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밤새고 보려다가 뻗었는데 알레마니가 나갔네요.
개인적으로 느꼈을 땐 처음에 올 때야 똘마니로 왔어도 슬슬 자기 영향력이 커지고 증명해야 바르셀로나 이후 커리어도 보장되고 위상도 확고해지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감독뿐만 아니라 단장도 보통 바르셀로나는 시험하려고 하기 때문에 알레마니한테도 초창기는 무조건 증명이 우선이었을 거고. 어느 정도 증명했음에도 흐름이 거꾸로 가니 바르셀로나에 남을 이유를 못 느꼈다 정도일 듯함.
결국 단장이 잘한다는 건 크게 봤을 때 축구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윗선의 개입을 엿이나 드세요 하고 막고 감독의 요구를 적정선에서 잘 조율해 내고 정답에 가까운 선택을 상대적으로 더 잘 찾는 건데 알레마니가 생각하던 거랑 바르셀로나의 구조는 가면 갈수록 많이 다르다고 느꼈으니 뭐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었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바르셀로나는 원래 일이 일사천리로 돌아간 적이 없는 팀임. 챠비가 꼴통처럼 구는 것도 어차피 일이 그렇게 빠르게 착착 안 돌아가니까 자기도 자기 의견을 강하게 내는 거죠. 그러려면 필요한 건 성적이니까 이상할 정도로 리가 성적을 올려치는 거임. 전 기록 의식 안 하고 있다 이거 200% 구라라고 확신함.
라포르타도 그렇게 챠비를 감싸돌 것 같진 않네요. 언제든지 버릴 수 있으니 챠비도 부담을 느끼는 거겠죠. 이런 것들도 외부인들이 오면 몇 년 안 돼서 다 지쳐나가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죠.
거기다가 자기가 카탈란이거나 바르셀로나 레전드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고 차라리 바르셀로나보다 낮은 위상의 팀이더라도 권한이 보장되고 소통이 되고 이해가 가능한 가능성 있는 팀 가서 증명하는 게 더 낫다고 봤겠죠.
기사들만 봐도 카탈루냐의 감성을 아예 이해조차 안 하고 그냥 오로지 본인의 접근 방식에 의거해 결론을 낸 것 같은데 (물론 어느 정도 걸러봐야겠죠. 자기들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고 해야 욕을 알레마니가 먹을 테니) 주어진 시간 안에 팬들의 마음을 사야 하는 라포르타하고는 다를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음.
알레마니는 자기가 나가든 말든 건강한 바르셀로나를 만드는 게 똘마니를 벗어나면서 하고 싶었던 거고. 라포르타는 유능한 똘마니로 임기 내내 쓰고 싶었던 거고. 그 차이죠.
그리고 라포르타는 원래 그런 사람임. 때론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당장 네그레이라 관련 기자회견만 봐도 기자들 질문에 갑자기 발작 버튼 눌린 것처럼 화냄) 자기주장 강하고 인정 안 하고 아랫사람 의견 잘 안 들어주고. 괜히 로셀이 야심이 어마어마하고 역겨운 사람이라 했던 게 아니죠. 뭐 로셀도 마찬가지지만요.
이걸 증명하는 게 치키 말고 도중에 다 떠났음. 소리아노, 파우스, 프레이사, 로셀, 바르토메우, 잉글라 등등... 당시 보드진 유능함, 수준 등은 사실 지금 시티로 간 일부가 증명하듯이 매우 좋은 수준이었음에도 라포르타의 야심으로 다 망가진 거임.
코르돈은 잘 모르겠지만 어차피 알레마니가 본인이 독단적으로 행할 수 있는 범위가 그렇게 넓었을 것 같지가 않아서 그렇게 호들갑 떨 일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다른 팀에서 어떻게 했냐는 고려 사항 정도지. 그게 모든 걸 판가름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하구요.
치키나 주비사레타 같이 그래도 팬들이 꽤 지지하는 내부 인사를 더 이상 발굴 안 하려는 거만 봐도 본인 의견을 강하게 밀고 나가려는 의지가 꽤 큰 거 같다 정도만 확 들어오네요.
어차피 챠비가 잘하면 단장의 존재감은 알아서 줄어들 거라 단장이 잘하냐 못하냐 보단 챠비가 잘하길 바라는 게 우선이지 않나 싶기도 하구요. 재정은 알레마니만 책임지는 게 아니라 재정 관련 담당자들이 더 중요한 거라 애초에 그게 알레마니 이탈을 아쉬워할 이유도 될 수 없음.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