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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속았지??

by 다스다스 2023. 4. 27.





변형 쓰리백인 척하고 좌우 사이드를 파거나 사카 위주로 돌아가는 아스날을 유도해 중앙을 집요하게 파서 경기를 가져온 게 큰 계획이지 않았나 싶음.




아무래도 실전 경기 겸 사실상 전술 훈련의 일부가 되는 후반기 경기들에서 라포르테나 워커 둘 다 역부족인 모습을 보였기에 펩 아래에서 몇 년 동안 훈련하면서 변형 전술에는 익숙한 선수들이기에 그 부분을 상대적으로 더 강조한 경기라고 보는 게 옳지 않나 싶습니다. 워커한테도 전통적인 풀백이나 유사시에 윙어가 되는 걸 요구한 거 역시 연장선이라고 보구요.




아무래도 워커는 센터백은 둘째치고 들어왔다 나갔다가 90분 내내 되지 않고 베르나르도 실바가 협력 수비와 전방 압박 등에서 기본 2인분 (진짜 두 명이 있는 느낌임) 을 해내기 때문에 굳이 변형 쓰리백 대형을 억지로 만들면서 워커와 아칸지가 원온원을 상황이나 센터백으로 기능하는 순간을 자주 마주하게 만들기보단 상대가 첫 패스를 의식하게 만들어서 (그동안은 로드리-스톤스 가지고 하던 유도를 아예 최후방으로 내려버린 거임. 바르셀로나 시절 무링요 마드리드 상대로 발데스-아비달 가지고 하던 그런 느낌과 유사하게)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을 벌리게 만들어서 데 브라이너를 프리맨으로 만드는 게 세부적으론 제일 첫 번째였다고 봅니다.




여기서 아스날의 패인.




처음 나가는 패스가 성공하면 데 브라이너나 귄도간한테 웬만하면 쏠쏠한 패스가 들어간다는 건데 그럼 그 속도에 맞춰서 간격과 대형을 빠르게 맞추기보단 (피보테나 센터백들이 볼이 어느 방향으로 빠질지, 데 브라이너가 어디로 갈지, 홀란드는 어디로 갈지, 누굴 먼저 막아야 할지 등을 2-3박자 빨리 읽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했음 더 압박을 강하게 했을 거임) 첫 패스를 막는 게 더 타당하다고 봤을 확률이 높았을 거임.




문제는 펩은 아스날이 평상시 공격적으로 하던 걸 그대로 하고 수비도 원래 하던 데로 (롱볼 유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을 거고 정확하게 이 부분을 간파당함.




아마 아케가 없고 전술 훈련 비중이 높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건 아르테타도 알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고 아칸지도 왼쪽에서 왼발로 숏패스나 직선 패스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다고 해도 이번 시즌 내내 뛰던 자리와 정반대로 움직이고 몸이나 패스 각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롱볼을 유도했을 때 단순히 롱패스 미스가 아니라 그 이상의 실책성 플레이가 나올 가능성 역시 있다고 봤을 거라고 봅니다.




거기다 워커가 지난 경기들에서 3-2-4-1 변형만 쓰면 포지셔닝이 늦거나 심하면 아예 자기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 지를 몰랐기에 이것 역시 아르테타가 고려했을 거라고 보구요.




헌데 3-2-4-1 변형을 그대로 가져가는 게 아니라 스톤스 (센터백으로 가면서 포백) 랑 귄도간 (4의 한 자리를 워커를 주고 베르나르도 실바랑 데 브라이너는 프리롤로 쓰면서 로드리랑 짝으로) 이 내려오면서 사실상 에데르송의 롱킥 옵션까지 고려해 7대5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아스날이 역으로 유도당하면서 경기가 완전 꼬여버렸습니다.





(4명이 맨마킹으로 붙으면서 한 명이 측면으로 몰 때 패스 루트를 막아버리는 역할을 하는 압박을 행했는데 스톤스-워커-에데르송까지 하면 시티가 7명이 후방에 있는데 아스날은 5명이죠.)



(스톤스한테 볼이 가자마자 다 달려듭니다. 워커한테 가는 루트를 차단하면 할 게 롱패스밖에 없죠. 귄도간이 프리맨이 되어 있습니다.)



(바로 귄도간이 손을 듭니다. 자기한테 패스가 오면 귄도간-데 브라이너-홀란드니까 달라 이거죠.)



