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무조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음. 엄청 비판적이었고 처음 언급할 때부터 느낌 없다하고 이후 뭔 얘기를 하든 그게 이후 경기들에 유사하게 나타났으니 매우 뻔하고 전형적인 뻥글랜드 감독, 빅 클럽에 어울리지 않는 감독이라는 평가는 적합하다 못해 1000% 맞는 말이겠지만 증명을 안 하면 언제든지 언론들, 팬들, 선수들, 보드진까지 자기 목에 칼을 들이밀 수 있는 힘이 없는 감독이 받는 압박감은 분명히 다르죠.
그런 압박감은 당연히 실점을 하면 안 된다는 접근 방식을 우선시하게 만들기 마련임. 선수단 구성도 저도 어느 정도 과감한 축구는 가능하나 무작정 공격만 외치는 축구를 하기엔 적합한 구성은 아니라고 보구요.
빅 클럽 경험이란 게 태어나서 한번도 없는 감독이면 여기서 과감하게 이건 그냥 공격해서 풀어야 돼 라고 생각 자체를 못하죠. 실제로도 그런 사람은 만나본 적 없음. 훈련장만 가도 빅 클럽들하고 하위권, 2부 리그 클럽들 분위기는 아예 다른데 당연한 거죠. 그래서 진작부터 포터 경질이 답이라고 했던 겁니다. 그릇이 컸음 포터는 이미 초반 5-10경기 안에 '난 달라' 를 보여줬을 겁니다.
발베르데가 바르셀로나 왔을 때도 자주 얘기했지만 빅 클럽에서 받는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단순하게 타이틀을 들라 그런 압박이나 말 한 마디 (그래. 잘하자. 같은) 로 쪼는 그런 게 아니죠. 발베르데 전 좋은 감독이라 생각하고 현상을 파악하는 감각도 뛰어나다고 보지만 사람 자체가 온순하고 보수적이고 리스크를 견디질 못해서 뭐 하나라도 안 될 것 같으면 바로 다 엎어버렸죠.
아무튼 포터 짤리고 궁금해서 오랜만에 뻥글 언론들 좀 돌아봤는데 눈에 확 들어온 부분이 보엘리랑 에그발리가 훈련장에 엄청 자주 찾아왔다고 하더군요.
찾아온 이유들이야 당연히 쟤들 입장에선 자기들이 대빵이니 이런저런 선전 효과나 선수단에게 힘을 주려는 좋은 의도겠지만 막상 반대편에 서있는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르죠. 투헬도 아마 이 부분에서 불만이 컸을 거라고 봅니다. 쥐뿔도 모르는 애들이 찾아오는 것도 모자라서 단톡방도 만들고 자꾸 자기 일에 끼어들고 알려고 하니까요.
비엘사가 빅 클럽 감독을 안 하고 못하는 것도 이런 권한과 보드진이 끼어들면 안 되는 영역에서 충돌이 있기 때문이고. 펩도 라포르타나 로셀이 훈련장을 오거나 라커룸에 들어오려하면 나가라 했죠. 뮌헨에서도 합의된 사항들이 아니면 훈련장이나 라커룸엔 못 오게 했습니다. 잠머만 자유로웠죠. 시티는 당연히 펩의 이런 원칙을 아는 사람들만 있으니 안 끼어들겠죠.
축구 클럽은 당연히 상업적인 면들이 중요하니 언론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냐 역시 중요하고 보드진들은 그런 부분들도 생각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재고할 방법들을 찾지만 감독은 그걸 최대한 차단하면서 축구에 집중하고 향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투헬은 이미 정답을 아니 대놓고 거부를 했다면 포터는 빅 클럽의 생리를 아예 모르니까 여기서부터 꼬였다고 봐야겠죠. 보드진은 여기서 포터의 소통이란 카드를 내밀면서 이게 맞다고 한 거죠. 그리고 쟤넨 저렇게 다저스를 살려본 사람들이니까요.
전 이게 첼시 보드진이 실패를 한 첫 번째 이유라고 봅니다. 축구에서 감독의 할 일이 결코 적지 않고 울타리를 치고 선을 조절하는 게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오로지 감독의 역할인데 이런 부분들을 간과하고 포터의 능력을 너무 높게 봐버렸죠. 잘 됐으면 쟤넨 미국식 스포츠의 방법론의 일부를 유럽 축구에 퍼뜨린 선구자가 됐을 건데 11위라는 게 그게 안 된다는 걸 보여준 거죠.
보드진이 실패로 무엇을 느꼈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건 다음 감독은 분명히 권한과 끼어들면 안 되는 영역 등을 요구할 건데 그걸 얼마나 양보하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자꾸 젊은 감독, 젊은 감독 하는 것도 협업을 가장한 자신들의 권한 강화나 유지가 목적이라고 봅니다.
미국식 스포츠에 물든 인물들이라 그런지 생각도 굉장히 미국스럽고 행동도 미국스러운데 사이클을 궤도에 올려놓고 감독만 한두번 잘 뽑으면 우승 경쟁 밥먹듯이 할 팀 중 하나를 11위로 꼬라박아놓은 게 본인들이라는 걸 느껴야 할 거라고 봅니다. 저라면 다음 감독이 누가 되든 최대한 양보해줄 건데 얘네들 생각이 어떤지 중요하겠죠.
개인적으로 포체티노는 꺼려지는 건 투헬의 축구에 익숙한 선수들이 꽤 되는 현 첼시의 구성에서 맨투맨 시스템을 이식하는 과정이 그렇게 좋을 거라고 보지 않음. 파리에서도 결국 그걸 못해서 포체티노의 장점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축구를 했는데 혹여나 이식에 성공하더라도 다음 감독을 잘 못 뽑으면 망하는 속도나 과정이 훨씬 후유증이 클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전 비엘사나 비엘사의 제자들의 트레이닝론이 선수들의 향상에는 도움이 된다는 건 확신 정도가 아니라 신앙이라 생각하지만 시간이 많이 필요한 건 확실하다고 봅니다. 포체티노에게 시간을 줄 거라면 같은 선상에서 언급되는 나머지 감독들이 더 나을 거라 생각해요.
포체티노의 장점은 EPL 경험치가 있고 첼시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이 많다는 거 말곤 없다고 봅니다. 물론 그래도 포터보단 잘할 거라 생각하지만 지금 찾는 게 포터보다 잘할 감독 찾는 게 아니라 되살리면서 다시 첼시 위상 찾아줄 감독 찾는 거니까요. 얘는 마드리드도 원할 감독은 아니라고 봅니다.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