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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나는 나 너는 너

by 다스다스 2023. 12. 5.





같은 방향성을 갖고 있어도 세부적으로 좀 다른 코치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그게 때로는 절충안을 찾거나 과감한 어떤 한 선택을 하는데 최고의 방법이 될 때도 있어서임.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게 티토의 전술전략적 접근을 펩이 많이 활용했다는 건데 둘이 생각하는 이상론이나 궁극적인 노선은 아예 달랐음. 티토는 08-09 를 이상향으로 생각하던 사람이고 펩은 11-12 가 가장 자신의 축구관에 근접한 축구를 했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고. 그래서 마지막 시즌에 실패를 끝까지 인정을 못했죠.




게다가 이니에스타를 활용한 변형도 티토는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이니에스타를 포워드화 시킬 정도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곤 했지만 펩은 이걸 09-10 까진 필살 전술전략으로도 쓰기도 했지만 10-11 이후로는 기를 쓰고 필드 위에 메시랑 챠비, 알베스를 남기고 관리에 힘썼죠. 개인적으로 이니에스타를 위시로 한 변형 전술전략들 매우 좋아했는데 펩은 점점 안 썼음. 이렇게 겉으론 비슷해 보이면서도 세부적으론 많이 달랐음.




이게 펩이 수석 코치는 계속 바뀐 이유 중 하나임. 다른 코치들은 어떻게든 다 데리고 다니는데 (자신의 원칙에 맞춰 믿을 수 있게 일을 하니까) 수석 코치는 별로 안 탔죠. 자신이 가르치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고. 보통 본인과 좀 다른 사람을 원했음. 완벽주의자인 자신의 성격상 확신을 얻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가진 인물이 필요한 쪽에 가깝죠.




티토는 그래서 부임하자마자 다 뜯어고치고 (남고 싶어 했던 코치들도 대부분 다 갈아치움) 08-09 로 회귀하려고 했고 변형 쓰리백을 쓰긴 했지만 쓰리백을 메인으로 가져가는 건 매우 부정적으로 봤죠. 펩 마지막 시즌 실패 요인은 명백하게 프리시즌부터 어긋난 관리 실패와 펩이 내외적인 이유들로 부담감을 느끼고 쫓기는 게 가장 컸음에도 티토는 그것보다 기존 포백-쓰리백 변형을 초장부터 완전한 쓰리백으로 바꾼 걸 우선적인 요인이라고 봤던 사람 중 한 명임.




그리고 3-4경기를 미리 앞서 짜놓은 펩 (교체를 일부러 안 할 정도) 과 다르게 티토는 그때그때 상황을 보고 교체를 빠르게 가져가는 타입이었죠. 이것도 미국 가서 치료받을 때 권한을 안 내놓은 이유 중 하나였구요.




이게 또 어디서 드러났냐면 선수들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심했음. 선수가 뛰는 포지션 본연의 면모를 매우 강조하던 티토 (검증된 네임 밸류 극단적 선호) 와 포리바렌테 성향이 매우 강해 효용성이나 범용성이 뛰어난 선수나 신체 능력이 좋거나 양 발 사용이 좋은 선수를 극단적으로 선호하던 펩 (레이더 안에서 걸러내는데 오로지 성격과 실력만) 의 선수들을 바라보는 차이가 컸죠.




둘이 겹친 게 흘렙과 세스크인데 흘렙은 적응 문제로 빠르게 제껴버렸고 (수석 코치였던 티토가 먼저 문제아라고 제껴버렸단 당시 기사들이 있었음) 세스크는 스탯 사기꾼을 넘어서는 무언가로 보여주진 못했다는 재밌는 사실. 그리고 흘렙이 아니었다면 치키가 밀던 모드리치가 왔을 수도 있었단 또 다른 재밌는 사실.




여기서 알 수 있는 챠비의 문제점들 중 하나는 경기나 선수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도 막상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도 있음. 인터뷰에선 비판하고 선수 탓을 종종 하는데 (자기 보호식 인터뷰는 세라 페레르랑 타타한테 배운 듯함) 막상 경기에선 스쿼드를 고평가 하는 게 아닌 이상 나올 수 없는 실책들이 꾸준히 나오는데 결국 코치들 중 누군가는 다른 시선을 갖고 다른 접근 방식으로 챠비와는 다른 결론들이나 생각들을 내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결국 다 비슷한 접근 방식을 갖고 있으니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들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는 거임. 피지컬 트레이닝을 비롯한 전체적인 훈련, 그에 맞춰 나타나는 주기나 관리법, 전술전략적 요소들, 외적인 선수단 관리, 교체, 인터뷰 스킬 등등...




