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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펩의 문단속

by 다스다스 2023. 3. 15.





공수 양면에서 효율성 극대화가 이번 시즌 펩이 가져가는 변형 전술들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포백-쓰리백의 혼용, 3-2-4-1, 포백 시 양 측면 풀백으로 기능하는 선수들의 전진 수비, 측면 포워드들을 혼자 버려두는 이유, 홀란드 활용, 데 브라이너의 측면 포워드 활용 겸 홀란드와 변형 투톱 등등 다 팬들 입장에선 왜 이러나 싶겠지만 모든 이유들은 합리적인 이유들이 있다는 거고. 다 효율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네 명의 센터백 (또는 들어왔다 나갔다가 능한 워커와 세 명의 센터백) 을 기용하는 현재 기용 방식은 로드리까지 포함해서 서로가 최대한으로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발휘되기 때문에 포백-쓰리백은 물론 3-2-4-1 대형 유지나 좌우에서 순간적으로 상대가 뚫고 나올 때 3명 (측면 포워드-미드필드-센터백) 이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변수를 최소화하는데 매우 좋은 대응 방식이 되고 있습니다.





(아케가 전진 수비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이 장면을 본 스톤스가 슬슬 뒤로 빠지죠. 화면 바깥에 있는 아칸지와 디아스 역시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볼이 넘어와서 소유권을 찾았고 디아스-아칸지-스톤스가 쓰리백 대형을 유지시키고 아케가 내려오는 동안 귄도간이 먼저 포지셔닝을 해주면서 서로가 패스 루트가 되어줍니다.)



칸셀로가 빠지면서 상대를 강제로 방어적으로 만들거나 공격적으로 초장부터 제압하는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후방에서 볼을 점유하면서 데 브라이너, 귄도간의 패싱, 홀란드의 오프 더 볼 등을 바탕으로 공략을 하겠다는 의도죠.




이러면 전체적으로 무리하게 라인을 끌어올리거나 그걸 깨고 올라가는 선수가 없어도 되고 (홀란드가 대부분의 경우에서 박스 안에서 최소 세네 명을 상대해주기 때문에 텐백을 부수려고 다수가 무리하게 들어가지 않아도 되니 4열 대형 역시 기존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음) 이렇게 4명의 센터백들과 로드리가 서로 상호 작용을 원활히 해낼 경우 에데르송의 커버 범위 역시 줄어들기 때문에 양면을 취할 수 있죠.




아무래도 홀란드가 박스 안에 있거나 상대 골대를 바라보면서 오프 더 볼을 행할 때 상대가 한 방에 확 넘어가는 종패스, 직선 패스, 짧은 거리에서의 로빙 패스 같은 류를 기를 쓰고 막으려고 하고 기존에 중앙에 위치하는 선수들보다 훨씬 더 포워드 본연의 모습을 갖추고 주어지는 기회를 최대한 득점으로 환산시키기 때문에 굳이 측면 공간을 2-3명을 동시다발적으로 공략하면서 억지로 뚫어낼 필요 역시 상대적으로 더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처럼 어설프게 라인을 유동적으로 가져가면서 대응하려고 하다보면 이런 거 한 방에 썰리는 겁니다. 손 쓰다가 손모가지가 썰리긴 했지만 이 장면 역시 위험했죠.)



위 장면처럼 홀란드에게 대응하려고 하다보면 최소 센터백 두 명과 미드필드나 풀백 한 명은 계속 얘를 주시해야하기 때문에 측면 포워드들이 버려진 상황에서 볼을 받아도 순식간에 가둬버리는 형태로 압박을 간헐적으로 시도할 수는 있어도 매번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다 보면 자연스레 측면 공간을 버리게 되거나 열어주는 장면이 나오기 마련이죠.




