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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부스케츠는

by 다스다스 2023. 5. 12.






대다수의 평가에선 돋보이기 힘든 선수라고 보긴 하지만 바르셀로나 내에서 더 나아가서 바르셀로나와 비슷한 관념을 추구하고 볼의 관점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여기는 팀들과 선수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고평가 받는 선수로 남겠죠.




퍼스트 팀 입성 이후 처음부터 봐온 선수들의 이탈을 하나둘씩 볼 때마다 저도 나이를 엄청 먹었구나 싶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렇지만 떠나야 할 시기를 스스로 아는 선수들이 제일 멋있다고 봅니다.




이니에스타는 그게 너무 빨라서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선수여서 (여전히 이니에스타만한 선수를 못 찾았음) 기자회견도 번역하고 아쉬움을 덧붙여서 얘기한 적도 있는데 부스케츠는 다음 시즌이 되면 그냥 막을 수 없는 신체적 하락만으로도 지금보다 더 심각한 모습을 하고 있을 게 뻔하기 때문에 메시의 합류 (제 개인적인 선호나 의견을 배제하고 현실성을 따져봤을 때) 가 불확실한 이상 부스케츠 입장에선 여러 가지를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월드컵 전후로 부스케츠에 관한 생각을 많이 바꿨던 건 이제 부스케츠를 앞에다 끌어 쓰는 전술전략이 누군가의 보조가 문제가 아니라 부스케츠의 경쟁력 문제가 더 크게 보였기 때문이고. 실제로 데 용만 빠지면 부스케츠의 위치를 미스가 최대한 안 나도록 고정시켰었는데 페드리가 없고 데 용도 없는데 공격이 안 되면 수비가 안 되는 팀이 애초부터 쫄아서 수비적 불안을 이유로 삼아 그렇게 한다는 건 그만큼 부스케츠 자체가 떨어졌다는 간접적인 증거기도 하죠.




그럼에도 챠비가 그의 잔류를 외친 건 부스케츠의 가치들은 패스 속도와 볼 소유 그리고 움직임에 있기 때문이죠.




발베르데, 세티엔 (이 버러지는 굳이 끼고 싶진 않지만 뭐. 기억에서 그냥 지우고 싶음), 쿠만, 챠비가 부스케츠를 못 놓은 건 바르셀로나의 기초적인 빌드업 방식 (또는 하프 라인을 넘어가는 고정적인 틀) 은 사람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대형은 유지하고 움직이지 않으면서 횡패스와 백패스가 돌아가는 와중에 빈 공간을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찾아내고 읽어내는 선수의 첫 패스를 기점으로 패스 속도를 올리는 방식이 이상적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최대한 실행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빌드업 방식을 효과적이고 파괴적이며 90분 내내 해내기 위해서 제일 필요한 게 유도임. 유도를 해내려면 스스로 위험하게 뛰어야 하기도 하고 냅두면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또 그만큼 패스 루트를 잘 찾아내고 잘 보내거나 온 더 볼 상황을 활용할 줄 아는 뭔가가 있어야겠죠.




펩도 종종 스피드가 빠른 윙어들을 쓰곤 했지만 그 윙어들을 종적으로 길게 쓰기보단 단거리 역습을 최대한 빠르게 하고 중앙으로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그 스피드를 썼죠. 이들에게 제일 처음 가르치는 게 움직이지 말고 패스를 기다리라는 포지셔닝임. 챠비도 뎀벨레나 하피냐의 동선을 의도적으로 줄여 바로 횡드리블을 치면 상대 박스 근처로 들어갈 수 있는 지점에서 최대한 볼을 잡게끔 조정하려는 건 우연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들이 그것을 매번 해내냐 못 해내느냐는 둘째치구요.




바르셀로나에 온 외부 자원들의 적응기는 늘 이런 어디서 멈춰있어야 되고 어디서 움직여야 하는지를 이해하냐 못 하냐에 달려있었음. 부스케츠는 이것을 잘 보조하는 선수였죠.




