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 중 하나라 하면 동료 한두명만 빼고 싹 다 반대편으로 몰아놔도 소수 대 다수의 싸움을 이겨내는 기본기라고 볼 수 있음. 웬만한 미드필드들이나 측면 포워드들과 비교하기 어렵다고 늘상 얘기하는 것도 이런 특이점에서 오는 게 매우 크다는 거.
자기 자리를 찾기 전 레이카르트 시절에도 윙포워드 뛸 때도 그의 실질적인 조력자는 챠비나 데코 하나였고. 그나마 오른쪽을 가야 저 둘 중 한 명이랑 풀백의 보조를 받던 선수였죠. 반 브롱크호스트와 벨레티의 차이도 꽤 컸구요. 실빙요나 올레게르, 푸욜의 차이 역시 컸음.
이니에스타의 이런 측면지향적이고 동료들의 영향력을 덜 받으면서 어려울 때 혼자 힘으로 풀어나가는 건 지단이나 레돈도, 네이마르를 제외하면 그와 비슷한 면모를 보여준 선수 자체가 없음. 당연히 그의 비교 대상은 지단이나 레돈도 외에 언급이 거의 없을 수밖에 없는 거.
대신 지단은 자기보다 평균적으로 아래에 위치하는 동료들의 보조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던 선수였고 볼이 어떻게 오든 그걸 덜 가렸고 후에는 측면지향적인 모습을 벗어나기 시작했다면 이니에스타는 띄워져서 오는 볼이나 불확실한 볼을 잡아내는 것 역시 미리 자리를 잡거나 스탠딩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달려가면서 볼을 잡는 건 분명히 약했고 부상 가능성이 훨씬 높았음) 많이 약했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겠죠.
레돈도 역시 동료들의 공간을 만들어 주고 안 풀리는 경기를 풀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측면으로 빠지기도 하고 단순히 유도의 개념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혼자 위험한 지점에서 본인이 볼을 위험하게 받는 플레이를 자주 하면서 동료들을 지원해주고 살려주던 특이한 피보테였음. 기술에만 집중되니까 기술이 좋은 피보테를 종종 레돈도에 비교하는데 레돈도는 기술적 우위를 넘어서서 기본기도 매우 좋고 그거 이상의 선수였다는 걸 사람들이 아예 모르죠.
모드리치고 페드리고 가비고 이니에스타와 많이 비교하지만 이들은 동료들이 필요하고 사이사이에서 동료들을 이용하는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이니에스타와의 비교 자체가 적절하지 않음. 측면을 사용하고 일부 유사한 면이 보인다고 비슷한 선수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안 풀릴 때. 메시가 경기를 결정 지어주기 곤란한 상황일 때. 이니에스타가 혼자서 풀어주면서 경기가 해결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았죠. 비야도 사실상 페드로와 변형 투톱을 이루는 형태로 많이 뛰었는데 (당시 바르셀로나를 4-3-1-2 변형으로 보던 사람들도 꽤 있었음. 타당한 의견 중 하나라 생각하구요. FM 도 그렇게 즐기는 해외 포럼 유저들도 꽤 봤었음.) 그게 가능했던 건 이니에스타가 혼자 좌측면을 책임져주고 아비달이 뒤에서 볼이 빠져나가기 전에 커트해내면서 볼 소유를 유지시켜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이니에스타는 부상을 달고도 뛰었던 08-09 챔스 결승 경기와 09-10 시즌 멘탈리티가 박살나고 부상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 전에도 근육계 부상에서 자유로운 선수는 아니었는데 이건 이런 플레이 스타일의 독특함에서 오는 것도 컸습니다.
네이마르한테서 이니에스타의 포워드화를 바라던 제 바람을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었다는 것도 네이마르의 성향이 제일 컸음. 산토스 시절부터 장거리 드리블을 좋아했고 자주했고 동료들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박스 근처까지 가는 모습들이 많았던 선수였으니까요.
이걸 동료들이 활용하게 할 줄 아는 선수였다는 게 네이마르가 당시 브라질 리그에서 떠오르는 재능들 중 가장 앞서갈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였다고 봅니다. 이기적이고 시야 좁은 드리블러와 사소한 차이 같지만 매우 큰 차이죠. 산토스는 그렇게 대단한 팀이 아니었는데 이걸 무기로 삼아 퍼뜨릴 줄 아는 네이마르의 존재 자체로 강팀이 될 수 있었던 거죠.
물론 네이마르는 이런 플레이 스타일이 본인의 신체 능력이나 갖고 있는 것들의 한계를 자각하지 못하게 만들고 어떻게 보면 단점이 되기도 했지만 분명히 매력적인 선수였다 생각해요.
꼭 이니에스타처럼 뛰는 게 아니더라도 이런 특이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선수들을 아직도 찾으려고 노력하고 그런 선수들을 더 좋아하지만 (제가 좋아했던, 좋아하는 선수들은 다 특이한 면들이 있음) 이니에스타만큼 내외적으로 거의 만족시켜주는 선수는 아직도 찾지 못했음.
언젠가는 찾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축구를 평생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거든요. 아들이 생긴다면 모를까. (소질이 있는 아이라면 제가 배운 모든 걸 가르쳐 보고 싶긴 함. 근데 딸내미 갖는 게 소원 중 하나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취미 생활도 가져보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축구는 멀리 할 거라고 봅니다. 농담이 아니라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면 발베르데 2년차가 제 축구 취미 생활의 마지막이었을 거에요.
제가 지독한 메시 팬으로 얘기가 오고 가지만 전 메시는 어느 순간부터 완벽에 가까워졌다고 느껴져서 남들보단 오히려 덜 좋아했던 편임. 챠비도 마찬가지구요. 전 늘 특이하면서도 완벽하지는 않은데 또 포리바렌테 성향은 강한 (필수 조건은 아님) 선수를 더 좋아했음. 꾸코에서도 이니에스타 대변인이었고 메시 음해가 본격적으로 일어난 11-12 시즌부터 그거 부수려고 댓글로 나댄 거지. (글 많이 안 썼음. 운영자라 조심스러웠죠.) 그 전까진 잠잠했던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이니에스타는 감독 안 했으면 좋겠음. 보기와 다르게 강단있고 매우 강인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 뭔가 바르셀로나가 기대할만한 요소들은 갖췄다고 보지만 그냥 안 했으면 좋겠음.ㅎㅎ 챠비 보니까 더더욱 그래 생각하게 되더군요. 이건 메시도 마찬가지임. 부스케츠는 비판을 힘겨워 하는 거 보니 감독은 안 할 것 같구요.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