 자주 하던 선수들한테나 할 소리임. 푸욜이나 비디치, 루시우 등은 그렇게 수비해도 전혀 위험하지 않았음.
심지어 푸욜은 짝꿍이었던 마르케즈도 그랬고 피케도 이런 수비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역으로 수비가 안정됐죠. 데 부어한테 욕 먹던 어린 시절도 늘 지적 받는 게 왜 맨날 따라가는 수비만 하냐는 거였음. 이런 것들이 앞서 말한 마스체라노나 뚜레, 부스케츠, 로드리, 파비뉴 등이 센터백을 봤던 이유 중 하나기도 함. 빠른 센터백을 얘기하는 경우도 보면 따라가는 것에만 집중하지. 이런 부분은 아예 보질 않죠.
그리고 웬만해선 이런 얘기 안 하는데 커맨더니 파이터니 분류에 미쳐있는 그런 헛소리 하는 사람들 얘기는 거르시면 됩니다.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헛소리임.
그렇기 때문에 좋은 선수들을 꾸준히 데려올 수 있는 빅 클럽의 감독들은 이런 선수들을 구하기 힘드니까 전방 압박을 세부적으로 달라도 결국 큰 틀에서 보면 측면으로 모는 걸 선택하는 거죠. 왜냐. 한 곳을 스로인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 선수들에게 지시할 게 적어지고 선택지를 제한할 수 있죠.
이 다음이 중요한 거임. 그렇게 몰아도 볼을 뻥 차든 뚫고 나오든 한번 넘어가기 시작하면 그땐 후방 선수들의 대처 능력에 달려있는 거니까요. 결국 여기서 얼마나 서로를 메워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니까 본인의 방식을 이해하거나 말 안 해도 알아서 하는 선수들을 좋아하는 겁니다. 이런 건 아무리 가르쳐도 안 되니까요. 왜 그렇게 해야하는 지 스스로 이해를 해야 실행이 가능한 영역임. 가르쳐서 되는 선수라는 건 애초에 재능의 크기가 매우 큰 거구요.
맨유는 그냥 포지션의 영역에서 보면 좋은 선수들 많은 팀 중 하나라고 봅니다. 근데 공수를 같이 해낸다는 넓은 개념에서 넌 때로 수비수가 되고 미드필드가 되어야 해 아니면 넌 때론 중앙에 있어야 하고 측면에도 있어야 해. 들어왔다 나갔다. 나갔다 들어왔다 해야해. 등등과 같은 이런 상호 작용이 매우 떨어지는 선수들 역시 많다고 봐요. 그래서 몇 명한테 다 몰아서 시켜놓고 나머지는 할 것만 하는 심플한 축구가 계속 맞다고 했던 거임. 여전히 맨유의 축구는 심플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근데 그런 감독이 아니라 다른 감독을 뽑아놨으니 넓게 보면 전체 영역에서 그의 입맛에 맞게 영입을 해야한다는 거죠.
그래서 전 텐 하흐가 원하는 선수를 사줘야 하냐 아니냐 역시 전 전자라고 생각함. 그가 1-2년하고 도망갈 게 아니라 1년차에 챔스권을 지켜내고 숨통을 트여준다면 더더욱. 반 할도 어딜 가나 비슷했는데 특히 90년대 바르셀로나에서 이런 적응기를 최소화하고 더더욱 플랜 A 라는 틀을 만들고 극단적인 전술 변화로 대응하기 위해서 더치맨들이나 네덜란드 리그, 아약스 출신들만 미친 듯이 샀음.
첫 시즌이나 호돈이 갑자기 나가면서 히바우두랑 소니 안데르손을 사느라 라이지허랑 헤스프만 사준 거지. 그 다음 시즌에 데 부어 형제, 클루이베르트, 젠덴, 코쿠 다섯 명을 여름, 겨울에 사주죠. 마지막 3년차엔 갑자기 매물로 튀어나온 리트마넨까지 사줬음. 물론 반 할의 바르셀로나는 이 더치맨들이랑 아약스 애들 사모은 끝이 안 좋았지만... 반 할의 2년차였던 98-99 시즌이 맨유 트레블 시즌이라 돌려보신 맨유 팬분들도 계실 텐데 당시 바르셀로나가 지금처럼 조별 예선에서 떨어졌어도 지금과 다르게 매우 강한 팀이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실 거임.
뮌헨 가서도 반 봄멜 내외적으로 잘 활용해먹고 로벤이랑 네덜란드 리그 뛰던 포리바렌테 프라니치랑 또 어떤 더치맨 있었는데 아무튼 사달라했고. 오히려 맨유 갔을 때가 제일 고집 덜 부린 편임.
텐 하흐의 픽이 맞냐 아니냐 이전에 그가 금방 도망갈 게 아니라 팬들도 그도 오래 같이 갈 게 보인다면 실패하더라도 그의 영입 방향성과 내부에서도 어떤 선수를 올려서 쓰냐를 보고 어느 정도는 맞춰주는 게 맞다는 거고. 뮌헨은 그래서 성공했고 바르셀로나도 성공했음. 물론 다음 감독을 잘 뽑아야 한다는 매우 어려운 조건이 따라오긴 하지만요.
바르셀로나 얘기는 건너뛰었는데 새로 글을 하나 더 쓰긴 그렇고 짤막하게 덧붙이면
- 파티 초장부터 이기적인 플레이가 보이더니 계속 그러더라. (동료들을 안 보고 상대 선수들이 서로 소통까지 했는데 그대로 돌진하다 뺏김) 아무래도 입지가 바뀌고 본인 실력이 예전 같지 않으니 더더욱 그러는 것 같다. 페란이 시즌 초에 그랬던 것보다 농담 안 하고 최소 2배는 더 심해보여서 짜증이 날 정도.
- 세르지는 로테이션 멤버치고 너무 많이 나온다. 챠비는 지금 현재 선수들에게 실력제로 자리를 따내라고 하고 있는 게 맞나? 싶음. 아니면 토레가 훈련에서 그렇게 못하나? 둘 중 하나일 듯. 공개적으로 보여지는 훈련은 어느 팀이든 믿을 게 못 되니깐.
- 좋은 선수가 아래 카테고리에 있다면 슬슬 담금질 해보는 것도 선수단에 긴장감을 주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팬들의 바람이 아니라 진짜로 있다면. 아마 1-2명은 있을 것 같다고 느끼는데 챠비의 생각은 어떤 지 모르겠다.
이상 끝.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