부스케츠가 있으면 볼이 잘 돈다라고 표현하는데 그것보다 그가 어떤 식으로 볼을 소유하고 내보내는지 과정 같은 것들은 잘 얘기를 하지 않음. 남들이 다 욕할 때도 그의 효용 가치를 주장했던 건 이것을 대체할 선수가 없었고 다른 방식으로 팀이 풀어나갈 방법도 없었으니 감독의 선택은 팬들의 바람대로 갈 리가 없었다고 봤기 때문임. 쿠만은 나름 패스 앤 무브를 과감하게 장착하려던 유일한 감독이었다고 보나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그것을 겪으며 생길 시행착오를 견뎌낼 자신이 없어서 바로 엎었죠.




부스케츠의 볼 소유 방식은 챠비와 유사하게 볼을 소유하고 일부러 상대가 달려들게 만들어 주변 동료들의 공간을 열어주는 데 있죠. 빠른 볼 처리가 아닌 상대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과정 속에서 볼을 내보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볼이 잘 도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거기다가 상대 선수들은 뒤로 쳐지면서 볼이 나가니까 빨라 보이죠. 경기가 안 풀리면 자기만 내려와서 풀어나가려는 독특한 바르셀로나의 방식을 이행할 수 있는 드문 선수 중의 한 명이기도 하죠.




부스케츠가 있음으로 인해서 중앙 미드필드가 이 작업을 이행할 필요가 없으니 역할은 줄어들고 고정적인 위치와 플레이 메이킹의 시발점이 높아지니까 감독이 버리질 못한 겁니다. 뚜레가 있을 때 이 역할을 해내던 건 뚜레가 아니라 챠비였죠.




세 얼간이의 파괴력 그리고 메시에게 쏠쏠하게 들어가던 오른발 패싱 그리고 알베스의 빌드업 이런 것들을 보조해 주던 게 부스케츠의 방식이고 그가 가진 특별함이었던 거죠. 데 용의 앞선 기용, 페드리에게 익숙한 위치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었던 것도 당연히 다수의 시선을 확 끌어다 주는 메시의 존재가 제일 컸겠지만 부스케츠가 있었던 것도 컸다고 봅니다.




예전 바르셀로나 시절 세스크도 그렇고 부스케츠도 그렇고 매 경기 11km 를 뛰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대체 언제 이렇게 뛰었냐라고 얘기하죠. 이것도 이들의 이런 움직임은 철저하게 먼저 자리를 잡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사람이 빠르게 움직이고 달려 나가고 볼을 몰고 가는 움직임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조명이 안 되는 거뿐입니다.




아마 바르셀로나가 이 관념을 앞으로도 쭉 이어나간다면 부스케츠의 움직임들은 미드필드로서 커가는 꼬맹이들에게 교과서적인 움직임으로 가르치겠죠. 볼을 중요시하는 관점에서 상황을 이용할 줄 알고 본인이 어디로 가있어야 하는지 빠르게 파악하는 걸 미드필드가 갖추고 있냐 없냐는 작은 차이가 아니라 매우 큰 차이고 상대적으로 더더욱 중요한 요소니까요. 세스크도 이것을 잘 해내지 못해서 바르셀로나에선 결국 적응을 못하고 실패했죠.




몇 년 전엔가 바르셀로나도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술이나 영리함 등보다 신체적 능력이 강조되는 시기가 올 수도 있겠다라고 얘기했었는데 그런 시기가 오고 있지 않나 싶고. 이제 감독의 능력과 위대함이 더더욱 강조되는 시기에 접어들고 있지 않나 싶네요. 이전에도 중요했다면 이젠 2배는 더 중요했달까요.




챠비에게 유독 레이카르트, 티토, 타타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선수들의 신체 능력으로 이것을 극복하려는 모습을 띄는 것도 있다고 봅니다. 조금 더 세밀함을 갖추거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느끼구요.




부스케츠는 축구뿐만 아니라 삶 자체를 영리하게 살아온 사람이라 생각해서 뭐 앞으로도 큰 문제없이 잘 살아가지 않을까 싶네요. 어렸을 때 공부도 잘했다고 알려져 있고. 축구 선수로서의 삶보다 그 이후를 고려한 미래가 중점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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