(근데 여기서 스톤스가 홀란드를 보고 뻥 차버리는데 정확하게 차서 홀란드가 이걸 발로 퍼스트 터치를 해냅니다. 데 브라이너는 보면서 그냥 달리죠.)



(그대로 이어져서 실점합니다.)



(사실상 네 명이 순간적으로 상대 엔드 라인쪽으로 달려들었는데 롱볼 유도에 실패했기에 여기선 판단 미스를 하면 안 됩니다. 파티가 홀란드는 그냥 버리고 무조건 데 브라이너한테 끝까지 붙었어야 했죠.)



(홀란드가 플레이를 조금이라도 더 가져갈 줄 알고 순간 방향을 바꾸다가 데 브라이너가 프리맨이 됩니다.)



(다른 장면을 봐도 똑같습니다. 또 네 명이 맨마킹으로 붙으면서 한 명은 측면으로 몰릴 거 같을 때 어느 방향으로 뛰어갈 지를 생각하면서 포지셔닝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데 브라이너입니다.)



(패스가 한번에 사이로 빠질 것 같으면 주저하지 않고 달리는데 파티가 계속 놓칩니다.)



다른 장면들도 더 보겠습니다.




(귄도간과 데 브라이너가 저렇게 포지셔닝하면 어디로 첫 패스가 들어갈 지를 모르니까 파티가 누굴 막아야할 지를 모르게 됩니다.)



(또 측면으로 모는데는 성공했지만 스톤스를 활용해 유도한 겁니다. 롱볼로 볼 소유권을 못 찾으면 아스날은 저 화면 안에 있는 선수들이 볼보다 뒤에 있는 겁니다.)



(스로인도 맨마킹으로 대응하니까 데 브라이너가 슬쩍 내려옵니다. 원래 스로인 던지던 워커고 펩은 늘 스로인을 가르치기 때문에 바로 알아차립니다.)



(아칸지와 라포르테, 워커의 적응 차이 역시 보입니다. 본인이 올라가도 지장이 없을 때만 올라갑니다. 아칸지 뒤나 옆에 아스날 선수들이 한 명도 없죠.)



(외데고르가 디아스한테 볼이 가자 달려듭니다.)



(귄도간을 보시면 패스가 아칸지한테 빠지자마자 데 브라이너 위치를 보고 있습니다. 움직이면서 패스를 어디다 줘야할 지를 미리 찾는 거죠. 데 브라이너한테 원 터치 패스가 바로 가지만 반칙으로 끊깁니다.)



(다시 스톤스한테 볼이 옵니다. 여전히 똑같이 대응하는데 슬슬 여기서 무리를 안 합니다.)



(베르나르도 실바가 상황을 파악하고 내려와줍니다.)



(워커가 볼을 잡자마자 홀란드가 프리맨인 걸 눈치채고 바로 사이로 패스를 내줍니다.)



(또 파티가 데 브라이너를 놓칩니다.)



이게 아스날의 대응 방식이 완전히 잘못된 건 아닙니다. 측면으로 이렇게 모는 게 당연한 거고 그래야 가성비가 나오는 것도 맞는데 펩이 애초에 다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보시면 스톤스가 일부러 엔드 라인 쪽으로 계속 알아서 빠집니다. 그러고 거기다 주면 아스날 선수들은 자연스레 달릴 수밖에 없죠. 뺏으면 찬스고 롱볼을 차게 하면 뒤의 선수들이 잡으면 후퇴를 안 하니까요.



(이 시간대 이전부터 아스날이 스톤스 유도에 안 낚이려고 그냥 압박 강도를 낮춰버렸습니다. 그냥 승점도 같이 잡아주기에 찍어본 거고. 화면에는 안 잡혔지만 아르테타가 소리를 질렀겠죠. 전반전 어느 시점부터 스톤스 유도에 안 낚이려고 합니다.)



아스날이 이거에 낚이면서 앞선의 선수들과 파티가 포백과 간격이 확 벌어지면서 중앙이 비어버린 게 패인입니다. 이러면 데 브라이너가 굳이 양 측면 포워드로 기능하는 게 아니라 홀란드랑 그냥 투톱으로서 움직여도 매우 위협적인 상황이 되는 거죠. 완전히 당한 겁니다.




