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산 마메스 원정에서 승점 3점을 얻은 건 기쁜 일이지만 이겼다고 좋아할 경기는 아니었고 이번 시즌은 이제 챔스나 유로파 경기가 없고 경쟁력을 확인할만한 경기라곤 엘클, 알레띠 (여기도 의문이긴 하지만 어쨌든) 말고는 없기에 오히려 우려스러운 경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발베르데 때도 얘기했지만 이렇게 이겨나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음. 과정 없는 승리나 우승은 주요 경기들이나 다음 시즌 가면 그대로 뽀록나기 마련이고 발베르데 때까지 갈 것도 없이 이미 이번 시즌에도 챔스, 유로파로 몇 차례를 봤으니 덧붙일 것도 없음. 어떻게 이기냐는 그만큼 중요한 문제.
일단 레반도프스키와 부스케츠의 기용 방식이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있는 게 명확하게 보였다는 점. 4 미드필드 전술을 쓰면서 최대한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는 전술전략을 선보인 건 맞지만 계속 쓰면서 보인 문제점이 있는데.
미드필드들의 간격을 좁히고 터치를 늘리면서 더 많은 패스 루트를 만들기 위해서 중앙에는 레반도프스키가 내려와서 들어갔다는 게 첫째고. 레반도프스키의 위치가 이렇게 뒤로 빠지고 옆으로 빠지면서 양 측면 포워드들이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내주지 못했다는 게 둘째고. 이게 먹히지 않으니 상대를 급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셋째. (2-3명의 수비가 붙을 이유나 갑자기 달려들 이유가 없다.)
결국 챠비가 레반도프스키를 박스 안에 최대한 두는 게 아니라 바깥으로 빼낸 건 레반도프스키의 뛰어난 경합 능력과 간결함이 바탕이 돼서 좌우 포워드들의 공간을 열어 최대한 빨리 측면 공간을 공략하면서 득점까지 노려보겠다는 거였는데 리가에선 어찌저찌 됐어도 빡센 원정이나 비슷한 전력의 팀들을 상대로는 먹히지 않았다는 거.
그리고 페드리가 빠지면서 좌우 방향성 (좌우로 얼마나 골고루 패스가 잘 나가냐) 을 잃어버리면서 부스케츠 공략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점.
다른 장면을 한번만 더 보겠습니다.
다시 레반도프스키로 돌아오면 현재 바르셀로나의 대부분 공격은 레반도프스키가 볼을 잡고 측면에 내주면서 측면 공간을 하피냐, 세르지, 발데, 데 용, 가비 등이 공략하면서 내주는 크로스나 패스가 레반도프스키가 박스 안에 도달하는 타이밍과 맞추는 게 대부분인데 긴 거리를 달리고 볼을 탈환하는 과정 자체가 거의 박스 근처까지 밀려버린 터라 터치의 기복이나 포지셔닝이 어긋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거겠죠.
좌우 포워드들이 더 뛰어주거나 아니면 레반도프스키의 역할을 줄이거나 페란 토레스를 중앙에서 오프 더 볼을 하게 하는 거처럼 양 측면 포워드들에게 더 적극적인 사선 오프 더 볼을 지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데 하피냐는 좋은 오프 더 볼을 가지고 있지만 그게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는 오프 더 볼이라기엔 부족하고 페란 토레스는 슈팅까지 이어지는 과정 자체가 기복이 심하고 판단력이 좋지 못하다는 게 치명적인 문제.
월드컵 이후 뚜렷한 하락세가 보이고 있는 부스케츠는 이제 앞선 장면들로 짚은 것처럼 대응 방식이 어느 정도 되는 팀들한테는 1 피보테가 불가능한 자원이라는 판정을 받은 거나 다름 없는데 그걸 어느 정도 보완하기 위해 나온 게 4 미드필드 전술이라고 볼 수 있죠. 챠비 역시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고 보구요.
현재 부스케츠의 포지셔닝과 위치에 따른 데 용의 역할, 위치 변화가 매우 심한 편인데 현재쓰리톱을 세우고 3 미드필드로 메우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 역시 확인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었나 싶음. 페드리가 없는 지금 데 용은 확실히 과부하에 걸려있고 위험 수위에 걸쳐있다고 봅니다.
하프 라인을 넘어가는데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고 동시에 발데가 혼자 힘으로 하프 라인을 넘어서는 게 안 되니까 (앞에 공간이 열려있어야 상대가 한 쪽 방향을 틀어막아도 속도로 제압하면서 뚫고 가는데 그게 아니면 애초에 출발 지점 자체가 하프 라인 윗쪽에 위치해야함) 이 부분도 지원해주면서 부스케츠와 센터백들의 위치를 계속 인지하면서 그에 맞게 포지셔닝까지 가져가줘야 한다는 것.
여전히 챠비가 데 용, 페드리 외에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결국 4 미드필드를 기용하지 못하니 하프 라인을 넘어가는 과정에 7명이 기여하는 촌극이 나타난 거라고 봅니다. 오늘만 해도 몇 번을 본지 모르겠음.
케시에나 세르지 같은 미드필드들이 있냐 없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전술전략은 철저하게 페드리와 데 용이 각각 부스케츠를 다른 방법으로 지원해주면서 좌우 방향성을 잡아주는 과정에서 가비와 페드리가 양 하프 스페이스에서 양 방향 패싱을 해야 의미가 있는 전술이라는 뜻입니다. 케시에가 맨유 전도 그렇고 리가에서도 오른쪽에서 다른 면들을 보여주긴 했지만 정작 패싱에선 만족스럽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영향력이 아예 없기에 페드리가 빠질 시 무조건 주전으로 활용하기에도 지장이 있단 소리기도 하죠.
이렇게 페드리가 빠짐으로서 위치 조정이 일어나고 평상시보다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해야되는 가비 역시 매우 위험한 모습을 많이 노출하고 있다고 봅니다. 전 얘는 지금 당장은 중앙에서 경기를 풀어주고 이어주는 미드필드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봄.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현재 측면에 매우 적합하다고 보구요.
더 나아가 측면 선수들 중 볼을 소유하고 내보내는 과정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가줄 수 있는 선수 조차 없기에 양상이 상대가 원하는 양상으로 가거나 경기 템포가 빨라질 경우에 그걸 잡아줄 선수가 없다는 게 계속 보이고 있음. 이건 페드리가 있어도 차이가 없을 것 같은 게 상대가 볼을 측면에서 굴리고 찰 수 있으면 오히려 더 위험한 경기가 펼쳐질 거라고 봅니다.
오늘도 빌바오가 대놓고 측면 공간을 파니까 미드필드들이 볼을 소유하고 자시고 할 게 없었음. 결국 레반도프스키 외에도 상대를 저자세로 만들 수 있는 포워드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 현재 측면 포워드 구성은 이 선수들의 기량이 급진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한 답이 없다고 봅니다.
발베르데가 여러 면에서 힌트를 준 경기기도 한데 승리가 그걸 가려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발베르데는 여전히 한번 안 좋은 흐름 타면 빠져나오는데 애를 먹는 거 보니까 참 사람이 한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