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토 때는 꾸코에도 쓴 적이 있는 거 같고 발베르데 때도 비로그인 시절이라 로테이션으로 난리났을 때 많이 반박하곤 했지만 감독이 거대한 스쿼드의 변수 등을 이해하고 그것을 상대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받아들이는 게 아닌 이상 프로 스포츠에서 컴팩트한 스쿼드는 어쩌면 필수적인 요소이자 어쩔 수 없는 부분임.
왜냐면 첫째로 감독들이 고려하는 건 일반적인 팬들과 다르게 60경기 전후의 경기들 중 3-4번 찾아오는 적은 양상의 경기들을 잡기 위해서 시즌을 짜거나 고려하지 않고. 그 적은 양상의 경기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선수가 딱 그 필요한 시기에 그것을 채우는 활약을 하면서 해결해준다는 건 망상이자 헛소리임.
혹여나 그런 선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의 선수는 애초에 그런 입지를 받아들이지 않음. 자주 기용되던 선수가 시즌 중에 위치나 역할, 동선 등이 바뀌어서 잘하는 경우는 있겠지만 저 3-4경기 잡으려고 그러한 양상의 경기에만 준비된 선수는 없음.
둘째로 대부분의 선수들은 에고가 강하든 강하지 않든 많은 경기를 소화하려는 경쟁심을 갖고 있고 이 카테고리에 해당되지 않은 선수들의 불만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튈 지는 아무도 모름. 그들도 사람이고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하기에 영향력이란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 그게 쩌리든 핵심이든. 아니면 애매한 위치에 있는 선수든.
계급 사회가 아니고 옛날 구닥다리 시절처럼 군대식으로 팀을 운영할 수 없는 게 현대 축구기 때문에 쩌리들의 불만을 그냥 찍어누를 수 없고 때로는 그게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거.
결국 라커룸을 아우르는 분위기, 문화, 익숙함 등등은 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부분. 대체 왜 버리지 않냐고 노래를 부르는 노장들의 존재감은 때로 라커룸에 있는 경우도 있다. 그것도 아주 깊숙이.
종종 감독이 지나칠 정도로 원칙적이고 독단적이면 수석 코치는 상대적으로 가족 같은 분위기를 조장하려 하고. 반대로 감독이 온화하면 수석 코치는 매우 원칙적이고 내적인 면만 보는 경우도 있고. 이런 식으로 굿 캅 배드 캅 전략을 쓰는 경우도 있음.
셋째로 큰 틀에서의 트레이닝론, 관리법, 주기 등은 이런 상황들을 통제하면서 변수들을 최대한 이겨내고 방지하기 위함에 있다는 것. 스쿼드의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것은 더 힘들다. 램파드가 선수들과 대화 위주로 팀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데 스쿼드 인원이 30명이 넘어가고 그들 개개인의 입장을 들어보고 감독의 입장으로서 그들을 이해시키는 과정은 당연한 것. 뛰지 못하는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행복하지 않고 그건 모든 면에서 드러나고 그런 것들도 다 일종의 변수라고 보시면 될 듯.
넷째로 제일 무서운 건 누적이다. 누적이란 건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고 선수들의 체력은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9-10개월 가량의 시즌을 전부 다 소화해내기엔 버겁다. 리듬상 흔들리는 시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고 그러기 위해선 휴식기가 필요하고 중간에 플레이 스타일 역시 정적으로 가져가는 시기도 필요하다. 이것을 조절하는 것. 시기를 당기고 밀고 하는 모든 일련의 과정 역시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의 일 중 하나라는 거.
알아서 해내는 선수들이나 그냥 타고난 괴물들이 종종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예외적인 케이스고 대부분은 그러지 못한다. 관리로 먹고 산다고 까이는 감독들이 일반적으로 팬들에게 매우 저평가 되지만 사실은 그들은 오히려 고평가를 받아야 하는 점들도 있음. 선수들의 능력을 유지시키기 위한 내외적인 요소들을 그만큼 잘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트레이닝론이 좋다라는 건 선수들의 실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전체적인 컨디션을 유지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고.
때로 팬들 눈에도 버거워 보이는 게 확 들어오고 그걸 알면서도 감독들은 쉬어야 하는 선수들을 긴장감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쓰는 경우가 있는데 긴장감이 사라졌을 때 갑작스럽게 일어난 몸의 변화로 부상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으니까. 보통 그런 부상은 체력 문제가 더해지기 때문에 생각 이상으로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기존의 모습을 되찾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는 사실. 올드스쿨한 감독들은 이런 긴장감을 시즌 내내 유지시키기 위해서 모든 요소들을 부정적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선수들을 고립시키기도 한다. 적이라는 게 있냐 없냐는 매우 중요한 요소니깐.
가끔 착각하는 게 누적이 쌓인 상태에서 3일 더 쉰다고 체력이 빠르게 돌아오거나 하지 않음. 어떤 의사도. 어떤 피지컬 트레이너도 그게 가능하다고 얘기하지 않을 거임. 게임에서나 가능한 얘기고 시즌 전체에 걸쳐서 그것을 관리하는 게 로테이션이지. 주요 경기는 풀주전을 쓰고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경기는 비주전을 쓰는 단편적인 접근 방식은 시즌을 망치는 지름길.
요즘 좋은 팀 닥터, 트레이너들은 경기 다음 날이 아닌 경기 직후부터 선수들의 회복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고 하는데 보통 감독들이 독단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강한 통제권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경기 전후의 변화를 본인이 관리하면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금이라도 더 조절하고 확실하게 가져가기 위함에 가깝다고 보시면 될 듯 함. 펩이 의사가 항시 대기하고 항상 같이 다녀야 한다고 하는 거나 영양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경기 직후를 관리할 수 있냐 없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
스포츠의 재미는 당연히 눈에 직관적으로 보이는 전술전략적인 요소나 선수들이 보여주는 화려함이 제일 크겠지만 그걸 발휘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그렇게 좁은 범위 안에 있지 않음. 이것 말고도 무수히 많다고 볼 수 있고. 감독의 일은 복합적인 상황 안에서 그나마 제일 합리적인 답안을 찾거나 그 팀이 추구하는 관념을 지킬 수 있는 방법론을 꾸준하게 유지시키고 변화를 줘야하는 그런 쪽에 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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