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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동네 깡패들의 대결

by 다스다스 2023. 4. 24.





전반기부터 계속 언급해 왔던 경쟁력의 문제는 골이 나냐 안 나냐. 수비적인 방향성이냐 공격적인 방향성이냐. 같은 단편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대응 방식과 발전 속도, 경기 중 대응 등과 같은 부분들로 리가가 부족하고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데 있음.




오늘 경기도 치고박아서 상대적으로 더 치열해 보이고 달라 보였던 거뿐이지. 수준을 논하자면 딱히 고평가 해주기 힘든 경기였다고 보고 현재 리가는 세밀하게 준비해오지 않아도 선수들의 리듬만 정상적이면 극복할 수 있다는 게 후반기에도 보인다는 건 반박할 수 없는 큰 문제임.




마드리드 같이 애초부터 능동과 수동을 오갈 수 있고 측면 포워드들의 퀄리티로 찍어 누를 수 있는 그런 팀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 시즌도 리가 경쟁력은 분명히 이 두 팀에게는 꽤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거라 생각하구요. 그게 아니라면 그냥 현재의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스쿼드를 갖추는 게 우선 과제가 되겠죠.




그래서 계속 주장하는 거임. 무실점 기록이 대단해 보여도 그건 적어도 지금 당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기록임. 어차피 이 시즌을 이렇게 끝내면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챔스 조별 예선 탈락과 유로파 플레이오프 탈락을 비롯한 유럽 대항전과 리가에서 오는 괴리감이지. 그 기록이 아님. 막말로 과정상 성공적이지 않은 시즌을 성공적이라고 둘러대기 위한 하나의 변명이자 핑계일 뿐임.




그래서 측면 퀄리티의 저하가 눈에 확 들어오던 걸 지적하지 않고 (연속 실점 기록 세우고 있음에도) 승점 100점으로 모든 문제를 가리려던 티토 시즌하고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유사해 보인다고 지적했던 거고 물론 리가 소속이고 장기 레이스를 이긴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고 트로피 역시 중요하지만 그거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무리 봐도 쓸모가 없습니다.




실점을 더 하더라도 다음 시즌을 가늠할 수 있는 요소를 조금씩이라도 더 과감하게 하는 게 더 정답에 가깝고 앞으로 챠비에게도 팀에게도 더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경기 얘기로 들어가면 알론소를 챠비가 선호하는 이유는 결국 스쿼드의 한계에 있다고 봅니다. 왼왼오오로 포백을 구성하면서 볼이 1초라도 더 빨리 나가서 앞에 서거나 거기까지 가야 하는 선수들의 장점을 조금이라도 더 살려주기 위한 방법론이라 생각하구요.




현재 구성은 데 용, 부스케츠, 페드리, 레반도프스키 딱 이 네 명을 제외하면 어떤 상황이든 본인이 책임을 더 지면서 볼 터치를 늘려나가기보단 자기 영역을 지키면서 그 안에서 장점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많은 구성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전력상 비슷하거나 상대적 강팀을 만났을 때 계속 챠비가 정확도는 둘째치고 패스 속도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봅니다. 오늘은 토너먼트가 아니니까 조급함은 상대적으로 덜 보였지만 방식은 맨유 전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결국 앞선의 선수들로 현재 앞에 놓여진 과제나 한계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판단을 하지 않았나 싶구요.




결국 패스가 얼마나 빠르고 적은 횟수로 좌우 측면이나 좌우 하프 스페이스 아니면 박스 바로 앞 지점까지 나갈 수 있냐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봅니다. 전반기에 라인과 라인 사이를 건너뛰는 축구도 마음에는 안 들지만 이해는 된다고 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구요.




쿤데랑 알론소가 같이 나오거나 둘 중 한 명이 볼 터치를 평상시보다 더 많이 가져갈 때 노골적으로 직선 패스나 사선으로 한 방에 박스나 박스 바로 앞 아니면 양 측면 포워드들에게 들어가는 패스가 더 많아지는데 결국 페드리가 빠졌을 때 부스케츠 말고는 상대 선수를 끌어들이면서 패스를 하는 선수가 없다는 게 꽤 큰 문제라는 거죠.



(좌 - 마르코스 알론소 패스맵, 우 - 쿤데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가비도 양 방향 패싱을 하면서 기여를 많이 하는 경기들도 있지만 능하게 해내는 곳이 매우 제한적이죠. 본인이 선호하는 좌측면-좌측 하프 스페이스나 앞선으로 제한되어있구요.




페란 토레스, 하피냐, 파티, 뎀벨레로 이뤄진 측면 포워드들도 원투 터치 플레이를 능하게 해내거나 박스 안으로 들어오면서 패스 앤 무브와 오프 더 볼을 적극적으로 해내면서 동료들과 상호 작용 하는 부분들은 부족하고 무엇보다 이들의 플레이 자체가 본인들이 볼을 소유할 땐 플레이의 연속이 길어지거나 터치가 길어지거나 많아지는 편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열린 공간을 더 보장해줘야 한다는 점.




그리고 발데 역시 언뜻 보면 매우 파괴력이 있어 보이지만 대부분의 패스를 엔드 라인에서 꺾어 들어오면서 하기 때문에 그 지점까진 매번 안 되더라도 웬만하면 빠르게 패스를 빼줘서 속도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줘야 장점들이 나온다는 거겠죠.