무엇보다 현재의 기용 방식은 상대가 적은 기회 안에서 시티를 공략할 때 측면 풀백이 순간적으로 확 치고 올라와서 박스나 반대편 측면을 노리거나 중앙에서 센터백이나 미드필드를 거쳐 나가서 뒷공간을 공략하는 측면 자원들을 활용하는 정석에 가까운 대응 방식들에 최선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기에 더더욱 현재 선수들의 장단에 맞춘 것은 칭찬할 일이라고 봅니다.




세부적으로 조금 더 들어가보면 라이프치히의 골키퍼가 원터치로 킥 처리를 거의 못하거나 해도 정확도가 안 좋고 왼발 킥은 더더욱 안 좋다는 걸 알고 홀란드를 평소보다 더 뒤로 빼거나 살짝 측면으로 빼서 순간적으로 달려들게 하는 압박을 시도했는데 이게 너무 잘 먹혔습니다. 벤제마는 영리하게 루트를 읽고 그걸 끊어먹거나 아니면 먼저 그 공간을 자리 잡는 압박을 잘한다면 얘는 자기 덩치에 비해 맞지 않는 스피드와 반응력을 살려서 전속력으로 달려들기 때문에 상대가 급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면이 있음.




베르나르도 실바는 전 여전히 자리를 찾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오늘은 후방 플레이어로서 성장한 부분들을 전방에서 잘 써먹은 경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주변을 파악하는 부지런함, 영리함. 그리고 시야. 더해서 그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내리는 판단력, 포지셔닝 등이 전체적으로 매우 노련해지고 좋아졌습니다.



(볼과 반대 방향에 있는 선수의 위치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바로 고개를 돌려서 라이프치히 선수 두 명을 자기 시야에 담죠.)



(볼을 보는 게 아니라 다시 왼쪽을 보고 자기 뒤에 있는 선수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화면 바깥에 있는 스톤스가 올라오고 있는 거까지 확인하니 이제 볼과 저 두 명을 보고 각을 좁히러 갑니다. 5초 동안 일어난 일입니다.)



이렇게 시시각각으로 알아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서 영리한 압박을 이행해줄 수 있는 선수가 있으면 나머지가 이 선수만 보고 움직이면 되니까 압박이 훨씬 자유롭게 이뤄지겠죠. 홀란드를 그렇게 활용한 것 역시 베르나르도 실바가 이렇게 상황을 조성해준 게 컸다고 봅니다.




물론 전 여전히 베르나르도 실바는 후방이나 중앙에서의 가치가 더 크다 생각하고 흔히 말하는 피보테나 중앙 미드필드로서의 가치가 조금 더 크다고 생각하는데 시티는 데 브라이너, 귄도간을 대체할 수 없으면 미드필드로서는 반쪽 자리기 때문에 포리바렌테로서 기능하는 게 최선이겠죠.





더 나아가서 16강 2차전. 넓게 보면 8강전 정도가 시티의 이번 시즌 막바지를 좌지우지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계속 얘기했는데 때마침 16강 2차전을 이렇게 대승을 해서 기대감이 증폭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올라온 거 정도는 눈으로 봐도 파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계속 눈에 띄게 들어오던 패스 세기 조절 실패, 포지셔닝 미스, 정확도 등등이 경기를 치르면서 조금씩 좋아지는 게 보이고 있음. 제가 예상하는 게 맞다면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구요.




이제 피파 바이러스 기간에 접어드는데 이 기간만 별 문제 없이 넘기면 (아마 펩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계산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8강전 경기력 여하에 따라 판단이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로드리만 한 경기를 푹 쉬는 게 어떨까 싶긴 한데 반대로 감각 유지를 감안해야하고 필립스가 너무 구더기라 제가 펩이어도 감각 유지를 생각하고 판단을 할 것 같긴 합니다.




라인업은 이제 큰 변동 없이 좌우나 4명의 센터백을 쓸 지 워커를 섞을 지 아니면 베르나르도 실바 위치 변화 정도 아닐까 싶네요. 거의 다 왔다고 느끼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8강전 경기력만 좋다면 전 이번엔 시티 우승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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