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형 쓰리백인 척하고 좌우 사이드를 파거나 사카 위주로 돌아가는 아스날을 유도해 중앙을 집요하게 파서 경기를 가져온 게 큰 계획이지 않았나 싶음.
아무래도 실전 경기 겸 사실상 전술 훈련의 일부가 되는 후반기 경기들에서 라포르테나 워커 둘 다 역부족인 모습을 보였기에 펩 아래에서 몇 년 동안 훈련하면서 변형 전술에는 익숙한 선수들이기에 그 부분을 상대적으로 더 강조한 경기라고 보는 게 옳지 않나 싶습니다. 워커한테도 전통적인 풀백이나 유사시에 윙어가 되는 걸 요구한 거 역시 연장선이라고 보구요.
아무래도 워커는 센터백은 둘째치고 들어왔다 나갔다가 90분 내내 되지 않고 베르나르도 실바가 협력 수비와 전방 압박 등에서 기본 2인분 (진짜 두 명이 있는 느낌임) 을 해내기 때문에 굳이 변형 쓰리백 대형을 억지로 만들면서 워커와 아칸지가 원온원을 상황이나 센터백으로 기능하는 순간을 자주 마주하게 만들기보단 상대가 첫 패스를 의식하게 만들어서 (그동안은 로드리-스톤스 가지고 하던 유도를 아예 최후방으로 내려버린 거임. 바르셀로나 시절 무링요 마드리드 상대로 발데스-아비달 가지고 하던 그런 느낌과 유사하게)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을 벌리게 만들어서 데 브라이너를 프리맨으로 만드는 게 세부적으론 제일 첫 번째였다고 봅니다.
여기서 아스날의 패인.
처음 나가는 패스가 성공하면 데 브라이너나 귄도간한테 웬만하면 쏠쏠한 패스가 들어간다는 건데 그럼 그 속도에 맞춰서 간격과 대형을 빠르게 맞추기보단 (피보테나 센터백들이 볼이 어느 방향으로 빠질지, 데 브라이너가 어디로 갈지, 홀란드는 어디로 갈지, 누굴 먼저 막아야 할지 등을 2-3박자 빨리 읽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했음 더 압박을 강하게 했을 거임) 첫 패스를 막는 게 더 타당하다고 봤을 확률이 높았을 거임.
문제는 펩은 아스날이 평상시 공격적으로 하던 걸 그대로 하고 수비도 원래 하던 데로 (롱볼 유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을 거고 정확하게 이 부분을 간파당함.
아마 아케가 없고 전술 훈련 비중이 높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건 아르테타도 알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고 아칸지도 왼쪽에서 왼발로 숏패스나 직선 패스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다고 해도 이번 시즌 내내 뛰던 자리와 정반대로 움직이고 몸이나 패스 각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롱볼을 유도했을 때 단순히 롱패스 미스가 아니라 그 이상의 실책성 플레이가 나올 가능성 역시 있다고 봤을 거라고 봅니다.
거기다 워커가 지난 경기들에서 3-2-4-1 변형만 쓰면 포지셔닝이 늦거나 심하면 아예 자기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 지를 몰랐기에 이것 역시 아르테타가 고려했을 거라고 보구요.
헌데 3-2-4-1 변형을 그대로 가져가는 게 아니라 스톤스 (센터백으로 가면서 포백) 랑 귄도간 (4의 한 자리를 워커를 주고 베르나르도 실바랑 데 브라이너는 프리롤로 쓰면서 로드리랑 짝으로) 이 내려오면서 사실상 에데르송의 롱킥 옵션까지 고려해 7대5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아스날이 역으로 유도당하면서 경기가 완전 꼬여버렸습니다.
다른 장면들도 더 보겠습니다.
이게 아스날의 대응 방식이 완전히 잘못된 건 아닙니다. 측면으로 이렇게 모는 게 당연한 거고 그래야 가성비가 나오는 것도 맞는데 펩이 애초에 다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보시면 스톤스가 일부러 엔드 라인 쪽으로 계속 알아서 빠집니다. 그러고 거기다 주면 아스날 선수들은 자연스레 달릴 수밖에 없죠. 뺏으면 찬스고 롱볼을 차게 하면 뒤의 선수들이 잡으면 후퇴를 안 하니까요.
아스날이 이거에 낚이면서 앞선의 선수들과 파티가 포백과 간격이 확 벌어지면서 중앙이 비어버린 게 패인입니다. 이러면 데 브라이너가 굳이 양 측면 포워드로 기능하는 게 아니라 홀란드랑 그냥 투톱으로서 움직여도 매우 위협적인 상황이 되는 거죠. 완전히 당한 겁니다.
여기서 파티의 실책성 플레이들이 눈에 들어올 수 있는데 이게 단순히 피보테로 기능하는 게 아니라 앞선 선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또 앞으로 나가서 자리를 메워주기도 해야 합니다. 데 브라이너 하나만 따라가자고 상황을 가리지 않고 간격과 대형을 다 깰 수가 없습니다. 롱볼 유도 자체가 간격과 대형을 유지하면서 그 부분을 활용하는 것도 있기에 이 부분이 노골적으로 공략당한 셈이기도 하죠.
물론 스톤스의 유도와 롱패스가 너무 좋았습니다. 거의 왼발 센터백이 오른쪽에 선 것처럼 사선 각을 잘 봤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하구요. 워커 가지고 저렇게 하려고 했다면 아스날이 이겼을 겁니다. 그 정도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감독은 아니라고 보기에 계속 그런 얘기들을 했던 거고 워커를 쓰더라도 베르나르도 실바의 존재가 매우 중요할 거라 했던 거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원온원에 너무 시선이 쏠려있으니 그 부분만 볼 게 아니다라고 계속 말씀드려 왔던 거기도 합니다.