이런 점에서 둔해서 전체적으로 동작의 연결성이 답답하긴 하지만 퍼스트 터치가 좋고 (오른발로도 퍼스트 터치는 생각 이상으로 좋은 편임) 또 의외로 공중에서 오는 볼의 낙하 지점을 잘 읽어내서 (볼 때마다 놀라는데 아마 챠비도 이 부분을 보고 어떻게든 센터백으로 만드려는 게 아닐까 싶음) 바로 패스로 이어버리는 경우가 나와서 알론소를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활용하려는 게 크다고 봅니다.




왼발 센터백을 원하는 것도 결국 알론소를 짧게는 90분. 길게는 자주 쓸 수 없다는 것도 있지만 수비수 본연의 면모를 조금 더 전체적으로 잘 갖춘 선수가 필요하다는 것 역시 고려 사항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죠. 오늘 경기에서도 그 전 경기들에서도 자주 보였지만 알론소가 한번 자리를 잘못잡거나 상대가 그냥 일단 속도로 승부를 보려고 할 때 너무 약점이 치명적이긴 하니까요.




공중볼이 아닌 땅으로 굴러오는 볼에도 포지셔닝 자체를 계속 잘 잡아서 계속 대응을 해내면 모를까. 그게 안 되면 일단 급해지니 슬라이딩으로 한 방으로 메우려다가 카드를 받거나 벗겨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리스크가 생각 이상으로 큰 부분도 있습니다.




더해서 현재 측면을 쓰는 방식이 중앙에서 볼을 내주고 다시 중앙으로 볼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엔드 라인으로 빠져버리는 비중이 높다 보니까 결국 크로스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느끼구요. 대부분의 플레이의 시발점은 박스 바깥인데 측면 선수들이 안으로 들어오는 방식이나 오프 더 볼의 방향이 다양하지 못하고 경합 능력이 상대 센터백들을 버텨내기엔 역부족이다 보니 횡으로 흔들 수 있는 수단이 많이 부족하긴 하다고 봅니다.




페란 토레스도 이번 경기에선 레반도프스키의 움직임에 맞춰서 상호 작용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다고 보는데 조금 더 박스 안에 오래 머물거나 버텨줄 수 있었다면 레반도프스키를 바깥으로 빼는 게 훨씬 더 유의미했을 가능성이 높았겠죠. 골을 넣었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바르셀로나에 남으려면 저번 시즌의 모습을 되찾든 이번 경기처럼 다른 쓰임새로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증명하든 해야 할 것 같다고 봅니다.






(이런 기이한 대형이 나오는 원인이 여러 가지긴 한데 제일 큰 건 책임을 더 지면서 볼이랑 대형을 같이 올려줄 선수가 부족하긴 합니다.)



(다 먼저 앞으로 가있습니다.)



(가비도 종종 내려오긴 하고 경합 능력 자체는 꽤 우수하지만 막상 유도를 못합니다. 전체적으로 넓은 시야로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라서 그런 거 역시 어느 정도 있습니다.)



(파란색 박스를 쳐둔 레반도프스키가 아라우호를 보면서 페란 토레스 방향을 손짓하고 있습니다. 페란 토레스가 프리맨이 되어있죠.)



(허나 볼은 알론소한테 굴러가고 알론소는 저 상황에서 3가지 패스 루트를 갖고 있습니다.)



(페란 토레스가 달리고 레반도프스키랑 알론소가 이걸 파악하고 레반도프스키는 아래로 빠지면서 알론소가 패스를 내줍니다.)



(이러고 찬스가 나왔고 반대편에선 하피냐가 속도에 비례해서 들어가고 있죠. 첫 골도 거의 유사한 장면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열린 공간을 만들어 줘야 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나은 활약을 한다는 겁니다.)



(문제는 측면을 활용하는 방식이 제한적이라는 겁니다. 하피냐가 오른발을 쓰긴 하지만 정확도가 너무 떨어지고 원 터치 플레이가 안 되면 상황 파악도 못하고 엔드 라인으로 들어가버리는 게 문제라는 거죠.)



(가비와 하피냐가 패스 앤 무브를 하면서 쪼개 들어가는데 뒤에 들어가는 그리즈만의 영리함이 돋보인 장면입니다.)



(다 볼을 보고 있고 박스 안 수비에 집중하고 있는 와중에 가비가 그리즈만을 인지를 못하고 있는데 그리즈만이 그걸 활용해 볼을 쉽게 탈환해오죠.)



(물론 하피냐의 오른발 패스가 구더기 같기도 했습니다.)



(엔드 라인으로 들어가면 왼발을 쓰려면 플레이가 늘어지기 마련인데 이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느냐 역시 중요할 거라고 봅니다.)



(계속 이렇게 한번 꺾고 왼발 크로스가 자주 나오는데 루즈볼을 잡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상대 역시 역습을 빠르고 간결하게 나갈 수 있습니다.)





아틀레티코는 안 본 사이에 땅으로 굴리는 비중이 너무 많아진 거 같은데 모라타 넣은 순간부터 그냥 더 적극적으로 좌우 측면에서 볼을 띄웠으면 그래도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에릭이 모라타랑 아예 경합이 안 됐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는 게 나았을 거 같은데.




그리즈만은 농담이 아니라 바르셀로나에서 왼쪽에 세워두고 오른발 사용 강제한 게 성장에 매우 큰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첫 터치에 오른발이 나가는 거나 판단력 등이 전체적으로 더 빠르고 주저하지 않는 게 보기 좋네요. 전체적으로 할 수 있는, 생각하는 범위가 넓어졌다고 해야하나. 결국 남 좋은 일만 해줘 버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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