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가 보여준 그릇의 한계는 지지 않아야 한다는 공포심 (애초에 자신을 시험하는 과정이었으니 이건 더더욱 심했을 터. 실패하는 순간 빅 클럽 커리어는 보통 끝날 테니) 이 축구로 드러나서 첼시 스쿼드를 갖고 토너먼트가 아니라 (토너먼트는 변수의 무대니 당연히 접근 방식은 물론이고 마인드가 일부 다를 수 있음) 일반적인 리그 경기에서도 상대를 가리지 않고 중위권스러운 축구를 했다는 거고.
이걸 극복하려면 리그와 연관된 (또는 내부자나 첼시 출신이 아니더라도 뛰어난 커리어를 갖춘 선수 출신으로서 선수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경험치가 있는 감독이 와야 한다는 보드진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보나 그게 포체티노였어야 했나는 여전히 의문스러움.
전 비엘사 제자들의 위험성은 늘 부임 초기에 가장 크게 있다고 보기에 첼시-포체티노를 애초에 좋게 보지 않았던 거임. 그가 제 선호도에 안 맞고 싫어하는 감독인 건 둘째치고 현재 첼시에 적합한 감독상 자체가 아니라고 보는 게 우선이었음. 그때도 계속 더 좋은 선택지가 있을 거다라고 말씀드렸었고.
유망주들이 많아서 이게 대박을 낼 수도 있겠지만 포체티노가 그 정도 감독이었으면 시메오네처럼 어떻게든 사이클을 길게 끌어가든 반등 요소를 찾든 타협점을 찾든 등등 뭔가를 했겠지만 그걸 못 해낸 순간부터 사실 과정을 떠나서 그릇 자체는 타타랑 비슷한 수준으로 봅니다.
옥석을 가리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의 축구를 할 수 있냐 없냐를 가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토트넘은 물론이고 파리에서도 봤기 때문에 표본도 충분했고 이적 시장이 자칫하면 꼬일 수 있다라는 위험성도 충분히 사전에 알 수 있었죠. 시메오네도 변화 주는데 거의 몇 년이 걸렸음. 그만큼 한번 박힌 이론을 바꾸고 개량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임. 자기와 함께 하는 스태프들도 다 바뀌어야 하는 거니깐.
물론 다른 감독이 왔어도 비슷했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유연한 감독이 왔다면 달랐을 거라고 봅니다.
전 원래 예전부터 바르셀로나나 원래 선호했던 팀들을 제외하고는 늘 재밌는 팀, 궤도에 오를까 말까 하는 팀, 이미 올라서 정점 근처까지 갈 법한 팀들을 좋아했기에 현 첼시의 행보는 안타까울 따름임.
첼시 보드진들은 뭔가 아직도 미국스러운 접근 방식을 못 버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현재의 경쟁력을 최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포체티노였다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렸다는 거겠구요.
몇 년째 얘기하지만 여긴 에이스 하나만 잘 구하면 잘 될 수밖에 없는 스쿼드 구성에 더더욱 가까워졌음. 그 에이스를 여전히 못 찾고 있는 것도 있지만 (어쩌면 못 찾을 수도 있지만) 나머지 조각들도 벌써 1년 넘게 낭비하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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