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외적인 문제 중 하나는 의장을 비롯한 몇몇 보드진들은 돈을 받고 일하는 것도 아니고 팀을 장기간 버티게 해 줄 수 있는 바탕을 깔아도 그게 자신들한테 아무런 이득이 없기 때문. 임기 중에 꼭 어떤 에이전트랑 강하게 엮이는 것 역시 다음 의장의 타겟이 되는 이유 중 하나죠. 너 얘랑 짜고 뒷돈 빼먹었지? 라고 의심하기 좋은 구석이 있으니까요.
라포르타의 이번 메시 이적 사가는 이런 면들을 잘 보여주죠. 단기간에 성적을 보장하면서 팬들의 민심을 사로잡기 제일 좋은 카드는 누가 뭐래도 메시임. 자기 임기 끝나고 나서 팀이 망하든 말든 그건 알빠도 아니죠. 오히려 망하면 이번에 돌아온 것처럼 사람들은 착각에 빠져서 라포르타를 찬양하고 그를 높여주죠.
메시가 만약 왔으면 라포르타의 능력을 칭찬하는 무리들이 또 생겼을 거임. 예전에 라포르타 찬양하거나 로셀파 애들과 다른 선상에 놓는 사람들하고 말도 섞고 싶지 않다 했었던 것도 결국 이들의 출발선은 똑같기 때문.
왜 이걸 이해를 못 하는지 모르겠음. 누구도 소유주가 될 수 없는 바르셀로나의 구조상 이들은 무언가를 남기고 팬들의 민심을 잡기 위해 굉장히 단기적이면서 정치적이고 외적인 요소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누가 더 심하냐의 차이는 당연히 있겠지만 이들은 다 똑같은 놈들임.
그래서 늘 타이트하게 모든 연봉을 다 채우고 쥐어짜 내는 겁니다. 지금은 경제적 조건을 감안하고 지키고 극복하려 하지만 재정이 좋아지면? 백프로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남겨봤자 본인에게 떨어지는 것도 없고 다음 의장 좋은 일만 시켜주는 거니까요. 그걸 뭐하러 하겠습니까. 200% 자기 죽이러 올 게 뻔한데.
라포르타는 이미 한번 그랬죠. 가스파르트 탓만 2년을 넘게 하다가 (가스파르트의 모든 면들을 파헤치면서 사회적으로 매장시켜 버릴라 했음. 로셀도 라포르타 이런 식으로 묻어버릴라고 했었죠.) 재정이 좋아지기 시작하니 돈을 흥청망청 썼음. 연봉도 뒤지게 퍼주고. 돈을 구하기 위해 앞에선 우리는 스폰서를 달지 않는다 하면서 뒤에서는 소리아노와 파우스에게 일을 시켜 짱개 스폰서도 달려고 했죠. 그거 달았음 바르셀로나는 가슴팍에 유니세프가 아니라 베이징을 달고 있었을 거임.
테바스가 바르셀로나만 집중적으로 견제하는 건 이게 제일 크다고 봅니다. 협동 조합 체제임에도 투명함이란 게 없고 (아셈블레아 백날 해봤자 의미가 없음) 늘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다 끌어다 쓰니까요. 예전에 이런 제재가 없을 때 바르셀로나의 여름을 보면 아주 쉽게 답이 나오죠.
의장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조언을 쌩까고 다음 시즌의 예산을 일부 끌어다 썼음. 그러다가 임기 막바지엔 상상도 못 할 짓거리들을 해놓고 런치죠. 라포르타가 비야 날치기로 사놓고 런친 것도 다음 시즌에 쓸 돈을 끌어다 쓴 거였음. 원래대로였다면 비야는 로셀의 작품이었겠죠.
그래서 로셀이 돈 없다고 치그린스키를 갖다판 거였죠. 자기도 뭐 해야 하는데 선수 쳐버렸으니까. 펩이 필요 없다고 했는데도 꾸역꾸역 우겨서 데려온 게 마스체라노였죠. 비야 갖다 팔 때도 명분은 배려라고 했지만 그냥 매몰차게 버린 모양새가 이뤄진 것도 자기가 소중하게 다뤄야 할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
데 용도 그렇게 대해놓고 지금은 팀의 기둥이 될 거 같으니까 스탠스 자체가 달라졌죠. 하는 행동들이 그냥 하나 같이 다 똑같음. 생각을 똑같이 하는 놈들이니까 그런 겁니다. 이게 바르셀로나니까 버티고 지속이 되는 거지. 다른 클럽이었으면 진작에 파산 나고 망했겠죠. 테바스가 보는 바르셀로나의 잠재적인 위험성은 이런 단기적이고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클럽에 있을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그를 변호하는 게 아니라 외부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바르셀로나가 굴러가는 건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음. 저도 팬이니 가능성을 원천 차단 당하는 건 당연히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그의 행동에는 어느 정도 명분이 있다는 겁니다.
거기다 이거 치우는 건 본인이 할 일이 아니거든요. 로셀도 치워질 때쯤부터 세스크, 산체스, 네이마르 등을 지르기 시작한 거죠. 타타가 수락만 했다면 다비드 루이스도 질렀겠죠. 네이마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로셀은 바르셀로나 역대 의장 중 제일 좋은 평가를 받는 의장이었음. 바르토메우는? 치울 건 없고 돈은 계속 쌓이니 뒤도 안 보고 계속 지른 거죠. 그러다 짱개 폐렴 한 방에 로셀 덕에 먹고 산 무능력이 드러난 거구요.
거기다가 이들이 영악한 건 늘 위기에 레전드들을 써서 팬들의 감성적인 부분을 강하게 건든다는 거죠. 누네스는 크루이프를 그렇게 썼고 90년대 모든 팀들이 탐내던 반 할도 그렇게 썼죠. 챠비도 능력과 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사실상 그렇게 활용된 카드에 가깝고 메시는 이 부분에선 팬들에게 그 누구보다도 치명적인 카드기 때문에 더더욱 이용하려고 했겠죠.
메시 이후 바르셀로나에 위대한 감독이 제일 중요하다 했던 건 보드진과 싸우면서 선을 그어줄 인물이 감독 말고 없기 때문임. 메시 이후를 책임질 또 다른 에이스를 찾는 것도 보드진의 몫이 아니라 축구를 하는 사람들의 몫인데 보드진은 엉뚱한 데다 기대를 걸죠.
챠비에게 기대한 건 크루이프, 반 할, 펩, 루쵸가 보여준 과감함과 보드진과 싸우고 벽처럼 버텨주는 멘탈리티지. 뭐 하나만 어긋나도 멘탈 터져서 제3자 관점의 인터뷰와 보드진과 함께하는 모습이 아님. 결국 부담감을 못 이기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셈.
개인적으로 무리한 여름을 계획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보는데 (실현 가능성은 둘째치구요.) 가장 큰 건 팬들의 인내심이 그렇게 길지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 챠비도 다음 시즌은 살얼음판을 걸을 확률이 높다 생각하구요.
바르셀로나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저 버러지 세대가 더 이상 의장직에 도전을 못 해야 한다는 거임. 위대한 감독만 오면 바로 바르셀로나는 귀신 같이 살아나겠지만 그런 감독이 지쳐서 나가거나 아예 오지 않는다면 위기는 계속되겠죠. 챠비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베스트겠지만 현재로선 기대가 하나도 안 된다는 거. 오히려 한번 삐끗하면 다신 기회가 안 올 것 같아 그거에 아무것도 못하는 느낌.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