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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심플의 표본

by 다스다스 2023. 4. 4.




같은 사람이 다름 아닌 아약스로 유러피언 컵 2번 든 코바치죠. 미헬스 후임으로 왔던 사람인데 이젠 아약스 팬들도 기억 못할 정도로 업적에 비해 기억에 남아있는 게 별로 없는 사람임. 3연패의 아약스를 추억할 때 이 사람을 조명하는 사람은 조나단 윌슨 말고 본 적이 없는데 역대급 팀을 만들고 이끈 사키의 후임이었던 카펠로, 마찬가지로 역대급 팀 중 하나의 감독이었던 펩의 후임이었던 티토, 펩과 정반대의 방식으로 성공한 전후의 감독인 레이카르트나 루쵸 등보다도 훨씬 저평가 받는 인물이죠.




근데 저평가의 이유가 없었던 건 아닌 게 대단한 업적을 이룩한 바탕이 기존 미헬스가 만들어 놓은 모든 내외적인 것들을 유지하면서 (미헬스가 몇 년 동안 갈고 닦아서 완성시킨 게 70년대의 아약스임) 더더욱 심플하고 자유롭게 만드는 거였음. 선수 뽑는 기준도 기존의 색채를 유지하는 바탕이었고 새로운 건 없었죠. 코바치가 발견한 선수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요.




훈련도 미헬스가 시키던 걸 더 낮은 난이도로 더 적게 했다고 알려져 있고. (결국 2년차에 문제가 되긴 했으나 우승을 함) 물론 토탈 풋볼이란 큰 개념을 이해하고 있으니까 가능했던 거니까 무시할만한 게 아닌 것도 맞구요. 토탈 풋볼이란 표현을 처음 쓴 것도 전 이 사람으로 알고 있음.




예를 들면 축구도 미헬스처럼 극한까지 몰아붙이지도 않고 누군가가 움직이면 나머지는 그에 맞춰 움직인다 정도만 지시하면서 선수들에게 자유로움을 줬죠. 미헬스는 선수들을 물건 다루듯이 다루는 사람이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당시 엘레니오 에레라와 독단적이고 올드스쿨함의 양대 산맥이었다고 알려져 있음. 그 다음이 빌 샹클리 같은 감독들이었죠.) 선수들 일화에서도 밝혀졌듯이 크루이프 빼면 선수들도 번호로만 부르던 사람이었죠. (지금으로 치면 파티 못하면 야 10번 와봐 하고 갑자기 너 머리가 왜 이래? 내일 머리 깎아와 하면서 모든 걸 트집 잡고 갈구던 사람. 현대 시대 사람이었음 매장 당했을 성격의 소유자였음)




크루이프가 당시 아약스에서 적이 많았던 이유 중에 하나기도 했죠. 그만 편애받는다고 느낄만한 요소였으니까요. 미헬스는 하나만 어긋나도 뭐라할 정도로 내적으로도 빡빡한 사람이었음. 코바치는 이런 부분들도 잘 조절했고 때론 혼자기도 했던 크루이프를 상대할 줄 아는 감독이기도 했고 관리에 능한 감독이었죠. 본인이 공격을 받아도 그걸 드러내지 않았던 편이었고. (당시 네덜란드 언론들이 엄청 공격했다고 알려져 있음) 선수들이 자유롭게 축구를 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고 그게 타이틀을 따낼 수 있는 원동력 중 가장 큰 거였죠.




이렇듯 코바치가 나가고나서도 자유로움이 답이라고 여겼던 아약스는 이후 감독 선임도 그런 쪽으로 끌고 가지만 대차게 실패하는 경험을 하죠. 후임 감독이었던 크노벨 (당시 선수단 투표로 뽑힌 감독으로 알고 있는데 이건 조나단 윌슨 말이라 정확하지 않음) 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긁혀서 선수들이 술 마시고 여자들이랑 노느라 엉망이었다고 비판하면서 아약스는 뒤집어지죠. 코바치는 축구만 똑바로 하면 아무 것도 터치하지 않았지만 그 자유로움이 과해지니 선수들이 엉망이 되기 시작한 거죠. 몇 년 뒤 미헬스를 다시 찾아가서 규율을 잡는 게 아약스가 내린 최종 결론이었음.




전술전략이 전부처럼 보이는 건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기는 재미가 대부분 필드 위에서 오기 때문인데 막상 관계자가 되어보기도 하고 깊게 파고 들면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능력도 중요하고 바탕이 되는 것들은 전술전략에만 있지 않음. 감독의 능력을 판단하는 것들도 그렇게 좁은 범위 안에 있지 않구요.




그리고 빅 클럽 감독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술전략적인 능력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범주는 분명히 넘어섭니다. 그걸 실전으로 이끌어내는 건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영역임. 단순히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이해를 시켜야 하는 거기 때문에 잘 이끌어내는 감독은 상대적으로 그런 면들이 더 두드러지겠지만 꼭 그게 정답이 아니란 뜻이구요.




전술전략이 좋다고 해서 트레이닝론이 좋은 거 역시 아님. 트레이닝론은 얼마나 상대를 분석하고 본인들이 할 것을 창의적이고 다양하게 할 수 있느냐 역시 중요하니까요. 선수들은 금방 질려하고 감독들의 아이디어는 생각 이상으로 금방 바닥나죠. 펩이나 클롭이 정말 대단한 거임.




요즘 같이 미디어가 발달되고 헤비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에 감독은 더더욱 어려운 일들을 해내야 하는 입장이고. 그들에겐 전술전략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보다 더 넓고 깊으며 많은 것들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늘 얘기해오는데 사실 와닿기 힘든 문제라고 보긴 합니다.




늘 말씀 드려오지만 스포츠의 감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님. 축구뿐만 아니라 야구, 농구, 하키 등등 조금씩 다르기야 하겠지만 다 어느 정도는 공통 분모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때론 심플한 감독이 일시적으로 정답이 되기도 하고 독단적인 감독이 정답이 되기도 하고. 전술전략이 중요할 때가 있으면 그렇지 않을 때도 있고 다양한 거죠.




좋은 감독을 뽑냐가 전술전략이 좋은 감독을 뽑는 거로 귀결되는 거만큼 논리적이지 못하고 바보 같은 결론이 없다는 소리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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