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경기는 못 봤습니다. 꽃 구경하고 술 마시고 호캉스 즐기고 그랬더니 그냥 뻗어버려서 볼 시간 자체가 없었음. 에릭 피보테가 진짜로 나와서 궁금하긴 한데 다시 보기는 하기 귀찮기도 하고 상대도 전반기에 매우 허접함이 눈에 그냥 들어왔던 상대라 손이 더더욱 안 가서 다음에 볼 때 재기용이 이뤄진다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시티랑 리버풀 얘기를 좀 하고 넘어가려고 하는데요. 술 취한 채로 봐서 좀 생각이 많이 날라가긴 했는데 아무튼... 시티는 현재 제가 예측하고 얘기한 그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긴 한데 (이러다 어긋나면 책임 물으러 올 사람들 있을 것 같은데 제가 바르셀로나나 시티는 많이 맞추긴 해도 결코 무당이 아님. 정답지처럼 쓰시면 곤란함) 이번 시즌 리버풀이 유독 약점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 하락의 요인들 역시 너무나도 명확한 팀이기에 사실 판단을 하고 확신을 얻기에는 좀 부족한 팀이라 생각하구요.
여전히 8강전이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선수들 컨디션은 조금 더 올라올 여지가 있다고 느낍니다. 오히려 A매치 이후 바로 치뤄진 경기기에 이게 베스트 컨디션일 리는 없다고 보고. 오늘 경기로 몇 가지 보인 것들은 명확하기에 펩이 조금 더 타이트하고 확실하게 조정을 취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훈련도 아마 이제 감각 유지 위주로 전체적으로 낮출 거라 생각하는데 이건 외부에 공개를 안 하겠죠. 전술전략의 일부이자 운영의 묘니까요.
일단 첫째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네 명의 센터백을 쓰는 현재의 기용 방식과 로드리가 펩 밑에서 간헐적으로 뛰었고 루쵸 밑에서 이뤄진 센터백 기용이 유의미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느끼고 실제로 선수들 전원이 향상이 많이 됐다고 보는데요.
이렇게 보는 이유 중에 하나는 베르나르도 실바가 없으면 노골적인 유도를 하고 상대 선수들을 벗겨내거나 한 곳에 모이게 만들어서 공간을 만들고 패스 한두번에 빠르게 전진하는 모양새가 잘 안 나왔었는데 이제 로드리가 이 중심축이 돼서 이게 잘 이뤄진다는 게 고무적입니다.
물론 베르나르도 실바가 풀어줄 때처럼 모든 지점, 영역에서 매우 강렬한 압박이 이뤄진 경기는 아닙니다만 향상된 부분들이 보이는 건 명확하기에 좋게 볼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로드리가 이 부분이 월드컵 전후로 비교했을 때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최후방에 위치하면서 부스케츠가 어떻게 뛰는 지도 조금 더 확실하게 봤을 거고 더 넓은 시야로 선수들을 보고 펩이 본인에게 어떤 부분들을 얘기하고자 했는지 그리고 스스로 어떻게 뛰면 좋을 지를 이해한 쪽에 가깝다고 봅니다.
이러다 보니 시티가 기존처럼 풀백이 사선으로 움직이면서 중앙으로 들어가거나 직선으로 쭉 올라오면서 미드필드들이나 센터백들, 포워드들과 간격을 좁히면서 올라가지 않아도 후방의 다섯 명이 유도를 성공하면 패스 한두번에 그릴리쉬나 마레즈한테 볼이 가거나 홀란드, 알바레즈가 위치한 중앙으로 볼이 한번에 수직으로 쑥 들어가거나 아니면 중간중간 좌우 포워드로 기능하는 데 브라이너에게 빠르게 들어가면서 속도를 살리는 플레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좋아졌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게 로드리가 저런 압박을 유도하면서 왼발로 첫 터치를 하고 오른발로 정확하게 패스를 하면서 하는 투터치 플레이 자체가 엄청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개선이 안 되는 것 같고 포지셔닝 미스가 꽤 보인 터라 다른 선수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2년 전인가 얘기한 적이 있는데 몇 달만에 선수가 몰라볼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마레즈와 그릴리쉬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서서 받는 빈도 수는 줄고 움직이면서 패스를 받는 빈도 수는 늘어났죠. 이 둘이 매 경기 이만큼 횡드리블이 가능하거나 아니면 조금 더 수비 밀도가 높은 곳이나 박스에 더 가까운 곳에서 횡드리블이 가능하다면 이런저런 조건 없이 경기력도 더 좋고 홀란드도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만 기복도 있고 둘 다 한계는 있는 선수들이라 봅니다.
