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경기 전 내놨던 얘기들을 한번 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음. 8강 추첨 때도 남들과 정반대의 견해를 내놨던 이유는 어차피 할 것만 하면 이기는 접근 방식을 늘 고수해오는 팀이고 그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변하는 팀이 아니라는 점에서 애초에 고려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나겔스만이든 투헬이든 그거 역시 고려 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에 투헬로 바뀌었을 때도 바이에른 뮌헨의 보드진의 과감한 선택과 행보만 칭찬한 거지. 따로 투헬이 가져다 줄 변수가 무엇인지는 언급하지도 않았고 질문에도 할 것만 하면 아무런 지장이 없을 거라고 답글을 드렸던 거죠. 만약에 뮌헨이 과감한 변화를 줄만큼 다양성을 갖추고 강한 팀이었다면 얘기가 달랐겠지만 바르셀로나와의 2경기도 마찬가지고 파리와의 2경기에서도 그런 점들은 전혀 못 봤음.
태클 걸까봐 미리 말씀드리지만 당시 파리 v 뮌헨 2차전 후기에서도 댓글로 말씀하신 분 중 한 분에게 전혀 그렇지 않아보인다고 그대로 말씀드렸음. 아마 제가 저걸 느꼈다면 투헬로 바뀌자마자 뮌헨 경기 다 보면서 시티와의 경기에서 포인트가 될만한 부분들을 하나라도 말씀드리고자 했을 거임.
거기다 오히려 컨디션 가장 좋아야 정상인 (적어도 제가 추측한 관점에선 맞고 있으니까요. 사실 이제 추측이 아니라 그냥 이 관점이 맞는 거임) 8강전에서 우승 후보 중 하나를 만나고 꺾어야 선수들이 펩을 그냥 무지성으로 믿고 관리법을 그대로 이행할 거기 때문에 역으로 컨디션이 4강이나 결승에서 절정을 찍거나 유지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겁니다. 이건 마드리드를 만났어도 똑같이 얘기했을 거고 나폴리든 누구든 다 똑같이 얘기했을 거임.
오히려 반대로 첼시가 제일 위험할 거라 생각했는데 (양상이 고정될 확률이 높은 팀들 중 제일 변수가 많고 객관적인 전력이 쎄기 때문에. 거기다 포터가 아무리 구더기여도 3개월 만에 똑같은 거에 또 당하진 않을테니까요.) 첼시를 피했죠. 이게 장난 치는 게 아니라 첼시 8강 진출하고도 첼시 팬분들한테 똑같이 얘기했습니다.
평상시 하지도 않던 예상을 우승까지 걸어둔 건 어느 정도 확신에 찰만한 포인트들을 봤기 때문인데 현재까진 그걸 수정해야 할 이유들 역시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관점을 그대로 유지할 거고 2차전도 경기력이 나쁠 요인들보단 그렇지 않을 요인들이 더 많다고 봅니다. 여전히 가장 큰 변수는 데 브라이너의 건강이고 그 다음은 아케와 로드리, 디아스 정도일 듯함. 펩이 데 브라이너를 의도성 다분하게 뺏다고 보는데 조금 더 확실하게 해줄 필요가 있네요.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주체를 못하는 건지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종종 동작이 너무 크고 무리하다 싶은 모습들이 보이네요.
이제 경기로 들어가면 이번 시즌과 그 동안의 시티. 더 나아가서 바르셀로나-바이에른 뮌헨까지의 모습의 차이점은 패스 루트와 효율성 극대화의 방법론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시티의 최대 장점은 패스가 귄도간이나 데 브라이너한테 한번만 빠지면 그 다음 패스로 박스로 바로 들어가거나 한번만 더 연결시키면 바로 박스기 때문에 (결국 많아야 세 번의 패싱) 굳이 무리하게 양 측면을 잡아먹으면서 전체 대형을 확 끌어올리고 점유율에 목메거나 상대를 강제로 밀어넣는 우선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데 있죠.
그 전까지는 상대를 어떻게 급하게 만드냐까지 과제가 되어있으니 그게 칸셀로를 쓴 이유와 필요하면 한쪽 측면에 많은 인원을 넣거나 양 측면에 많은 인원을 넣어서 박스를 공략하는 걸 고집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홀란드의 합류로 현재 선수단 구성의 장단이 아다리가 잘 맞아떨어지고 양 측면 포워드들이 그냥 대놓고 버려뒀을 때 본인들이 뭘 해야하는 지를 거의 이해했다는 게 매우 큰 거죠. 펩은 여기서 홀란드를 개조시키기보단 가진 것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게 현 시점에서 가장 옳은 판단이라고 느꼈을 거라고 생각하구요.
결국 이렇게 기존과 다른 면들을 찾아내고 시도하면서 선수들의 쓰임새가 변하면서 자연스레 라포르테랑 칸셀로의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사실상 칸셀로는 필요가 없어졌죠. 근데 때마침 칸셀로와 상호 작용이 아예 안 되던 그릴리쉬가 안으로 들어오면서 향상이 되기 시작했고 아케는 피케가 펩 아래에서 각성한 거처럼 수비 방식을 이해하고 그걸 실행에 옮기면서 본인의 가치를 확실하게 증명했죠.
결국 이전에도 말씀드린 거처럼 아케랑 아칸지 쪽으로 상대가 볼을 굴려서 원온원으로 박살을 내고 강제로 없는 공간을 만들어내서 시티의 간격과 대형을 부수거나 아니면 현재의 3-2 구조에 필요하면 베르나르도 실바-데 브라이너-귄도간 등이 내려와서 대응해주는 이 구조 자체에 그에 상응하는 압박으로 전체 대형을 아예 싹 밀리게 해야하는데 둘 다 안 되면 오늘 뮌헨처럼 최대한 후방에서 안전하게 볼을 빼내면서 공략하는 게 최선입니다.
