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간과하는 게 스쿼드 대다수 또는 주류의 성향임. 컴팩트한 스쿼드를 선호하는 감독들의 특징은 독특하고 이질적인 선수들이 스쿼드에 있거나 잡음을 사서 만드는 선수들이 있는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함도 있음. 단순히 출장 시간에 따른 불만만을 고려해서 컴팩트한 스쿼드를 고려하는 감독은 현대 시대에는 없다고 볼 수 있죠.
즐라탄이 예전에 그랬죠. 바르셀로나는 마치 학교 같았다고. 펩이 말하면 뭐든지 다 옳은 말하는 거 같고 반박하려는 선수들을 보지 못했다고. 음악에 취하고 돌발 행동을 많이 하고 감정적이었던 알베스도 펩의 말에는 토 달지 않는 인물이었죠. 펩이 시키면 죽는다는 말도 하던 선수였음.
크루이프는 그래서 늘 브라질리언의 위험성을 얘기하던 사람이었음. 호마리우의 실력은 인정하면서도 그와 늘 줄다리기해야 하는 감독의 입장에서 그는 껄끄러운 존재였고. (물론 보기와 다르게 호마리우는 자기 관리의 신이었음. 단지 자신의 개별적인 훈련 외에 훈련은 필요 없다 생각했고 중요하지 않았으니 동료들과 어울리지 않고 감독의 말을 듣지 않았던 거뿐)
로셀이 레이카르트가 클로제를 원할 때 대안으로 파비아누를 영입하자고 딜을 다 만들어왔을 때도 크루이프가 제일 먼저 꺼내든 불안 요소는 그가 브라질리언이라는 거였음. (결국 마드리드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해있고 리가에서 검증된 인물이었던 에투가 왔음. 웃긴 건 이때 데코는 반대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함.ㅎㅎ)
누구보다도 데코를 칭찬하고 팬들의 수페르 데코의 힘을 실어주던 인물 역시 크루이프였지만 (발락 영입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 데코 찬성론자들이 들이밀던 건 크루이프의 끝을 모르는 데코 칭찬) 그가 동기 부여를 잃고 어마무시한 하락세를 탈 때도 크루이프는 늘 이런 멘탈리티의 급격한 변화와 안정성을 지적하곤 했습니다. 딩요도 마찬가지. 딩요는 크루이프와 사키 둘 모두에게 공개적으로 디스를 당한 문제의 멘탈리티였음.
물론 브라질리언이 아니어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아 종종 불만을 감독인 크루이프가 아닌 언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표출하던 라우드럽 역시 크루이프에겐 마냥 긍정적인 선수는 아니었죠. (라우드럽은 크루이프가 93-94 유러피언 컵 결승 패배 이후 팀 사이클이 끝났다 판단하고 재계약을 하지 말라해서 프리로 풀어버린 선수였음)
반 할은 이것을 인지하고 몇몇 베테랑을 제외한 나머지 스쿼드 인원들은 죄다 어린 선수들이나 본인의 코칭을 받아보거나 국적이나 환경이 비슷한 상황에서 성장한 선수들을 극단적으로 선호했음. 반 할은 히바우두처럼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는 선수들 (히바우두는 좌측면 포워드로 뛰는 걸 극단적으로 싫어했었음. 그게 지한테 제일 잘 맞는 건데도...) 과 극단적으로 안 맞았죠. 2기 부임 조건도 히바우두 방출이었음.
비엘사는 아예 스타 선수들이나 이미 머리가 어느 정도 커버린 선수들의 존재감 자체가 자신의 코칭 이론과는 하나도 맞지 않는다는 관념을 갖고 있는 인물. 그래서 어린 애들에게 1부터 10까지 때려박을 수 있는 환경을 극단적으로 선호하고 그게 되지 않는 팀은 가지 않는다는 것을 커리어 내내 보여주고 있는 감독. 빅 클럽들이 그를 찾지 않는 것도 맞지만 (요구 조건이 까다롭고 때론 과하고 일방적인 인내를 요구하니) 그가 가지 않는 것도 맞다고 볼 수 있음.
90년대 뉴웰스는 창의적이고 재밌는 팀은 맞지만 성과적인 측면에서 위대한 팀들과 비교 대상이 되기엔 부족함에도 꾸준하게 언급되는 건 비엘사의 허상에 가깝다고 여겨진 이론들이 타타 마르티노라는 모범적이고 뛰어난 실력의 베테랑과 비엘사의 코칭으로 만들어진 어린 선수들로 실전에서 완성에 가깝게 구현이 됐기 때문. 어떻게 보면 90년대 유럽에 반 할의 아이들이 있었다면 그보다 앞서 남미엔 비엘사의 아이들이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죠.
비엘사의 아이들이 감독이 됐을 때 조명받던 건 이런 특이하고 이질적인 코칭 이론들을 빅 클럽에서 또는 빅 리그에서 제자들이 어떻게 녹여낼지 역시 하나의 관전 요소였기 때문. 그래서 비엘사의 제자들이 슬슬 주류로 올라오기 시작하던 초창기에 제일 주목받던 인물은 시메오네나 포체티노가 아니라 놀랍게도 타타 마르티노였음.