더 나아가서 이제 선수단 전체를 보면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다라고 말씀을 드리면서 홈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나오던 세기 조절 실패나 어이 없는 패스 미스 등을 짚어드린 적이 있는데 이제 더 눈에 들어오는 부분들이 있죠. 전체적으로 정적인 모습이 줄어들면서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패스를 받는 포지셔닝 등이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그릴리쉬나 마레즈도 마찬가지고 선수들의 몸이 가벼워지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이며 동선이 길어지고 있는 것 역시 판단 요소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거죠.
원래 3-2-4-1 변형 전술을 처음 쓸 때 생각해보면 선수들의 움직임이 굉장히 정적이었죠. 위치가 거의 고정되어 있다시피 서서 받고 최대한 움직임을 덜 가져가는 상황에서 볼 소유의 우위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니 (상대가 홀란드를 의식하고 내려 앉아버리니) 그 부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자 했었다면 근래 경기들은 데 브라이너가 하프 라인 아래로 내려오기도 하고 중앙에서 로드리와 동일 선상에 서서 패싱을 하기도 하는 등 조금 더 넓은 범위를 소화하면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지 않죠. 이건 귄도간도 마찬가집니다.
너무 칭찬만 해서 이번 경기에서 보인 우려 사항들을 짚어보자면 일단 귄도간입니다. 컨디션은 올라오고 있지만 선수 자체가 엄청 느려지고 반응력도 덩달아 느려져서 둔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이게 덜 보이려면 애초에 자리를 잘 잡으면 되나 측면과 중앙을 오고 가다보니 포지셔닝 미스가 많이는 아니더라도 보이고 있습니다.
둘째로 데 브라이너인데 컨디션이 올라오는 만큼 동작을 너무 많이, 빠르게 가져가는 경향 역시 같이 늘어나고 있는데 부상을 생각해야하기에 이 부분은 필히 지적을 해야할 것 같다고 느꼈고 제가 본 걸 펩이 못 봤을 리는 없기에 아마 지적을 할 거라고 봅니다. 아무래도 근육계 부상과 무릎 부상에서 자유로운 선수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셋째로 스톤스인데 실점 장면에서 보여주듯이 스톤스는 로드리와 반대로 센터백에서 뛰던 선수가 미드필드로서 기능하고 때로는 포워드들과 상호 작용하는 걸 요구하고 있기에 본인 위치를 어떻게 잡아야 할 지를 제때 판단하지 못해 포지셔닝 미스를 범하고 있다고 봅니다.
시티를 공략하려는 상대 팀들의 1차적인 목표는 가능하면 측면으로 볼을 빼내서 (아니면 볼을 매우 잘 다루고 원터치 패스로 확 넘길 수 있는 미드필드를 활용하는 건데 리버풀은 티아고 말고 이런 선수가 없죠.) 한 방에 하프 라인을 넘기고 동료들이 최대한 적은 인원의 수비를 마주하게 만드는 거라고 볼 수 있는데 3-2-4-1 변형 전술전략 아래 네 명의 센터백 + 로드리를 쓰는 기용 방식에는 이게 거의 안 먹혔고 그게 무실점의 원동력이었는데 실점을 했죠. 다른 누구도 아닌 스톤스의 미스로 일어난 실점입니다.
스탠딩 수비가 좋고 따라갈 수 있는 수비 한 명이 측면에 붙으면서 (왼쪽은 아케, 오른쪽은 아칸지, 스톤스, 워커가 서로 판단하면서 붙죠. 그리고 디아스랑 로드리가 선수들의 위치를 보면서 협력 수비나 대인 수비를 해내는 겁니다.) 나머지가 공간과 상대 선수들을 맨투맨으로 마크할 땐 하면서 각을 확 좁히기 때문에 실점을 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건데 이번 경기 첫 실점은 스톤스가 마레즈의 위치 변화에 따라 상호 작용하고나서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게 늦어서 나머지에게도 영향이 가서 생긴 실점입니다.
이러다 보니 아칸지와 디아스가 누구한테 붙어야 할 지 애초에 처음에 어디에 자리를 잡아야 할 지를 판단할 수가 없으니까 저 둘 사이에 위치하는 조타에게 그냥 공간이 확 열려버렸습니다. 근데 그 와중에도 스톤스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 자체가 매우 느렸습니다. 늦었다면 전속력으로 뛰어가는 게 보였다면 '아 실책인 걸 알았구나' 할텐데 이 정도면 본인 역할을 제대로 전부 다 이해하지 못한 거라 보는 게 더 타당합니다.
