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거 보자마자 전반전 끝나고 그냥 바로 꺼버렸음. 꼬맹이가 머리 부여잡고 자는데 그럴만한 경기력이었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챠비가 처음으로 본인 실책을 빠르게 인정한 경기인 거 같다고 느끼고 그 범인은 세르지라고 봅니다.
세르지 미드필드 기용은 풀백이나 측면 포워드로 나오면서 적극적인 포리바렌테로 기용되던 그 시기랑 그냥 똑같다고 봅니다. 크게 3가지인데요.
- 얼마나 달릴 수 있냐. 가능하다면 직선으로. 사선으로 뛴다면 중앙에서 측면이 아니라 측면에서 중앙으로.
- 얼마나 상대 선수들을 다른 곳이나 다른 선수들에게 의식하게 만들어서 세르지가 열려있는 상황에서 볼을 받고 가능하다면 2-3터치의 플레이가 가능하게 만들어 줄 수 있냐.
- 그리고 세르지 주변에 있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패턴 플레이를 이끌어 줄 수 있느냐.
세르지가 미드필드로 나오면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대부분 저기에 있습니다. 본인이 직선으로 달릴 공간을 못 찾거나 상대 선수들에게 둘러쌓인 상태로 볼을 받을 때 그것보다 빠르게 아니면 그것을 이겨내면서 볼을 앞으로 내보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빠른 동작과 실행을 동시에 이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뒤로 빠지거나 측면으로 빠지거나 아니면 상대 선수들을 일단 피한 상태로 볼을 받죠.
그리고 이건 펩 시절 담금질을 당할 때부터 늘 똑같다는 거죠. 충격과 공포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패배의 원흉 중 하나가 되기도 했던 시절 역시 저런 것들이 제일 컸습니다.
결국 이걸 해결하려면 레반도프스키가 내려오거나 양 측면 포워드가 안으로 더 적극적으로 들어와서 패스 루트가 되어주고 조금 더 상대 선수들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경합을 해주면서 측면 공간을 열어줘야 합니다. 발데도 하프 라인 아래에서 본인이 비중과 책임을 많이 받은 상태로 벗기면서 올라오는 게 아니라 열려있는 공간에서 속도로 제압하는 쪽에 가까우니까 사실 상호 작용이 될 수가 없는 거죠.
문제는 바르셀로나의 포워드들 중 상대 선수들 사이사이에서 자신있게 경합을 하고 이겨내는 선수가 가비랑 레반도프스키 말고 한 명도 없다는 겁니다. 파티가 오늘 기존보다 낫긴 했지만 본인도 슬금슬금 측면으로 빠지려고 했죠.
부스케츠도 위에 장면들로 보여드린 것처럼 앞으로 튀어나가는 포지셔닝은 물론이고 과감한 패싱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전성기 때도 저렇게 다수의 상대 선수들 사이에서 패싱을 하는 미드필드는 아니었고 지금처럼 경합이 안 되면 저건 더더욱 자살 행위죠. 이 세르지의 존재 하나로 연쇄 작용이 일어나면서 패스가 바깥으로 도는 겁니다.
그래서 챠비가 보기 드물게 하프 타임 교체를 했죠. 후반전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눈에 안 보였을 수가 없다고 봅니다.
오늘 경기뿐만 아니라 모든 경기를 통틀어서 봐도 세르지의 장단은 명확합니다. 엘클도 안첼로티가 이 쟁점을 이해하고 실행에 옮기자 세르지의 존재감이 0이 되어버렸죠. 그렇다고 케시에가 무조건 선발로 나와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챠비의 미스는 맞다는 겁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뻔한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라인업을 짰다는 거죠.
케시에는 반대로 영리함이 기반이 되고 포지셔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기보단 일단 힘이 우선인 쪽에 가까운데 그러다 보니 볼 터치를 본인이 알아서 더 가져가지도 못하고 패스 루트를 찾는 건 둘째치고 만들어 가는 과정에도 아예 기여를 못하니까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있긴 있습니다. 전술적 변형이 될 것 같은데 아니고 선발 라인업에 신선함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닌 그런 거죠.
근데 개인적으로 플레잉 타임을 더 적극적으로, 균일하게 줬다면 지금보단 나았을 거라고 보는 편이라 이 부분은 조금 아쉽다고 느끼구요.
그리고 승점이 몇 점이냐. 몇 골을 실점했냐. 이런 거 의미가 없음. 어차피 경쟁력에 의문을 여러 차례 남긴 시즌이기 때문에 아무도 좋게 기억하지 않을 시즌이고 우승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해야지. 그 이상은 다 쓰잘데기 없다고 봅니다. 기록을 의식하지 않는다는데 100점 달성에 의미를 부여하던 티토 시즌에도 티토가 똑같은 소리 했죠. 그러고 티아고 날려먹고 기회를 주면 더 성장할 여지가 있는 선수들도 핵심 선수들의 하락도 다 가속화 시켰었음. 지금만큼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적합한 상황은 없음. 그걸 알만한 사람이 모른다는 건 문제라고 보고.
후베닐 정도부터는 신체적 변화나 성장으로 인해 협응력 문제가 생길 여지는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스피드나 민첩성, 기술 등 동나이대 선수들보다 특출난 부분들을 갖춘 선수들은 훈련에도 같이 참여시켜보거나 아니면 과감하게 담금질을 해보거나 조금 더 적극적으로 팀을 이끌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내부 보강과 외부 보강의 큰 차이 중 하나는 내부 보강은 알아서 자리를 만드는 거기 때문에 여기저기 굴려보면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있죠.
그리고 시즌 내내 공포를 한번을 극복을 못해서 여기까지 온 게 과연 칭찬할만한 일인가 싶네요. 리가 우승 하나로 퉁치기엔 너무나도 역부족임. 후반기 초반엔 그래도 더디지만 나아지고 있다고 봤는데 유로파 탈락 이후 행보는 전반기랑 차이를 잘 못 느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