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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좋은 전술전략의

by 다스다스 2023. 11. 25.





기초 중 하나는 상대의 선택지를 제한하고 역으로 상대에게 다지선다를 던져주는 거임.




꼭 엄청 세밀하고 기계적이지 않아도 그게 가능하면 자유롭고 심플한 전술전략이 때로는 매우 좋은 게 되는 거고. 매우 수준 높은 이론가여도 그 이론을 실전적으로 잘 이끌어 낼 수 없다면 그건 좋은 이론이 아님. 허상인 거죠.




축구의 흐름상 트렌드나 이미 간파당한 것들을 쓰는 거면 몰라도 심플하다는 게 꼭 안 좋은 건 아님. 해줘 축구라고 표현하던데 그런 게 필요한 순간들도 있구요.




더해서 측면이 매우 중요한 전술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받는 건 어떻게 해도 상대의 선택지를 제한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은 측면이기 때문임. 당연히 좋은 축구를 하기 위해선 측면을 제압해야 하는 거고 측면을 그만큼 잘 써야 하는 거죠.




결국 이걸 어느 정도 바탕을 깔려면 크게 두 가지 정도가 필요함.




- 어느 지점에서 핵심적으로 볼을 내보내고 그 전후 과정을 얼마나 균일하게 만들어 내냐. 그리고 그 판을 깔아주는 게 누구냐. 한 명이냐 두 명이냐. 아니면 더 많냐.




- 얼마나 빨리 볼을 되찾아오고 전환 과정을 공수를 다 해내는 과정으로 만들어 낼 수 있냐.





저번 시즌 시티의 성공을 웬만한 사람들보다 먼저 예측한 건 귄도간과 데 브라이너의 양 방향 패싱 루트뿐만 아니라 얘네들이 볼을 핵심적으로 차는 지점이 평균적으로 더 높아지고 그것을 전환 과정에서도 굳히는 게 펩의 궁극적인 의도가 아니었을까? 라는 거였음. 실제로 그렇게 됐죠.




원래대로였다면 펩은 기를 쓰고 양 측면에서 어떻게든 이길 수 있게 만드려고 그릴리쉬-데 브라이너 보조에 모든 것을 다 걸었을 건데 그게 뻔하다고 느껴질 시기 (+ 칸셀로가 한계가 확실히 왔다고 느껴질 시기) 에 고민을 한 흔적이 살짝살짝 보였다는 게 개인적으로 매우 컸음.




바르셀로나는 일단 첫째가 되다 말아버린 원인은 상대가 위험하다고 판단돼서 바로 반응하는 지점들에서 유의미한 패싱을 날려주던 부스케츠, 페드리가 너무 이른 시점에 파악당한 것과 동시에 두 명이 필드 위에 같이 있는 기간도 적었고 한 명이 나갔는데 또 다른 한 명은 부상으로 날라가버렸고.




이것을 보조해 주면서 (때론 같이 하면서) 전환 과정을 유의미하게 만들어 주는 데 용의 역할을 늘리는 것으로 메웠으나 그 데 용이 눕자마자 또 다른 보조자 겸 같이 하던 가비, 귄도간이 과부하에 걸려버렸음.




가비는 분명히 경기 중 불운한 부상이 찾아왔으나 이미 경기 전부터 위험 신호가 왔는데도 (그 이전에도 있었을 거라 확신) 그것을 무시한 무능한 감독의 책임이 결코 없을 수가 없고. 귄도간도 플레잉 타임을 떠나서 요구치가 너무 높다 생각해서 하락세를 염두에 둘 시기가 왔다 생각함. 부스케츠처럼 머리와 기술로만 먹고사는 선수에 가까워지고 있긴 한데 귄도간은 분명히 전방에서 더 가치가 있는 선수기에 하락세는 조금 더 치명적일 거로 봅니다.




개인적으로 로메우를 쓸모없는 선수 (그냥 숫자 채우기가 거의 전부인 선수임) 로 분류하고 피보테 사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진짜 그 의미를 파헤치면 피보테가 있냐 없냐 보다 볼을 내보내고 자리를 다시 빠르게 잡고 그 패스가 도는 사이사이에 들어오는 상대 선수들을 어떻게 제압해야 하냐를 아는 선수가 있냐 없냐의 차이임. 기술이 좋다라는 건 분명히 탈압박과 기술적 우위를 일반적으로 표현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냐도 일부분임.




부스케츠는 전통적이고 신체 능력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피보테의 개념에서 봤을 때 50점도 아까운 선수임에도 그가 커리어 막바지까지 뺄 수 없는 선수 중 한 명으로 분류된 건 이 차이.




결국 수비가 안 되면 센터백의 잘못이 아니라 전원의 잘못이고. 공격이 안 돼도 포워드들의 잘못이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보조 못해주는 나머지의 잘못들도 분명히 있음.




바르셀로나 지적할 때 왜 이렇게 크로스만 하냐 하는데 포워드들이 전환 과정에서 제대로 기여하지 못해 수비는 뒤에서 하고 그만큼 메우려고 속도에 집착하다가 상대의 선택지를 제한하지 못하고 선수들의 커버 범위가 제각각이 되어 실점하는 걸 지적하는 사람은 별로 못 봤음. 매번 크로스 왜 이렇게 해대냐 할 때 그 자체를 지적하지 않는 건 그거 하는 거 자체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임.




늘 말씀드리지만 크로스는 타타 시절 알베스처럼 그냥 밖에다가 내보내거나 사람이 서있지도 않은 반대편 엔드 라인으로 갈기는 게 아닌 이상 2차적인 부분들을 먼저 봐야 하는 게 정상임. 왜 루즈볼이 상대 편한테만 가는지. 왜 선수들이 자리를 못 잡는지. 왜 다른 선수들은 그것을 보고만 있다가 상대한테 공간을 다 내주고 위기를 맞이하는지.




챠비가 선수들을 계속 사달라 하는 건 사실 틀린 말은 아님. 더 좋은 축구를 하고 간파당하지 않으려면 계속 향상되어야 하고 결국엔 변화무쌍한 팀이 되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건 어느 정도 기초와 틀을 확실하게 깔아두고 그것을 바탕으로 바꿀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냐가 우선적인 문제라는 것.




챠비의 바르셀로나의 성공 여부는 트로피를 몇 개를 드냐 이전에 그가 가진 이론들을 얼마나 실전으로 옮겨 그것을 유의미한 과정으로 만들어 내냐에 달려있는 거임. 그걸 못하면 챠비를 쓴 의미는 단 하나도 없음.




위기가 왔을 때 가장 바르셀로나다운 선택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챠비가 잊지 말기를 바랄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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