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할은 원래 그냥 그런 사람임.
꼭 어떤 한두 가지의 케이스들로 얘기할 게 아니라 삶 자체가 내로남불의 전형인 사람. 그래서 90년대 최고 명장 중 하나임에도 그 평판을 계속 유지하지 못한 거고 또 다른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존재임에도 크루이프는 커녕 히딩크 정도의 존경도 받지 못하는 거죠.
감독의 권위를 매우 중요시하면서 선수 시절에는 자신의 입지만을 생각하는 선수였고 그 주제를 모르는 거만함이 본인의 실력을 떠나 커리어를 망친 하나의 이유였는데 감독이 되니 또 자기 같은 선수들, 자기보다 더한 에고를 가진 선수들을 엄청 싫어했죠.
그리고 사람 자체가 늘 공격적이고 자신이 정답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에 어딜 가나 트러블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었음. 카탈루냐 언론들과도 단 한 번도 사이가 좋았던 적이 없고 선수들도 반 할을 겪은 선수들의 편차가 굉장히 심하죠. 그와 조금이라도 부딪혀본 선수들은 그에게 어떠한 좋은 소리도 하지 않음.
대신 어린 선수들에겐 이상하리만큼 관대함을 갖고 있었고 그 어린 선수의 성장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땐 그게 옳다고 생각하고 어떠한 비판/비난도 무시하는 강단으로 선수의 미래를 바꿔버리는 경우들이 더러 있긴 했지만 보통은 불화의 원인이 되곤 했죠. 뮌헨의 무너진 라커룸을 다잡은 반 봄멜을 데려온 장본인임에도 안 좋게 헤어진 것도 또 본인임.
아마 반 할이 엘레니오 에레라나 미헬스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간 감독이었다면 어쩌면 지금과 다르게 굉장히 긍정적인 평가가 자리 잡힌 감독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의 2-30년 커리어가 생생하게 남아있는 현재 시점에서 반 할은 그냥 내로남불의 전형인 사람임. 본인도 그것을 알기에 부끄러운 걸 모르는 거라 생각하구요. 나이를 먹어서, 꼰대가 되어서 그런 게 아니라 진짜 그냥 원래 그런 사람임.
거짓말 안 보태고 2-30년의 커리어를 보낸 감독들의 어록을 모아서 본다고 했을 때 반 할보다 망언이 많은 감독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구요. 그만큼 실언을 많이 한 사람임. 선수 시절엔 티스 감독의 토너먼트 우위를 활용하는 템포 조절을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라고 비판했지만 감독이 돼서 자신의 아약스의 템포 조절을 보고 지루한 축구라고 비판하던 네덜란드 기자들에겐 축구도 모르는 놈들이라 하던 게 반 할.
현대의 코칭에 많은 영향을 준 감독도 맞고 굉장한 성과를 낸 감독도 맞지만 사람으로서도 좋은 사람이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라고 볼 수 있겠죠.
무링요가 조심스러웠던 롭슨을 따라가지 않고 바르셀로나에 남아 반 할에게 배웠던 이유도 반 할이라는 사람의 저런 모습들에 있었다고 생각함.
개인적으로 그 입만 잘 놀리고 살았다면 바르셀로나에서도 분명히 존경받는 인물이었을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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