이런 면에서 현재 베르나르도 실바의 기용 방식은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지만 그중 제일 눈에 들어오는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후방 플레이어 (개인적으로 이쪽 물이 너무 들어버렸다고 보는 편) 가 윙포워드로 뛰어서 파괴력 자체는 없어 보일 수 있으나 반대로 상대 풀백이 베르나르도 실바의 기술적 우위를 감당을 못하거나 스탠딩 스킬이 후질 때 얘를 막는 게 원온원이 되는 게 아니라 2명의 협력 수비가 된다는 겁니다.
그럼 데 브라이너가 순간적으로 오른쪽 윙포워드가 될 때 원터치 플레이에 지장이 가질 않습니다. 베르나르도 실바가 어그로를 끌어주니까요. 오늘 경기도 그렇고 뮌헨 전 등등 다 베르나르도 실바가 상대 풀백이 원온원으로 버거워서 협력 수비가 붙으면 데 브라이너는 오른쪽에서 원터치 플레이를 할 때 대부분 열린 상태에서 보지도 않고 킥을 차버립니다. 급하게 차는 게 아니라 그만큼 미리 상황을 다 인지하고 더 빠르게 실행에 옮긴다는 겁니다.
물론 반대로 상대가 볼 소유권을 아예 내주고 내려앉고 마지막 패스 루트만 철저하게 막는다고 하면 베르나르도 실바보단 마레즈가 더 나을 수 있겠죠. 똑같이 횡드리블을 쳐도 마레즈가 슈팅 스킬, 타이밍, 범위의 다양성 등에서 더 포워드스러운 면모들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라이프치히나 뮌헨, 아스날 등이 똑같이 볼을 소유하려 하거나 상대적으로 압박을 더 강하게 하니 베르나르도 실바가 중용받는 거라고 봅니다. 거기다 신기하게도 만나는 상대마다 왼쪽 풀백들이 다 하자가 있어서 원온원이 안 되니 베르나르도 실바의 이런 면들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둘째로 노골적으로 에데르송 바로 앞에서 유도를 하는 플레이를 자주 해버릇해서 그런지 시야가 꽤 넓어졌는데 그거 때문인지 주변 동료들의 위치를 보고 포지셔닝을 재빠르게 잡아서 보조해 주는 게 눈에 띄게 성장했습니다. 지난 경기들에서 보였던 워커-마레즈나 워커의 삐그덕거리는 상호 작용과는 느낌 자체가 다르죠.
현재 전술전략에서 수비수 본연의 면모와 영리함, 판단력 등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여러 차례 말씀드려 와서 사실 덧붙이기 싫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장면들은 계속 말씀을 드려야 같은 질문들이 나오지 않는다고 보기에 그 장면들도 한번 보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여러 차례 말씀드리지만 기존에도 이런 수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허나 현재는 이걸 더 유연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물론 지배, 통제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효율을 더 우선시하고 있는 겁니다.
홈 경기가 연속으로 있는 일정이 있나 봤더니 챔스 전에 한번 있던데 아마 이때 선수들이 4강전에 최대의 컨디션을 낼 수 있도록 회복 훈련에 거의 모든 걸 쏟아부을 거라고 봅니다. 한 경기 정도 자빠져도 리그 우승은 잡을 수 있을 확률이 높기에 펩이 유연함을 발휘하면서 또 선수들을 조금 더 바짝 조일 거라고 생각하구요.
아스날 얘기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은데 제대로 본 건 3경기째라 뭐 확언을 하거나 그러고 싶진 않은데 제 관점에서 3경기 다 비슷한 생각이 드는 건 자카입니다. 보이는 것과 다르게 너무 좁은 범위의 보조자고 (넓게 움직여도 사실상 도움이 덜 된다는 소리기도 합니다.) 경기가 자기들이 원하는 양상으로 가지 않을 때 특히나 더 도움이 안 된다고 느낍니다. 막말로 없는 게 더 낫다고 느껴질 정도랄까.
어차피 이제 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시기고 더 올라서기 적절한 시기라고 보이는데 전년 대비 효용성이나 가치가 떨어진 선수는 라커룸에서의 영향력이 혹여나 크더라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오른발을 쓰는 왼쪽 윙포워드를 구하거나 (마르티넬리도 표본이 너무 적긴 한데 얘도 본 경기들 다 마음에 드는 게 거의 없음. 요번 경기도 보는 내내 쟤 좀 바꾸지 했는데 오늘은 바꾸더군요.) 조르지뉴가 아니라 얘보다는 더 다재다능하고 90분을 소화할 수 있는 오른발잡이 미드필드를 추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조르지뉴도 이제 보조를 아무리 받아도 양 방향 패싱이 되는 선수는 아닌데 그럼에도 쓰는 건 오른발잡이가 오른쪽을 보면서 패스 루트를 빠르게 찾고 실행에 옮기는 건 다른 선수들보다 낫기 때문.
거기다 발의 방향에 맞춘 박스 공략이나 반대편 측면 공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사카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다 양 발 사용이 능하긴커녕 주발 의존도가 높아 보이는데 이 부분은 사카 외에 한 명만 양 발을 더 잘 써도 빠르고 크게 변화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게 현재 패스 루트를 뻔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고 후반기 오면서 계속 대응책이 나오니 고전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네요.
전체적으로 다음 시즌에 방출과 보강 여부에 따라 더 좋은 팀이 될 자질은 3경기만 봐도 다 보였다고 생각하구요. 아스날 보드진은 잘 모르겠지만 만약에 저라면 아르테타가 찍은 애들 가능하다면 다 사줄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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