이들보다 앞서서 성공했던 이론가 사키는 늘 자신의 미천한 경력과 이론으로 똘똘 뭉친 그의 코칭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과 맞서 싸워야 했기에 변수 차단과 환경에 누구보다 예민한 인물이었음. 그만큼 그것에 맞서 싸우기 위해 누구보다도 독단적이었고 인터뷰도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인물이었죠.
선수단과도 많이 부딪힌 인물이었고 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 인물로 알려져 있죠. 본인의 경험 때문이었는지 그는 즐라탄 영입의 위험성을 한참 전부터 혼자 주장하고 있었음. 자신과 많이 닮아있던 펩 (펩은 사키와는 좀 다르게 보드진과 늘 부딪혔고 혼자서 선수단을 보호해야 했음) 이 이상에 취해 실패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죠.
펩은 아마 역대로 가도 컴팩트한 스쿼드의 운영에 있어서 최고의 감독이라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단순히 시대가 변해가면서 일정이 빡세지는 와중에 성과를 내서라기보단 이들에게 받은 영감과 영향들을 바탕으로 점점 변해가는 일정에 맞춘 효율성을 생각해 한 단계 더 발전을 이뤄낸 인물이기 때문임.
아무도 조명하지 않지만 바르셀로나 B팀 시절 플레이오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던 펩은 플레이오프에서 더 기복이 적고 좋은 경기력을 내기 위해서 시즌 중반 어느 정도 떨어질 것을 감안하고 새로운 피지컬 트레이닝을 시도했던 사람이었고 그것을 바르셀로나 첫 시즌에 도입해 트레블을 이룩한 준비된 사람. 12-2월보단 3-5월이 더 중요한 건 어디나 똑같으니까.
뮌헨에서의 3년을 제외하고 이것을 노골적으로 시도한 시즌에서 그는 딱 한 번을 제외하고 다 더블 이상의 성적을 냈죠. (09-10 시즌 한번 실패함. 로테이션 실패로 코파 델 레이 조기 탈락, 핵심 포리바렌테였던 이니에스타의 부진, 장기 이탈, 화산재로 버스 이동하면서 컨디션 급하락 등. 11-12 와 저번 시즌을 제외한 시티의 나머지 시즌들은 여러 가지 요소들로 시도 자체를 못함)
물론 아무리 트레이닝 일정을 잘 짜고 주기를 잘 맞추고 리듬을 잘 유지해 낸다 하더라도 이것을 완성시키는 건 선수단의 퀄리티, 성향, 자기 관리 등의 영역 역시 간과할 수 없음. 그래서 펩은 항상 준비되어 있는 포리바렌테, 베테랑의 존재를 중요시하죠. 그리고 펩을 비판하는 사람들 역시 관리로 먹고 사는 감독이란 꼬리표를 계속 달아두는 것 역시 그의 바탕은 선수단의 퀄리티가 바탕이 되지 않느냐는 것이고. 뭐 반박하고 싶지도 않고 별로 와닿지도 않음.
그가 다른 팀들을 다 마다하고 뮌헨을 골라서 갔던 것도 저 사소한 것 같지만 자칫하면 시즌 실패를 조기에 겪을 수도 있는 패널티를 최소화할 수 있고 (겨울 휴식이 길고 리그가 4경기나 더 없기에) 컴팩트한 스쿼드의 단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유일한 빅 리그라는 점 역시 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 할을 겪어본 보드진과 선수들이 있었다는 것 역시 전 고려 사항이었을 거라고 생각함.
주저리주저리 떠들었지만 빅 클럽 감독들의 컴팩트한 스쿼드를 선호하는 현상은 결코 그들이 장기 레이스의 위험성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최대한의 효율을 내기 적합한 현대의 코칭이라는 답이 나왔기 때문.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은 별로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뭐 크게 바뀌었을 거라고 보진 않고. 그런 점에서 보면 근래의 흐름은 포워드도 아닌 미드필드도 아닌 포리바렌테 성향의 선수들이나 밋밋한 느낌의 보조자를 뜬금포로 영입하는 팀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죠. 수비수들도 센터백이냐 풀백이냐라는 고전적인 구분보다 들어왔다 나갔다가 되는 선수들의 가치가 매우 높고 귀한 선수들이라는 걸 알 수 있구요.
물론 트레이닝이 많이 발전하고 보편화되고 많은 클럽들이 발전하면서 발생하는 정형화의 문제점 역시 있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많은 빅 클럽들은 똑같은 보조자의 그릇을 사더라도 조금 더 포리바렌테 성향이 강한 선수들을 선호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시즌 초반에 감독의 영입 의도가 어디에 있고 기존 선수들의 성장 방향성은 어디에 두고 있으며 무엇을 이끌어 내려하는 지를 추측해본다면 후반기에 또 다른 재미가 하나 정도는 더 있지 않을까 싶네요. 바르셀로나나 시티가 아니라 어느 팀이든지요. 급반등의 요소는 때론 이런 컴팩트한 스쿼드에 성향이 갖춰질 때 나오는 경우도 있음.
장기 레이스에 관한 얘기는 예전에 여러 차례 했던 것 같으니 패스. 오랜만에 친구랑 얘기하다가 문득 떠올라서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본 글입니다. 바르셀로나나 시티 얘기는 조만간 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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