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님 말고.
특별히 코멘트할 건 없는 거 같고 아케의 회복 속도가 생각 이상으로 빠른 거 같은데 (제일 낮은 단계의 햄스트링, 근육계 부상을 감안하더라도) 회복 훈련 비중이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압도적인지 그냥 아케가 회복력이 엄청 좋은 건지 뭐 잘 모르겠지만 뛰는 거 보니까 문제 될 정도는 아닌 거 같긴 한데 또 마냥 안심할만한 단계는 아닌 거 같다고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느꼈을 땐 납득이 가능한 선에서 선수 의지가 매우 강력하게 반영된 느낌.
그걸 테스트해보고자 함이 크지 않았을까 싶고. 뭐 당연히 의료진의 OK 사인이 있었으니 펩도 기용한 걸 테니 무작정 끌어다 쓴 거는 아닐테구요. 아마 펩이 납득하기 힘든 모습이었다면 전반전 끝나자마자 아칸지랑 바꿨을 것 같음.
개인적으로 현재 펩의 운용은 한 경기 자빠져도 우승을 자력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쪽에 가깝다고 봅니다. 데 브라이너 안 쓰는 것도 잠재적인 부상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하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컨디션이 올라오는 게 보일 때부터 이전과는 다른 (4월 되면 서서히 꺾이던 모습) 리듬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오히려 이게 문제가 될 여지가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음.
저도 계속 부상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 했는데 펩 눈에는 저보다 더 유의미하게 들어왔을 거라고 생각하구요. 큰 틀에서 봤을 땐 4강 1-2차전 이 시기에 최고의 컨디션을 낼 수 있는 조절에 들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아마 다음 경기도 또 몇 자리 바꾸는 게 1순위겠지만 개인적으로 차선으로 베스트 라인업을 내놓고 45분 안에 경기 터뜨리고 교체 카드를 다섯 장을 다 써버리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홈 경기에 상대도 부담스럽지 않고 경기 감각 유지도 실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 도중에 불러다 지시하는 것도 다 현재 역할이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이 대부분) 긴장감을 심어준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오늘 경기는 귄도간의 부재가 눈에 확 들어온 경기인데 데 브라이너라는 전술적 중심이 없으면 공격 방식의 다양성이 극대화가 안 된다면 귄도간이 없으면 패싱 방향이 측면으로 쏠리거나 대신 나온 선수의 발의 방향에 맞춰지다 보니까 그와 같은 선상에 서는 측면 선수의 비중과 해결이 매우 중요해진다는 거겠죠.
결국 두 명 다 빠지면 베르나르도 실바가 패스 루트를 찾고 실행하는 1순위의 앞선의 선수가 되는데 후방 플레이어로 물이 너무 들었다고 종종 얘기하는 게 압박과 탈압박 과정을 매우 위험하고 과감하게 이행하지만 (유도라는 플레이 자체가 상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이상을 볼보다 뒤로 빼내서 속도를 내려고 하는 거니깐) 정작 플레이의 마무리는 안정적인 선택지를 찾는 거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실 앞선의 선수로서는 마냥 최선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오늘도 대부분 측면으로 빠져서 크로스 일변도의 플레이를 한 것도 패스 방향이 뻔하고 본인이 오른발로 패싱을 하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최선의 선택지는 정발 윙어가 돼서 그릴리쉬, 홀란드, 알바레즈의 각을 열어주는 거 정도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거기다가 주변 동료들이랑 상호 작용이 잘 되는 경우가 아니면 기본적으로 볼을 오래 소유하고 기술적 우위를 살리려고 하기 때문에 상대가 대형과 간격을 다 갖춘 상태에서 대응하면 상대적으로 다른 포워드들에 비해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격적인 미드필드 같지만 사실은 매우 후방에 어울리는 선수라는 거고. 그럼에도 오른쪽 기용을 주장했고 그게 또 챔스나 비슷한 전력의 팀들과의 대결에서 유의미하게 먹혔던 건 영리한 압박, 탈압박, 포지셔닝 등으로 고정적으로 2인분 이상을 해내는 것도 있지만 상대 풀백들이 이런 베르나르도 실바의 플레이 스타일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서 협력 수비를 이끌어냈던 게 컸던 거죠. 상대적 약팀들은 굳이 베르나르도 실바와 원온원 하게끔 둘 필요가 없으니 그 상황 자체가 안 나오는 겁니다.
그릴리쉬도 얘기하고 싶은데 슈팅 스킬 자체가 안 좋다기보단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종으로 길게 뛰다 보니까 슈팅 타이밍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는 거. 현재의 수비 자체가 기존보다 더 전속력으로 길게 움직이는 횟수가 더 많기 때문에 (최대한 뒤로 빠져서 끌어들이고 볼을 소유하는 척 가장한 속공과 최소한의 패싱으로 부숴버리기 때문에) 힘이 빠지는 경우도 그만큼 더 많은데요.
이렇게 후방에서 볼을 되찾고 상대 박스까지 역으로 빠르게 도달했을 때 힘없는 슈팅을 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오늘 경기뿐만 아니라 특히 패스 두 번에 가는 경우도 그게 보이고 여러 번 패스가 거쳐도 빠르게 가면 대부분의 경우 힘없는 슈팅을 하죠.
