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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반쿠루

by 다스다스 2023. 3. 12.



요번 주는 첼시, 시티 없음. 시티만 잠깐 봤는데 너무 피곤해서 나머지는 하나도 못 봤네요. 다시 보기를 안 하다보니까 보고 쓸 일은 없고. 영상은 설명을 위한 스샷 찍으려고 메모해둔 시간대만 쓱 보고 찍는 거임. 전 경기 두 번 안 봐요. 바르셀로나는 보겠지만 쓸 게 있음 쓰고 없으면 안 씀.





루쵸와 쿠만은 반 할을 많이 닮아있음. 특히 기용 방식이 많이 닮아있는데 본인 마음에 드는 선수들에게 한없이 관대하고 언론들이 비판을 해도 무한 쉴드를 치는 편. 루쵸는 인터뷰 스킬이 매우 좋은 편이지만 쿠만은 그것마저도 반 할을 많이 닮았음. 남 탓, 난 잘했다, 맞대응 등등..




반 할은 유독 빠른 선수들을 측면으로 빼서 썼음. 라이지허도 미드필드 보던 선수인데 넌 측면이 어울려 하면서 풀백으로 썼고 윙어 뛰던 애들도 그냥 갑자기 풀백 시키고 미드필드 시키고 그랬음. 선수가 그것에 불만을 품으면 웬만하면 방출이나 한 동안 플랜에서 배제. 쿠만이 이렇게 변태같은 기용 방식을 쓰죠. 선수 보는 눈이 독특하고 그걸 어린 선수들한테 적용하는 것 역시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편입니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을 교체에 최소 2-3명을 둬서 전반전에 엄청 마음에 안 들면 그 2-3명을 다 넣어서 경기 양상을 아예 바꿔버리곤 했죠. 레이카르트도 이런 걸 많이 보고 배웠고. 아약스 출신 감독들 특징 중 하나기도 함. 무링요는 이런 반 할에게 배우기 위해서 롭슨과 이별을 선택한 사람. 물론 롭슨도 무링요를 점점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것 (가면 갈수록 무링요의 행동이 과했음. 반 할과는 성격상 잘 맞을 수밖에 없었고.) 역시 사실임.




중앙에 써달라고 대놓고 불만 표시를 하던 히바우두를 그냥 벤치도 아닌 관중석에 앉히고 자신의 원칙과 규율을 따르지 않던 브라질리언들을 싹 다 배제하던 도라이였음. 피찌 같이 때론 건방진 면을 보이던 선수나 볼 소유를 중요시 여기지 않고 지멋대로 하는 선수 (맥락 없이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려고 하던 데 라 페냐 역시 주어진 기회 안에 바뀌지 않으니 언론들이 뭔 소릴 해도 쓰질 않았음) 역시 과감하게 배제하던 게 그의 기용 방식. 유독 자유로운 영혼들이 반 할을 싫어하고 그냥 최악의 감독이라고 하는 게 그의 모든 기용, 관리 방식이 맞지 않았기 때문.




그의 2기 부임 조건은 월드컵 위너이며 암흑기 유일한 빛이자 당시 팬들이 경기장으로 오는 가장 큰 이유였던 히바우두의 방출. 소식이 퍼지자 난리가 난 팬들의 해명 요구에 당시 의장인 가스파르트를 비롯한 보드진들은 책임 회피를 위해 (가뜩이나 욕만 먹는데 이거까지 뒤집어쓰면 아마 더 빨리 쫒겨났을 거임) 반 할의 요구 사항이라고 까버림.




반 할은 아무렇지 않게 내 전술전략에 맞지 않는 선수라고 대응. 그러고 그는 시즌에 들어가서도 없는 돈 다 털어서 임대해온 멘디에타를 풀백으로 쓰고 리켈메를 배제하는 짓을 하죠. 사비올라도 윙어로 쓰고 오베르마스도 변형 투톱으로 쓰고. 쿠만의 발렌시아의 이전 버전이 02-03 시즌의 반 할이었습니다. 모가지 날라가던 경기였던 셀타 전도 리켈메는 벤치 워머였음.




긴장감 유지, 중요성 강조 등을 위해 홈 경기임에도 합숙을 시킬 때 (크루이프, 펩, 루쵸도 썼던 전략. 엘레니오 에레라나 미헬스가 원조로 알려져 있음) 도 반 할은 성격이 하나도 맞지 않거나 말이 안 통하거나 공감대가 없는 최고참-꼬맹이를 같은 방을 쓰게 하는 변태적인 배정을 하기도 했는데 놀랍게도 푸욜과 챠비는 그로 인해 팀에 빠른 속도로 녹아들었고. 또 이게 안 맞는 선수들은 반 할을 그냥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했음.




근데 이런 감독이 어린 선수들한테는 한없이 따뜻하고 친절했다는 게 놀라운 점. 어린 선수들에겐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고 뭘 하라고 지시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를 바라던 게 반 할의 유망주 기용 방식. 쿠만 역시 이것을 많이 보고 배웠고 써먹었죠.




이기고 있는 경기에선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몰아주기도 했었습니다. 자신감이 붙으면 선수는 증명하면서 자리를 잡고 이후 오는 감독들 중 누군가가 그 선수에게 알맞은 자리를 찾아주는데 성공하면 팀은 성공함. 아약스랑 바르셀로나는 그렇게 성공했고 뮌헨도 성공했고 아직도 뮐러가 핵심 선수로서 팀을 이끌어 나가고 있고 맨유는 래쉬포드가 증명하고 있음. 뮌헨 할배들은 반 할을 1단계의 감독이라고 표현했는데 그거만큼 잘 표현한 게 없다고 봅니다.




루쵸는 쿠만처럼 극단적인 감독은 아니지만 이런 것들을 많이 보고 배웠습니다. 좋은 감독은 맞지만 호불호가 갈리고 조건과 환경을 많이 탈 수밖에 없는 감독. 반 할 얘기를 자주 하는 게 맨유에서의 모습이 대중들이 기억하는 전부라서 그런 게 제일 큼.




그는 아약스의 전설적인 존재 중 한 명이고 아약스의 뛰어난 코칭 시스템을 만들어 낸 인물 중 한 명이자 과거에 모든 팀들이 탐내던 명장이자 90년대를 얘기할 때 꼭 나올 수밖에 없는 감독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가 가는 팀은 그가 있을 땐 모르지만 늘 무언가를 남겨놓고 간다는 것.




맨유 역시 반 할 이후 그와 비슷한 성향의 감독을 뽑았으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좋은 팀이 되어 있었을 거임. 반 할에게 많은 영감을 받은 긱스와 루니 또한 어떤 행보를 보일 지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가 아닐까 싶음. 이미 반 할과 비슷한 면모를 많이 보이고 있는 텐 하흐가 맨유에서 좀 치고 있으니 루니가 다음 타자나 다다음 타자로 등장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네요.





루쵸 얘기 자주 하다보니 반 할 얘기도 한번 짤막하게 해보고 싶었음. 개인적으로 말을 너무 엿같이 해서 좋아하진 않지만 생각 이상으로 위대한 감독 중 하나고 축구 철학도 매우 확고한 사람 중 한 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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