투헬이 바보가 아니라 이렇게 안 하면 루즈볼이나 세컨볼을 시티 선수들이 주워버리면 패스 두 번에 바로 박스까지 가버리기 때문에 그게 홀란드한테 유의미하게 들어가면 바로 실점이죠. 결국 이전처럼 어떻게든 앞에서 끊어내려하고 무리하게 대응하는 빈도 수를 확 줄여버리니까 어이없게 먹히는 빈도 수 자체도 줄어든 거죠.
데 브라이너의 패싱은 단순히 빠른 거 때문에 무서운 게 아니라 시티 선수들이 그냥 무조건 자기한테 올 거라 확신을 하고 본능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가는 게 더 파괴적으로 다가오는 거죠. 귄도간은 중앙에서 좌우로 비어있는 공간과 선수들을 잘 보는 것과 동시에 그게 안 될 것 같으면 지체없이 패스를 더 안전한 선택지를 찾아서 돌려버리기 때문에 경기 양상이 상대가 원하는 데로 가는 걸 최대한 방지해주죠.
여기서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아케와 아칸지인데요. 얘네들은 단순히 4 센터백에서 풀백으로 기능하는 게 아니라 센터백의 역할을 측면에서 해내면서 디아스, 로드리, 스톤스의 부담을 줄이고 다른 선수들의 협력 수비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낸다는 데 있습니다. 사실상 그동안 펩의 축구에서 센터백 두 명이 해오던 역할을 다 나눠버린 거죠.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이걸 이해를 못하면 왜 풀백들의 부재가 아쉽지 않은지. 네 명의 센터배과 로드리의 상호 작용이 매우 효율적인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은 센터백들이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하고 위험하게 지연을 해주는 플레이를 했다면 지금은 아케와 아칸지가 이 플레이를 최대한 측면에서 해주면서 디아스-로드리-스톤스 등이 간격과 대형을 애진작에 유지하고 나머지가 협력으로 재빠르게 들어오면서 안정감 자체가 달라졌단 소립니다.
이전에는 센터백들이 조금 더 리스크를 갖고 수비를 했다면 지금은 그냥 최대한 지연시키고 가능하다면 볼을 스탠딩으로 빼내서 볼이 있는 측면으로 빠져있는 데 브라이너나 중앙에 있는 귄도간을 거쳐서 패스가 나가면 순식간에 홀란드가 있는 박스까지 갈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아칸지나 아케가 대응하고 볼을 스탠딩으로 빼내면 대부분의 경우 데 브라이너가 그 근처에 있습니다. 사실상 데 브라이너 한 명이 좌우 포워드의 역할을 경기 중에 계속 가져가는 거죠.
한 가지 아쉬운 건 아케는 공중볼에 대한 감각이 매우 좋고 낙하 지점 자체를 잘 읽어내지만 발로 대응을 해낸다는 점에서 부족한 게 아쉽죠. 아칸지는 반대로 순간적으로 낙하 지점을 읽지 못해서 조급하게 움직이다가 상대에게 틈을 내줘서 공간을 열어주는 실책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는 건데 반대로 볼을 빼내고 발로 대응을 한다는 건 또 아케보다 훨씬 낫죠.
더 나아가서 이들이 중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들어왔다 나갔다에 있습니다. 본인들이 대부분 측면에서 지연을 해내는 역할을 하지만 그걸 내가 안 해도 되고 중앙으로 들어가서 상호 작용을 해야할 때를 잘 읽는다는 거죠. 이건 공격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둘 다 갑자기 튀어나와서 쭉 올라오는 경우가 자주 보이는데 이게 주변 선수들의 위치를 잘 보기 때문이죠. 라포르테나 워커는 이 부분은 확실히 떨어집니다.
더해서 후반전은 뮌헨이 간격을 넓히고 선수들 개개인에게 더 많은 책임과 범위를 주고 조금 더 빠르면서 동시다발적으로 공략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보는데 오히려 그게 더 실점을 내준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구요. 선수들의 실책성 플레이도 이 부분에서 늘어났다고 봅니다.
그리고 베르나르도 실바가 라이프치히 전과 다르게 단순히 압박을 풀어나가고 협력 수비를 빠르게 이행하고 상대를 압박한다는 점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죠. 알폰소 데이비스도 속도를 기반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선수인데 베르나르도 실바가 예측력, 기술적 우위, 포지셔닝, 스탠딩 스킬로 압살을 해버리니 여기로 고레츠카가 계속 끌려갔습니다. 장면 캡쳐하다가 언뜻 들었는데 현지 해설도 베르나르도 실바의 그래비티를 언급하던데 이 부분 역시 컸다고 봅니다.
더해서 그릴리쉬가 안으로 들어오면서 홀란드가 순간적으로 사선이나 직선으로 오프 더 볼을 행하는 것 역시 상대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공격 루트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원래 홀란드의 장점 중 하나니까요. 부드러운 상호 작용은 아니고 이게 위치가 바뀌면서도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의 장점들을 이해하면서 잘 활용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너무 말한 그대로 가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좀 놀랍긴 한데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이것보다 더 정확하게 맞춘 적도 꽤 많고 그럴 때마다 별 말 안했던 건 제가 무당이 아니기 때문. 언제든지 틀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맞냐 틀리냐의 관점으로 보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계속 그 부분에 집중하실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구요.
그냥 재밌게 즐겨주시고 억까만 안 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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