근데 약하게 차도 들어갈 것 같은 상황에서도 슈팅 타이밍을 놓쳐서 한번 더 접거나 거기서 패스로 빼버리니까 제일 좋은 슈팅 타이밍에서 차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수비 가담을 가뜩이나 많이 요구하는 펩의 축구의 특성에 현재의 효율성까지 추구하니 사실상 배로 요구되고 체력 소모 자체는 꽤 클 거라 이 부분을 간과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구요.
두 번째 문제는 범위와 다양성의 문제입니다. 천천히 올라갔을 때 부각되는 문제는 이쪽이 조금 더 가깝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그릴리쉬를 시티 이전엔 별로 본 적이 없어서 이게 조금 신기해서 아스톤 빌라 시절 골 장면들을 찾아봤는데 대부분의 슈팅 범위가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고 파악하고 차는 경우든 그냥 보지도 않고 차는 경우든 대부분 구석을 노리는 슈팅을 한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넓게 움직이고 볼 자체를 그렇게 적게 만지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의식한 게 아닌가 싶고. 펩도 이런 헌신적인 플레이들이 바탕이 됐을 때 구석으로만 제대로 찰 수 있어도 어느 정도는 따라오지 않았을까 싶었을 거라고 봅니다.
실제로 앙리 정도 되는 선수도 힘들어해서 08-09 시즌 골 장면들 보면 발 대놓고 방향 바꾸는 슈팅이나 톡 차도 들어가는 슈팅을 자주 했고. 종으로 패스가 넘어가서 뒷공간을 털 때도 대부분 슈팅을 쎄게 차는 게 아니라 구석으로 몰아넣는 식으로 찼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체력이 엄청 좋아 보이는데 조금 더 자신 있게 의식하지 말고 차라고 지시하면 어느 정도 개선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미 지시하고 있는데 실전에선 잘 안 나오는 걸 수도 있구요. 오른발잡이 좌측면 포워드 치고 왼발 윙어처럼 뛰는 게 저번 시즌의 모습이었다면 이번 시즌엔 횡드리블, 상호 작용, 동료 이용 등 모든 면에서 꽤 향상됐기 때문에 다음 시즌 발전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죠.
아마 여기서 발전이 없다면 마레즈보다 한계가 더 빨리 올 거라고 봅니다. 리그에서만큼은 측면 포워드들이 알아서 해결해 주는 빈도 수가 어떤 전술전략을 쓰든 중요하니까요.
아케는 개인적으로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펩 축구의 고정관념으로 인해 굉장히 저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 번을 봐도 펩 아래에서 피케가 뭔가를 이해하면서 급성장을 한 거랑 유사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선천적으로 볼을 다루는 기술, 시야 등은 당장 경쟁자인 라포르테랑 비교했을 때도 우위에 서기 힘들거나 한계가 보이긴 하지만 수비수 본연의 면모는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이해할 정도로 미스를 만회하는 판단력도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아마 펩은 이게 자기 눈에 보였기 때문에 남으라고 했을 거라고 보구요. 거기다가 눈에 띄는 게 오른발 첫 터치-왼발 패스로 투 터치 플레이가 매우 좋아졌음.
개인적으로 여기서도 그렇고 커뮤니티들도 그렇고 몇 달 전부터 칭찬해오던 제가 이상한 건가 싶을 정도로 라포르테만 찾고 아케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아서 좀 그랬는데 몇 경기 빠지고 돌아오니 이제 좀 제대로 평가를 받는구나 싶습니다. 칭찬 좀 해줍시다.
홀란드는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펩이 그동안 써온 센터 포워드들 중 에투와 제일 가까운 선수라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현재까지의 모습은 에투의 완성형 선수라고 봅니다.
성실하면서도 위협적인 압박, 오프 더 볼은 물론이고 열린 공간 활용, 주발에 한해서는 다양한 슈팅 스킬, 범위, 다양성 그리고 자신의 장점들을 의식하고 잘 살린 플레이 스타일 등 닮은 점들이 꽤 많습니다. 거기다가 측면 선수들과의 상호 작용은 떨어지면서 (물론 현재 시티는 측면 포워드들도 이 문제를 안고 있고 홀란드만의 문제는 아님) 매우 중앙지향적인 선수인 것도 닮았죠.
굳이 1년 차부터 이것저것 안 가르치고 장점들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도 골까지 가는 과정 속에서 그걸 결국 골로 만들어 내는 천부적인 센스가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음. 거기다가 에투는 터치나 동작의 연속을 요구받거나 퍼스트 터치를 공략당하면 세밀함 부족으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는데 홀란드는 이 부분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죠.
정적인 상황에서도 4-5명이 자기만 보고 있어도 그걸 극복하기도 했고 거기다가 자기 주발을 활용하는 각을 만드는 과정 자체도 웬만한 선수들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빠르기 때문에 현재 시티 선수 구성을 생각했을 땐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고 봤을 겁니다.
펩이 그동안 꿈꿔오던 토탈 패키지랑은 거리가 멀지만 메시, 레반도프스키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어려운 미션들을 요구받는 자리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선수가 더 알맞은 선수일 수도 있습니다. 펩이 이런 선수 못 쓴다는 것도 편견임. 에투만 해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 선수였음에도 잘 썼음. 메시 중앙화의 효율이 전혀 안 나오는 선수라 계속 내보내달라 했던 거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