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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어쩔 수가 없나봄

by 다스다스 2023. 3. 9.

 
 
 
 
파리 가고나서 메시를 그렇게 많이 챙겨보진 않았는데 막상 떨어지고 고개 푹 떨구거나 하늘 보고 있는 모습 보니까 어쩔 수가 없는 듯. 월드컵이 확실히 신체적 하락을 어느 정도 가속화 시키긴 한 것 같다고 느끼고 이제 90분을 일정한 리듬으로 소화할 수 있는 몸은 확실히 아닌 것 같음.




반응력이 느려지는 건 나이를 먹으니까 막을 수가 없는 거라 쳐도 달리는 거 자체가 조금만 빠르게 달려도 아플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본인이 어떻게 뛰어야 안 아픈지 알테니) 느려졌다는 건데 이러면 더더욱 동선을 좁게 만들고 박스에 가까이 붙여줘야 하는데 그럼 또 높은 수비 밀도를 계속 견뎌야 하는데 거기서 몸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그거 역시 현재로선 미지수기 때문에 메시 본인도 딜레마지 않을까 싶네요.
 
 
 
 
포지셔닝도 동선이 길어지면 효율적으로 필요할 때만 뛰면서 잡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든 조정해줄 감독을 만나야 하는데 적어도 파리에 남는다면 그런 감독은 투헬 아니면 없지 않을까 싶음. 전 지금 파리가 감독들에게 너무 매력이 없다고 봅니다.
 
 
 
 

파리를 보면 네이마르까지 껴있는 3명이든 오늘처럼 2명이든 아니면 셋 중 한 명만 나오든 의존증에 시달리는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적어도 그 선수들의 효율을 낼 수 있는 판을 짜는 건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일정 부분은 감독에게 달려있음.




근데 일단 파리는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선수의 부재도 크겠지만 후방 구조가 너무 별로인 팀이고 선수들의 오프 더 볼이 거의 없습니다. 선수들이 발이 웬만하면 다 땅에 붙어있음. 모든 선수들이 볼이 오기만 기다리고 혹여나 움직이더라도 어떻게 볼이 올 지는 생각을 안하고 발로만 받으려고 하죠. (아무래도 뮌헨 선수들의 좋은 경합 능력과 원온원을 의식해서 띄워져서 오는 볼은 음바페, 라모스 정도말곤 아예 생각도 안 한 듯 싶기도 함. 실제로 세트 피스도 다 라모스 노리는 거였고.)
 
 
 

거기에 본인 주변에 뮌헨 선수들이 몇 명이나 있는 지를 인지를 못하고 있으니까 뮌헨 선수들이 한 쪽 측면에 몰려있어도 비어있는 공간으로 오는 선수는 메시 말고는 아무도 없습니다. 당연히 줄 곳이 없습니다.




(뮌헨은 돈나룸마부터 압박하는 게 아니라 앞선에 서는 3-4명의 선수들이 파리의 최후방을 압박하면서 패스 루트를 의도적으로 한 곳으로 몰거나 측면으로 몰거나 아니면 속도를 아예 늦추는 걸 택했음)



일단 왼쪽 반경에서 뮌헨이 저렇게 대응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 건 베라티가 유도해내고 파비안 루이즈 (대책이 될 수도 있겠다고 말씀을 드리긴 했었음. 그나마 라모스랑 같이 열심히 한 듯) 한테 주면 왼발-왼발로 음바페한테 발로 깔리는 패스가 들어갈 확률이 올라가니까요. 누누 멘데스도 왼발잡이니깐 더더욱 고려해볼 법한 생각이긴 했습니다. 반대편에 주로 위치하는 메시야 본인이 안 풀리면 내려오지만 음바페는 스타트를 하는 지점이 어디냐에 따라 파괴력이 천차만별이기도 하구요.




문제는 그 의도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적극적으로 상황을 해결해줄 선수가 있느냐인데 파리는 없음. 베라티는 누누히 말하지만 그 과정에 크게 기여하는 선수지. 혼자서 그걸 할 수 있는 선수는 분명히 아님. 전성기로 상황을 바꿔도 전 같은 얘기 할 거임. 그럼 더 적극적인 오프 더 볼로 전반전 안에 뮌헨 선수들보다 더 페이스를 끌어올렸어야 했다고 보는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파리는 볼이 없는 상태에서 상대 선수들을 의식하게 하는 선수는 커녕 사이사이를 제치면서 다니는 선수도 없음.



(볼을 탈환하고 달리는데 파비안 루이즈 빼고 아무도 안 뜁니다. 물론 뺏기긴 했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발이 붙어있습니다. 용량 문제로 움짤을 안 쓰는 거지. 대부분의 장면에서 이럽니다.)



(저 비어있는 공간을 아무도 채우질 않으니까 패스는 계속 뮌헨이 원하는 데로 굴러갑니다. 음바페한테는 굴러가는 볼이 갈 수가 없죠.)



