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기를 조기에 끝낼 목적을 갖고 나왔다는 게 펩의 표정, 행동 등에서 보였는데 (이후 인터뷰만 봐도 2대0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된 게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게 명확하게 보임) 귄도간 피케이 실축 이후 잡아준 화면에서 노노노노 하는 듯한 제스쳐를 했던 거 보면 아마 경기가 조기에 터지지 않아서 불만이 쌓여있던 상황이었던 거 같은데 선수들이 그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 (특히 주장인 귄도간이 그랬다는 점에서) 에서 불만이 있지 않았나 싶고.
2. 둘째로 이럴 거면 애초에 풀 라인업을 써서 그냥 초장에 터뜨리고 다섯 명을 바꾸는 게 나았다는 거. 결과론적인 얘기가 아니라 리즈가 두 골을 다 똑같이 먹혔고 그 부분이 전반전 이후에야 수정이 됐기 때문에 조기에 경기를 터뜨릴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라인업으로도 그게 될 거라는 판단이 들어갔으니 결정한 거겠지만 농담이 아니라 풀 라인업 썼으면 전반전에 최소 4대0 이었을 거임. 마드리드 전이 3일 뒤에 있어도 이미 1주일을 맨체스터에서만 보냈기에 경기를 조기에 터뜨렸다면 아무런 지장도 없었을 확률이 훨씬 높았을 건데 펩이 리즈를 너무 얕잡아봤거나 한 경기로 너무 많은 걸 얻으려고 한 게 아닌가 싶음.
3. 결국 이런 욕심들로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 경기. 승점 3점을 얻었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90분 내내 비슷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뛰었다는 점에서 칭찬할 게 없는 경기. 체력 소모는 단순히 뛰는 데서만 오는 게 아님. 어떤 것을 의식하고 조급해지고 하는 것들도 모두 체력에 영향을 주기 마련.
4. 무엇보다 4강전 계획을 짜면서 몇 수는 더 앞서서 라인업과 교체 활용을 짜놨을 건데 (원래 펩이 그날 경기만 라인업 짜놓는 게 아니라 나머지 경기들도 다 짜놓고 변수가 생기면 바뀌고 그런 식으로 운용을 자주 해왔던 편임) 그게 처음으로 깨진 경기라는 점에서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확실하게 심고 가야 할 듯함.
이전 경기 후기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풀 라인업을 내놓는 게 나았다고 얘기하는 건 현 시점에서 가장 확실하게 모든 걸 계획대로 진행시키기 좋아 보였기 때문. 물론 전 펩이 아니니 그가 보는 게 더 정답에 가깝겠지만 아쉬울 수밖에 없는 건 사실임.
5. 아케 부상은 저번 경기에서도 안심할만한 건 아닌 거 같다고 얘기했었는데 개인적인 느낌이라 자세하게 짚진 않았는데 그동안 봐온 아케의 모습과는 살짝 이질감이 드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매우 개인적인 느낌이기에 이걸 근거 삼기엔 힘들 것 같아서 그냥 안심할만한 건 아닌 거 같다고 얘기하고 자세하게 코멘트를 덧붙이지 않았던 건데 중간중간에 이전 같았으면 전속력으로 뛰거나 아님 제가 봤을 땐 분명히 아케가 뛰어야 하는 장면인데 상황을 보고서 걷거나 최대한 움직이지 않거나 경합을 많이 가져가지 않는 게 완전히 회복된 상태에서 나온 건 아닌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음.
이번 경기도 보면 상대가 타이트하게 붙으면서 왼쪽 허벅지 쪽을 치니깐 갑자기 바로 손을 들었는데 아무래도 과한 경합 과정 + 전속력으로 뛰어야 하는 상황은 현재로선 조금 부담이 되는 상태가 아니었나 싶네요. 이게 예방 차원인지 진짜 부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선수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기용이 아니었나 싶네요.
6. 실점 장면이 아칸지의 공중볼 감각이 디아스나 아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아쉽다고 지적하는 이유 중의 하나임. 차단하는 움직임을 만들어 내지 못한 상황에서 불확실한 볼이 어디로 튈지 확실하지 않으면 머리로 걷어내더라도 일단 최대한 높이, 쎄게, 멀리 걷어내는 게 맞는 거임. 그 상황에선 볼을 소유해 내고 빼내는 걸 고민할 필요가 없음. 아칸지는 계속 그 부분을 생각하니까 이런 미스들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음.
라포르테도 볼을 소유하면서 앞에서 볼을 차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습관적으로 그렇게 수비하는 거라고 볼 수 있는데 현재 디아스랑 아케를 빼면 수비수로서 습관이 없다고 할만한 선수가 없음. 그래서 디아스랑 아케가 빠지는 걸 변수라고 얘기했던 거기도 하죠.
그동안 이런 공중볼 감각의 미스로 인한 실점이 없었기 때문에 왼쪽에서의 거리감 문제 빼면 딱히 지적할 게 없었는데 이번 경기 실점은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7. 마지막 리코 루이스.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모든 플레이가 실속이 없음. 엄청 두리번거리는 거에 비해서 선택지, 포지셔닝이 앞서나간다는 느낌보단 자신을 막고 있는 상대한테서 빨리 벗어나고 빨리빨리 주고받으려는 의지가 더 보인달까.
직선적인 기용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던 것도 풀백이어서가 아니라 이런 고민을 덜하고 판단도 단순하게 내릴 수 있기 때문인데 펩 입장에선 현재 눈에 보이는 단점들을 개선할 수 있으면 포리바렌테로서 가치가 급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억지로라도 이런 기용을 가져가는 게 아닌가 싶네요.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게 이런 본인의 플레이 스타일 때문인지 자꾸 패스를 안 주거나 리턴을 안 주면 손짓을 하거나 아쉬워하는데 본인이 받기 좋은 상황이 아닐 수도 있고 동료들이 그렇게 판단했다는 걸 인지를 못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시티 자체가 느리게 움직이다가 한 번에 속도를 확 내는 팀이기에 경합 능력도 경합 능력이지만 이 부분에 적응을 할 수 있냐도 중요할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