여기서 파티의 실책성 플레이들이 눈에 들어올 수 있는데 이게 단순히 피보테로 기능하는 게 아니라 앞선 선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또 앞으로 나가서 자리를 메워주기도 해야 합니다. 데 브라이너 하나만 따라가자고 상황을 가리지 않고 간격과 대형을 다 깰 수가 없습니다. 롱볼 유도 자체가 간격과 대형을 유지하면서 그 부분을 활용하는 것도 있기에 이 부분이 노골적으로 공략당한 셈이기도 하죠.




물론 스톤스의 유도와 롱패스가 너무 좋았습니다. 거의 왼발 센터백이 오른쪽에 선 것처럼 사선 각을 잘 봤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하구요. 워커 가지고 저렇게 하려고 했다면 아스날이 이겼을 겁니다. 그 정도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감독은 아니라고 보기에 계속 그런 얘기들을 했던 거고 워커를 쓰더라도 베르나르도 실바의 존재가 매우 중요할 거라 했던 거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원온원에 너무 시선이 쏠려있으니 그 부분만 볼 게 아니다라고 계속 말씀드려 왔던 거기도 합니다.




이런 면에서 현재 베르나르도 실바의 기용 방식은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지만 그중 제일 눈에 들어오는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후방 플레이어 (개인적으로 이쪽 물이 너무 들어버렸다고 보는 편) 가 윙포워드로 뛰어서 파괴력 자체는 없어 보일 수 있으나 반대로 상대 풀백이 베르나르도 실바의 기술적 우위를 감당을 못하거나 스탠딩 스킬이 후질 때 얘를 막는 게 원온원이 되는 게 아니라 2명의 협력 수비가 된다는 겁니다.




그럼 데 브라이너가 순간적으로 오른쪽 윙포워드가 될 때 원터치 플레이에 지장이 가질 않습니다. 베르나르도 실바가 어그로를 끌어주니까요. 오늘 경기도 그렇고 뮌헨 전 등등 다 베르나르도 실바가 상대 풀백이 원온원으로 버거워서 협력 수비가 붙으면 데 브라이너는 오른쪽에서 원터치 플레이를 할 때 대부분 열린 상태에서 보지도 않고 킥을 차버립니다. 급하게 차는 게 아니라 그만큼 미리 상황을 다 인지하고 더 빠르게 실행에 옮긴다는 겁니다.




물론 반대로 상대가 볼 소유권을 아예 내주고 내려앉고 마지막 패스 루트만 철저하게 막는다고 하면 베르나르도 실바보단 마레즈가 더 나을 수 있겠죠. 똑같이 횡드리블을 쳐도 마레즈가 슈팅 스킬, 타이밍, 범위의 다양성 등에서 더 포워드스러운 면모들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라이프치히나 뮌헨, 아스날 등이 똑같이 볼을 소유하려 하거나 상대적으로 압박을 더 강하게 하니 베르나르도 실바가 중용받는 거라고 봅니다. 거기다 신기하게도 만나는 상대마다 왼쪽 풀백들이 다 하자가 있어서 원온원이 안 되니 베르나르도 실바의 이런 면들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둘째로 노골적으로 에데르송 바로 앞에서 유도를 하는 플레이를 자주 해버릇해서 그런지 시야가 꽤 넓어졌는데 그거 때문인지 주변 동료들의 위치를 보고 포지셔닝을 재빠르게 잡아서 보조해 주는 게 눈에 띄게 성장했습니다. 지난 경기들에서 보였던 워커-마레즈나 워커의 삐그덕거리는 상호 작용과는 느낌 자체가 다르죠.



(파란색 박스를 친 스톤스가 튀어나와서 대응하는 걸 봅니다.)



(스톤스가 바로 빠질 수가 없으니 그대로 두고 베르나르도 실바가 워커 자리로 가고 워커를 스톤스 자리로 보내버립니다. 이러면 간격과 대형이 깨지지 않습니다. 저 정도 위치에선 한번 뚫려도 지장이 없습니다. 어차피 나머지 선수들이 바로 협력으로 올 거니까요.)



(상황이 정리되고 스톤스가 원래 자리로 가자마자 베르나르도 실바-워커도 둘 다 자기 자리로 돌아갑니다. 상호 작용의 좋은 예시 중 하나죠.)