(결국 답답한 메시가 내려옵니다. 안 풀리는 경기에서 늘 나타나는 모습이죠.)



이러면 상대 선수들에게 메시는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뮌헨이 오늘 잘한 게 전방 압박을 과도하게 하는 게 아니라 미드필드 라인 (주로 고레츠카-키미히-데이비스가 섰던 열) 으로 들어오거나 하프 라인을 넘어오면 협력 수비를 붙었는데 한 명이 붙고 두 명이 경로를 차단하고 나머지 선수들이 그 다음을 수비하면 메시는 아무리 못해도 4-5명을 뚫어야 음바페한테 깔리는 패스를 줄 수 있거나 본인이 찬스를 만들 수 있다는 소립니다.




물론 이렇게 모두가 발이 땅에 붙어있는 가운데서도 유독 눈에 확 띄는 범인이 있는데 비티냐입니다.




(뮌헨 선수들이 자기 주변에 몇 명이나 있는지 파악은 커녕 그냥 계속 이상한데 자리를 잡고 주변 선수들을 오히려 위기에 빠뜨리고 곤란하게 했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오프 더 볼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으니 콕 집어서 비판할 수 없겠지만 본인이 뛰어줘야 할 상황에서도 가만히 있거나 쳐다보고만 있습니다. 아까 메시가 내려온 상황도 원래대로라면 비티냐가 거기에 있었어야 맞았겠죠. 그 주는 골을 못 넣은 것보다 계속 얘가 제일 문제였음)



결국 전반전에 이도저도 안 되고 뮌헨이 후반전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더 뛰기 시작하니 파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기존보다 더 무리한 선택지를 가져가고 한 명 유도할 거 두 명 유도하고 하는 것들 말곤 없죠.



(전반전에 이 지표 띄워줄 때 이미 가망이 없다 생각했음)



더해서 뮌헨은 필드 어디에서도 압박을 할 수 있는 수비적이면서도 공격적인 팀이라면 파리는 그냥 따라가는 압박만 하는 팀입니다. 음바페-메시가 너무 효율적으로 뛰려고 해서 골키퍼를 향해 달려가는 그 사소한 전방 압박의 시발점 조차 다른 선수가 하거나 잘 되지 않지만 그렇다면 그에 맞게 최대한 실리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을 했어야 한다는 거고. 전 이건 감독이 비판을 피할 수가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물론 이렇게 해도 리그에선 이기겠죠. 그게 문제인 겁니다. 리가도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등의 팀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파리도 리그앙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볼을 소유하고 있는 선수에게만 달려가는 압박을 합니다. 다른 선수들은 역시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장면 역시 볼을 잡은 선수에게만 붙습니다.)



(파비안 루이즈가 골키퍼를 향해 달려가는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뒤에서 달려오고 있는 선수 마저 없습니다.)



(이제서야 달려갑니다. 동시에 압박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 한번, 너 한번 순서대로 하니 뮌헨은 압박 받을 거라곤 음바페의 위치, 메시의 온 더 볼 말곤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나겔스만이 경기 분석을 할 때 비디오 분석을 많이 하고 선수들과 같이 보면서 어떻게 뛰어야할 지 이해시키는 식으로 하기도 한다던데 파리는 선수들이 이해하기도 쉬웠을 거고 대응하기도 쉬웠을 거라고 봅니다. 그에 맞게 전반전에 안정적으로 하면서 대응을 해준 거고 후반전은 박스 근처까지 올라가는 속도와 에너지 레벨로 눌러버린 경기라고 봅니다.




16강에 올라온 팀들 중에 상대적 강팀이라고 불릴만한 전력을 갖춘 팀들 중에 압박을 하긴 하지만 저런 압박을 하면서도 엄청 느린 축구를 하는 팀은 파리밖에 없습니다. 패스도 느리고 선수들의 움직임도 느리지만 (선수의 스피드가 빠르냐 느리냐와는 아예 다른 얘기임) 양 측면 풀백들의 가속, 음바페, 네이마르, 메시 세 명이 각자 갖고 있는 장점들로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여서 공략하는 팀인데 애초에 그걸 못하게 하니 방법이 없었습니다.



(오늘 경기 음바페와 메시의 드리블 맵. 12번의 드리블 시도 중 2번 성공했는데 성공한 지점은 하프 라인 아래였음. 왜 저기서 드리블을 해야했을까를 생각해봐야겠죠.)



(뮌헨 선수들의 드리블 맵. 저렇게 순차적으로 붙는 압박으로 뮌헨 선수들이 얼마나 편하게 볼을 받는 장면들이 많았고 원온원과 경합에서 우위를 점했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봅니다.)



누가 남든 지금 선수들로 더 나아가는 건 의미가 없다고 느낍니다. 많은 것들을 바꿔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경기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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