펩-티토나 펩의 인터뷰 스킬을 잡아주던 에스티아르테뿐만 아니라 레이카르트와 텐 카테도 그렇고. 발베르데-아스피아주도 서로 선수를 바라보는 관점과 기용 방식의 차이도 컸고.




레이카르트-텐 카테는 큰 틀은 레이카르트가 봤다면 세부적인 건 텐 카테가 봐줬고. 발베르데-아스피아주도 아스피아주가 하프 타임 때 본인의 관점에서 얘기를 해주고 발베르데가 그걸 후반전에 활용하곤 했는데 챠비는 이것마저도 늦고 잘 안 되는 편이죠. 자기 형이랑 뭔 얘기를 자주 하는 거 같긴 한데 뭘 얘기하는지 모르겠고 아무도 챠비의 인터뷰 스킬은 물론 외적으로 어떠한 조언도 해주지 않는 것 같음.




개인적으로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일을 하는 건 좋다고 보고 특히 복합적인 업무들을 처리하는 감독직을 생각해 보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보지만 그 사람들과 계속 같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없거나 알아서 개선되지 않는다면 안 하는 게 맞다 생각함. 챠비가 과연 자기 형을 비롯해 스태프들을 비판하고 있을까를 봤을 때 전 전혀 아닐 거라고 봅니다. 저번 시즌과 비슷한 실책들, 모습들이 계속해서 보인다는 건 심각함을 초월한 문제라고 보구요.




만약에 정말 후반기를 노리고 있는 징조가 보이고 지금이 그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이라면 몇 번 자빠지는 거나 기복의 폭이 큰 거야 그냥 과정이라 생각하고 넘어가고 리가의 문제들을 생각했을 때 후반기에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보지만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닌 것 같아서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음.




더딘 발전을 하고 있다는 건 챠비 부임 후 계속 보이고 있는 모습임. 그걸 팬들이 인내하고 기다려 줘야 하냐도 전 아니라고 보는 편이기에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거뿐이고. 애초에 바르셀로나가 이제 그 정도로 작은 클럽이나 대다수의 팬들이 측정해 놓은 난이도가 낮은 클럽이 아님.




또 다른 문제는 발전을 하긴 하는데 비슷한 시기에 선수들이 쓰러져 나가는 것도 모자라 선수의 의지든 감독의 욕심이든 이른 복귀나 무리한 기용이 잠재적인 문제가 된다는 건 공포나 부담감을 못 이기고 있다는 거밖에 안 된다는 거고. 이걸 코칭스태프들 중 아무도 지적을 안 하고 있다는 거임.




결국 스스로 계속 변수 차단을 못하고 있다는 거고. 개인적으로 슈테겐이 나올 수 있냐 없냐란 기사가 계속 나오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선수 부상의 정확한 진단은 물론 기간이 제대로 파악이 안 됐던 거 보면 소통이나 과정 문제도 확실히 있어보이구요.




물론 누군가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 챠비가 그걸 아예 안 듣고 있을 수 있는데 그랬으면 스태프들 중 누군가는 벌써 사임하지 않았을까 싶음.





여러모로 이번 위기를 과정상 나아지면서 극복하지 못하면 챠비는 스스로 못 버틸 거라고 봅니다. 제정신이 아닌 카탈루냐 언론들 생각하면 이례적으로 많이 참은 거라고 봅니다. 게다가 타타스러운 인터뷰 몇 번 보니깐 제대로 긁히면 감정 조절 못할 거 같기도 함.




성격상 발베르데처럼 무미건조의 끝판왕은 커녕 펩, 루쵸처럼 잔잔한 인터뷰도 불가능한 것 같고. 레이카르트처럼 내 탓이오. 날 욕하십쇼. 할 사람도 아니구요.




필살기 세 번 긁어서 세 번 다 성공하는 게 사실 기적 같은 일이긴 해서 뭐 이럴 수도 있다 싶긴 한데 선수 시절 보여준 모습, 감독 준비 과정에서 했던 말들, 부임하자마자 경쟁력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스쿼드로 보여줬던 걸 생각하면 그릇의 크기를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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