(워커가 종종 누굴 막아야할 지를 놓치니까 그냥 유사시에 파이브백의 일원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3-2-4-1 변형 대형을 만들 때도 워커를 그냥 4의 일원으로 만들어 버리고 스톤스가 오른쪽. 귄도간이 패스 루트를 보면서 좌우를 번갈아 오가고 로드리는 디아스-귄도간과 상호 작용해줬죠.)



현재 전술전략에서 수비수 본연의 면모와 영리함, 판단력 등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여러 차례 말씀드려 와서 사실 덧붙이기 싫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장면들은 계속 말씀을 드려야 같은 질문들이 나오지 않는다고 보기에 그 장면들도 한번 보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사카가 저기 뒤에 있으니 본인 미스로 볼이 혹여나 자기 뒤로 넘어가도 동료가 있으면 있지. 아스날 선수들이 있을 리는 없으니 그냥 과감하게 박아버립니다. 이건 반칙으로 끊든 혹여나 아스날이 잘 풀어서 볼을 빼냈어도 영리하고 좋은 시도입니다. 상황을 완벽하게 읽었으니까요.)



(디아스가 사카를 측면에서 대응하면서 순간적으로 뒤돌아 봅니다. 들어오고 있는 선수들이 보이는데 세 명 다 달리는 방향이 다릅니다. 아칸지는 디아스를 보조해주러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로드리는 협력 수비의 일원이 되려 뛰고 그릴리쉬는 디아스가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바로 달려들려고 디아스 쪽으로 뛰죠.)



(결국 이렇게 시간 벌면서 박스 인원은 더 확보하고 그릴리쉬가 볼을 되찾아오죠.)



여러 차례 말씀드리지만 기존에도 이런 수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허나 현재는 이걸 더 유연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물론 지배, 통제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효율을 더 우선시하고 있는 겁니다.




홈 경기가 연속으로 있는 일정이 있나 봤더니 챔스 전에 한번 있던데 아마 이때 선수들이 4강전에 최대의 컨디션을 낼 수 있도록 회복 훈련에 거의 모든 걸 쏟아부을 거라고 봅니다. 한 경기 정도 자빠져도 리그 우승은 잡을 수 있을 확률이 높기에 펩이 유연함을 발휘하면서 또 선수들을 조금 더 바짝 조일 거라고 생각하구요.





아스날 얘기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은데 제대로 본 건 3경기째라 뭐 확언을 하거나 그러고 싶진 않은데 제 관점에서 3경기 다 비슷한 생각이 드는 건 자카입니다. 보이는 것과 다르게 너무 좁은 범위의 보조자고 (넓게 움직여도 사실상 도움이 덜 된다는 소리기도 합니다.) 경기가 자기들이 원하는 양상으로 가지 않을 때 특히나 더 도움이 안 된다고 느낍니다. 막말로 없는 게 더 낫다고 느껴질 정도랄까.




어차피 이제 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시기고 더 올라서기 적절한 시기라고 보이는데 전년 대비 효용성이나 가치가 떨어진 선수는 라커룸에서의 영향력이 혹여나 크더라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오른발을 쓰는 왼쪽 윙포워드를 구하거나 (마르티넬리도 표본이 너무 적긴 한데 얘도 본 경기들 다 마음에 드는 게 거의 없음. 요번 경기도 보는 내내 쟤 좀 바꾸지 했는데 오늘은 바꾸더군요.) 조르지뉴가 아니라 얘보다는 더 다재다능하고 90분을 소화할 수 있는 오른발잡이 미드필드를 추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조르지뉴도 이제 보조를 아무리 받아도 양 방향 패싱이 되는 선수는 아닌데 그럼에도 쓰는 건 오른발잡이가 오른쪽을 보면서 패스 루트를 빠르게 찾고 실행에 옮기는 건 다른 선수들보다 낫기 때문.




거기다 발의 방향에 맞춘 박스 공략이나 반대편 측면 공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사카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다 양 발 사용이 능하긴커녕 주발 의존도가 높아 보이는데 이 부분은 사카 외에 한 명만 양 발을 더 잘 써도 빠르고 크게 변화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게 현재 패스 루트를 뻔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고 후반기 오면서 계속 대응책이 나오니 고전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네요.




전체적으로 다음 시즌에 방출과 보강 여부에 따라 더 좋은 팀이 될 자질은 3경기만 봐도 다 보였다고 생각하구요. 아스날 보드진은 잘 모르겠지만 만약에 저라면 아르테타가 찍은 애들 가능하다면 다 사줄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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