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좀 찾아보니까 사이프러스 전 이후에 훈련을 중단시켰다는데 그럼 이미 원정 경기 직후 과정 (아니면 이 경기를 뛰기 전부터) 에서 컨디셔닝 문제가 있었다는 소리죠.
이동 거리가 결코 짧지 않았기에 3일 뒤 홈에서 열리는 조지아와의 경기를 준비하는 트레이닝 과정 자체가 완벽하게 이뤄질 수 없었으니 (추측이 아니라 원정-홈 같은 경우는 홈으로 넘어가는 이동 때문에 경기 직후 회복 훈련부터가 정상적으로 불가능함) 몇 명을 로테이션 돌렸다에 초점을 둘 게 아니라 몇 명의 선수가 이런 회복 과정에 문제가 있었고 그 변수를 어떻게 대처하냐의 문제라는 소리임.
3일 안 뛰었다고 기적적으로 컨디션이 정상 궤도에 올라오고 그러지 않음. 반대로 3일 간격으로 뛴다고 매번 탈 나는 것도 아니고. 크게 봤을 때 어떤 변수들이 자리 잡고 있고 그것을 큰 흐름으로 어떻게 관리하냐의 문제라는 거죠.
결론만 놓고 보면 빨간불 들어온 선수 중 한 명인 가비는 결국 뛰었다는 소린데 더더욱 선수 의지를 꺾고서라도 쉬게 해줬어야 맞는 거죠.
클럽에서 안 뛰고 왔으니 괜찮았다 라는 논리는 진짜 더더욱 멍멍이 소리임. 저 경기 후에 저런 문제가 있었다면 이건 회복 과정 이전에 누적이나 피로도가 쌓여 어떠한 문제가 있었다는 거고. 그게 단기적인 문제일지 장기적인 문제일지는 바로 판단할 수 없겠지만 감독으로서 이게 어떤 변수가 될지는 고민을 했어야 하는 부분이라는 거죠.
이러한 문제들이 있는데 경기를 계속 무작정 뛰기만 한다면 부상 위험성을 비롯해 누적치는 계속해서 높은 수위로 떠돌고 있고 계속해서 쌓여나가는 거임.
월드컵, 평상시보다 늦게 끝난 전 시즌, 프리시즌 준비가 얼마나 치밀하고 반대로 얼마나 허술했냐, 바르셀로나의 전반기 트레이닝과 그 여파. 평상시 얼마나 회복 훈련이 정상적으로 잘 이뤄졌냐 등등. 가비에게 잠재적으로 잡혀있었던 위험 요소들은 샤흐타르 전을 뛰지 않았다로 퉁칠만한 가벼운 것들이 아님.
결국 데 라 푸엔테도 가비가 쉬었어야 하는 게 옳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소리임. 가비의 의지가 강해 그것에 설득당해서 뛰게 했다는 것도 어린 선수들은 보통 자신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뛸 수 있다고 어필하니까 그런 거죠.
오히려 반대로 자신의 리듬이 꺾이는 걸 두려워하죠. 뛸 수 있는데 못 뛰면 그것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니까. 그러니까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이 붙으면 감독들은 과감하게 선발에 박아버리는 거임. 잘 먹히니깐. 근데 시즌 전체를 여러 차례 겪어보고 스스로 관리도 해보고 의사들의 조언들도 귀담아 들어보고 하는 건 어느 정도 경험과 통찰력 등이 생기고 나서지. 10대의 선수가 그 정도로 큰 그림을 보면서 뛸 수 없음.
바르셀로나가 분노하는 건 위험 신호가 있었음에도 뛰게 했다는 거지. 다른 게 아니죠.
1승, 1승이 소중한 그릇이 작은 감독들은 이런 변수 대응부터 아예 할 줄을 모름. 좋은 게 좋은 거다란 안일함이 반대로 선수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거죠.
챠비도 비판 대상에 넣었던 건 본인이 아킬레스건의 고질적인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진통제도 여러 차례 맞아가고 억지로 뛰다가 더 오래 선수 생활할 수 있던 걸 최소 3-4년은 까먹고 급속도로 하락세가 온 케이스인데 그걸 본인이 감독으로서 하나도 못 느끼고 실행에 못 옮기기 때문임.
챠비는 05-06 때 당한 십자인대 부상은 이니에스타가 급부상하면서 오히려 여유가 있어서 안정적으로 돌아온 편인데 펩 마지막 시즌과 티토 시즌에 아킬레스건 문제가 계속 변수로 자리 잡을 때 본인을 대신할 선수도 없으니 3일 간격으로 뛸 때는 플레잉 타임을 조절하거나 1주일 간격으로 뛰어야 한다라는 당시 프루나의 조언을 무시하다가 직빵으로 맞았다는 거죠.
티토 미화에 예전에 엄청 화냈던 것도 본인 욕심에 눈이 멀어 선수단 관리는 엉망이었기 때문임. 메시가 대표적인 케이스지. 티토-타타 거치면서 선수들 부상 빈도 수는 물론이고 리듬 자체가 그냥 엉망이었음. 펩도 마지막 시즌은 전체적인 시즌 관리를 실패했었음. 그래서 이런저런 꼬맹이들 다 갖다 썼죠.
가비의 장기 부상은 당연히 하나의 케이스고 일반론이 될 수 없지만 적어도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은 페드리라는 꼬맹이가 이르게 누적치가 터지면서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겪었기 때문에 거기서 반드시 교훈을 얻었어야 했다는 거임. 결국 아무것도 배운 게 없고 똑같은 실수를 다른 방식으로 했음.
데 라 푸엔테의 인터뷰는 자신은 무능하다를 돌려서 말한 것과 다르지 않음. 전후 상황을 보고 예측해 보면 저번 시즌부터 위험하다고 얘기하던 저보다 관계자들이 더 먼저 가비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어야 했음.
컴팩트한 스쿼드는 이런 변수 차단에 상대적으로 더 능하니까 많은 경기 수가 부담이 됨에도 불구하고 빅 클럽 감독들은 컴팩트한 스쿼드를 더 선호하는 겁니다. 25명의 선수들의 변수들을 하나하나 고민하는 것보다 '통상적으로' 베스트 11 11명과 준주전 5명, 백업 5명으로 분류되는 21명의 변수를 고민하는 게 더 쉬우니까.
유로가 가까워지고 있으니 그것도 중요했다면 더더욱 단기적인 변수에는 더 집중했어야 함. 이것도 더더욱 욕먹어야 할 이유지. 데 라 푸엔테의 방패막이가 될 수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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