이걸 펩이나 코칭스태프들, 선수들이 그냥 한번 일어난 실책이라 여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스톤스를 계속 쓸 거라면 이 부분을 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해야 하고. 투헬 역시 비디오 분석을 많이 하고 때로 상대에 맞추는 대응 방식을 들고 오기에 염두에 둬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알바레즈는 영리함 덩어리입니다. 포백 사이에서 행하는 오프 더 볼 역시 골을 노리려는 움직임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역부족일 정도로 주변이나 볼을 잡고 있는 동료를 보면서 행하는 게 매우 많고 그 덕에 시선을 끌거나 본인이 열려있는 상황이 잘 만들어지죠. 상대가 노골적으로 박스 안에서 막지 않을 때 더더욱 이 부분이 두드러집니다. 주변 동료들과 상호 작용하는 것 역시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향상되어 가고 있다고 보구요.
버티는 힘도 매우 좋아서 일단 포백들 사이에서 오프 더 볼과 경합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장점이 있는데 양 발을 쓰는 원투 터치 플레이도 부드럽거나 자연스럽다고 느껴질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된다는 점에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펩 밑에서 그리고 좋은 동료들 옆에서 경험치를 쌓고 이해해 나간다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현재 전술적 변형의 가치로선 베르나르도 실바와 함께 매우 유용한 선수라고 봅니다.
이제 리버풀을 짤막하게 얘기하고 넘어가자면 리버풀은 순간적으로 변하는 4열 배치가 핵심을 이루는 팀이라고 몇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좌우 밸런스가 무너지고 좌우 방향성을 잃어버린 것 역시 리버풀의 경기력의 기복이 되는 원인들입니다.
이번 경기도 보시면 평상시 시티와의 경기랑 전체적인 양상은 비슷해보였을 수 있는데 과정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또 지나칠 정도로 우측면으로 쏠려있고 좌측면에서 힘을 내는 선수가 없다는 게 너무 눈에 들어왔죠.
보통 압박을 행하고 뺏고 달리고 단거리 역습 위주로 공략을 한다해도 이번 시즌 들어서 너무 지나칠 정도로 살라 위주나 우측면 위주로 가고 있는 게 상대가 대응하기 쉽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루이스 디아즈나 마네의 부재라기보단 이 둘을 대신하는 포워드들의 성향 문제 역시 크다고 보는데요.
학포도 누네즈처럼 볼을 편하게 받거나 첫 터치를 방해받지 않거나 높은 수비 밀도에서 연속된 플레이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게 큽니다. 전성기 피르미누처럼 어디서든 볼을 받고 내주면서 수적 우위를 점해주면서 다른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는 게 작은 차이 같지만 큰 차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는 거죠.
그리고 이 리버풀의 변형은 미드필드든 포워드든 누군가가 순간적으로 혼자 튀어나오면서 4열 배치를 만들어 상대의 대형을 부수면서 공략해야하는데 엘리엇은 분명 무언가를 줄 수 있을 것 같고 실제로도 애매한 포지셔닝을 하면서 상대에게 혼란을 주려하지만 막상 그게 원활히 이뤄지는 경기보다 그렇지 않은 경기가 많고 학포도 이 부분은 한두경기 말곤 전혀 보이지가 않습니다.
저번에 댓글로도 한번 언급했는데 센터백 (가능하다면 왼발) 과 미드필드를 두 명 정도 영입하면서 (엔진을 갈아끼울 헨더슨을 버릴 선수와 파비뉴와 경쟁할 선수. 아마 후자는 추아메니를 생각했던 거 같음) 파비뉴나 헨더슨 중 한 명은 치워버리는 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으로 보이는데 사실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든 문제라는 게 크겠죠.
전 클롭이 문제점을 모른다고는 생각 안 합니다. 이 구성으론 헨더슨이나 파비뉴 둘 중 하나가 완전히 제 폼을 찾거나 엘리엇이 증명되는 경기가 늘어나거나 누네즈, 학포, 로버트슨의 시너지가 지금보다 더 올라와야 하는데 다 쉽지가 않은 게 문제죠. 경기 치를 때마다 약점들만 계속 까발려지고 있어서 오히려 반 다이크, 코나테, 알리송은 점점 난이도 높은 경기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챔스는 가야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어필할 여지가 늘어난다고 보는데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