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 다 아쉬운 면들이 보인 경기긴 했는데 전체적으로 재밌고 수준 높은 경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아스날은 이전에 첫 경기 봤을 때 눈에 띈 부분 중 하나로 전원의 부지런한 오프 더 볼과 발의 방향에 맞춘 전개로 속도를 내는 거라고 얘기했었는데 클롭이 이 부분과 이번 시즌 리버풀이 헨더슨과 파비뉴가 고장나면서 계속 보이고 있는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변화를 주고자 했다고 봅니다.
당연하게 늘 하던 2명의 풀백은 올라가고 최후방은 2명의 센터백만 남고 4열 배치를 만드는 이 일련의 작업을 하지 않고 로버트슨이 변형 쓰리백의 왼쪽으로 내려와주고 반 다이크가 중앙. 코나테가 오른쪽으로 보다 더 빠지면서 아놀드가 1차 수비를 하거나 먹잇감이 되는 빈도 수를 최대한 줄이고자 했죠.
아무래도 아놀드가 풀백이라는 포지션이나 역할을 감안하고도 오프 더 볼의 선수를 놓치거나 원온원에서 약점이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고 이걸 코나테가 보조해주다보면 리버풀의 4열 배치의 전체적인 간격과 대형이 깨지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거기다 반 다이크와의 간격도 깨지니 반 다이크가 판단을 내리고 먼저 대응을 못하게 되어버리죠. 이 부분을 애초에 메워버리고 시작하면 아스날이 원하는 데로 끌려다니거나 노골적으로 공략 당할 여지는 줄어들 거라고 본 게 제일 크겠죠.
둘째로 마드리드 v 리버풀 2차전 후기에서도 짚었던 것처럼 이번 시즌 들어서 유독 포백 바로 앞 공간을 그냥 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상대가 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한 방에 패스가 양 측면으로 가거나 뒷공간을 부수기 때문에 이 부분도 고려를 해야하는데 문제는 헨더슨은 여전히 프리맨을 찾고 상대 선수들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위치를 빠르게 파악하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는 모든 부분들이 현저하게 떨어졌습니다.
특히 동작과 동작 사이의 반응력이 느려지고 둔해졌다고 느끼는데 뭐 눈으로 보는 거라 면밀하게 판단은 불가능하겠으나 기존이랑 움직임 자체가 너무 다르게 다가오긴 합니다.
파비뉴도 이번 시즌 들어서 바르셀로나의 부스케츠처럼 그냥 아예 앞에서 막겠다고 다른 미드필드들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잡고 막기도 하는 등 순간적으로 흐름을 읽고 자리를 먼저 잡거나 갑자기 확 튀어나와서 이미 우위를 점한 채로 대응을 하는 빈도 수가 떨어져버리니 이 둘의 문제로 인해 4열 배치의 최종 라인과 바로 앞 라인의 간격과 대형 문제가 상대가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버린 거죠.
오늘 경기에서도 보인 것처럼 둘 다 애초에 포지셔닝을 엄청 과감하게 잡거나 앞에서 하거나 그냥 간격과 대형을 아예 무시해버리고 초장부터 부숴버린 상태로 대응하는 경우 역시 눈에 보였습니다. 거기에 오늘 선발로 나온 존스도 그렇고 엘리엇 등과 같은 선수들은 이런 헨더슨이나 파비뉴가 해줘야 하는 사실상 2인분을 하는 보조자 역할을 해내질 못하죠.
이게 결국 문제였습니다. 아놀드가 생각 이상으로 중앙과 측면을 오가면서 자리를 못 잡았고 (알리송뿐만 아니라 반 다이크, 헨더슨도 지적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두 번째 실점 후에는 헨더슨이 불러다가 얘기하죠.) 그래서 사실상 원래대로 아놀드랑 로버트슨을 그냥 올려버리고 두 명한테 다 맡기던 거랑 차이가 없었다는 게 전반전이 꼬이고 시작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래서 그런지 전반전 막바지부터 아스날이 아놀드 쪽을 파려고 하면 협력 수비 인원을 더 넣어서 코나테와 반 다이크의 간격이 벌어지는 걸 최소화 시키고 헨더슨, 파비뉴가 아놀드의 부담을 덜어줬고 이게 꽤 유의미하게 먹혔습니다. 여기서 클롭이 힌트를 얻었다고 생각하구요.
후반전은 사실상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면서 페이스를 조금 더 끌어올렸다고 보는데 개인적으로 현재 리버풀의 좌측면은 고장난 상태라고 보긴 하는데 학포와 누네즈 둘 다 좌측면에서 볼을 받는 것을 선호하거나 스타트를 거기서 끊어 박스로 확 들어가는 걸 선호하는데 학포가 근래 들어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는 부분은 퍼스트 터치랑 그 후 볼을 소유해내면서 동작을 행하는 딱 그 과정까지만 상대 선수들이 못 붙게 하면 의외성 있는 플레이나 생산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겠죠.
개인적으로 근래 경기들 중에서는 가장 좌우 방향성이 한쪽으로 몰리지 않은 경기라고 보는데 학포가 편하게 볼을 받으면서 풀어준 게 꽤 컸다고 봅니다. 물론 여전히 급해지거나 확실하게 가야할 때는 오른쪽으로 매우 치우치고 있긴 하지만 그건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고. 루이스 디아즈가 돌아오고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 누네즈나 학포 둘 다에게 필요할 땐 오른쪽에서 뛸 것을 지시하는 것도 루이스 디아즈의 복귀를 염두에 두고 동선 조정을 행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구요. 살라도 힘 조절이 안 되는 거 보면 빨간불 들어온 거 같은데 팀 상황이 상황인지라 걱정스럽긴 하네요.
아스날은 이번이 두 번째 관람인데도 너무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좌우 측면에서 들어오면서 박스나 반대편 측면을 노리는 공격을 매우 노골적으로 하고 또 이걸 좌우에서 해낼 수 있다는 게 리그에서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하구요.
아쉬웠던 건 사실상 진첸코랑 외데고르가 좌우 미드필드 겸 윙포워드로서 기능하면서 외데고르는 반대발로 방향을 바꾸거나 공략하고 진첸코는 왼발로 왼쪽을 지원해주거나 중앙이나 만대편으로 찔러주거나 하는 건데 이 구성을 바꿔줄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선수가 이 둘 말고는 없다는 게 후반전에 원래 구조로 돌아온 리버풀에게 말려버린 원인 중 하나라고 느낍니다.
그리고 사카랑 제수스가 전술적 중심이고 그 다음 비중가는 선수인 거 같은데 어차피 아놀드 공략이 vs 리버풀 대응의 1요소였다면 그냥 빠르게 마르티넬리를 빼버리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결과론적인 얘기긴 하지만 경기 보면서 계속 아쉬운 부분이었음.
더해서 자카 대신 조금 더 직선적으로 과감하고 길게 왼쪽 공간을 활용하거나 외데고르처럼 반대발 미드필드 겸 윙포워드 (왼쪽이니 오른발 쓰는 놈) 가 되어줄 수 있는 선수가 있으면 이렇게 본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안 풀릴 때 빠르게 극복할 수 있을 것 같고 공격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때도 더 공격적으로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교체 자원이 별로긴 한 것 같네요. 계속 교체가 왜 이렇게 늦지 했는데 아르테타의 대응 문제보단 스쿼드의 한계에 가깝지 않나 싶네요.
리버풀은 뉴캐슬이랑 맨유가 사실상 3, 4위 고정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차이가 벌어져 있다고 봐서 챔스가 어려워 보이는데 챔스 못 가면 보강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 헨더슨이랑 파비뉴 둘 중 하나는 주전 라인업에서 빠져야 하긴 할 것 같음. 둘 다 하락세가 너무 심하고 눈에 확 들어와서 지금 클롭의 축구를 일정 부분 유지시켜주기보단 점점 더 약점이 될 거라고 봅니다. 현재로선 둘 모두 다시 반등할 수 있는 그런 걸로 보이지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