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공수를 구분해서 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겸사겸사 생각을 조금 풀어보고 싶어서 쓰는 글.
요즘 보면 골키퍼나 수비수들에게 그들이 가져야 하는 본연의 면모 외의 것들을 많이 요구한다 뭐 이런 얘기들이 많잖아요? 예를 들면 볼을 잘 다뤄야 한다던가. 패스를 잘해야 한다던가. 양 발을 잘 써야 한다던가. 들어왔다 나갔다를 능숙하게 해야 한다던가. 키퍼는 손으로 굴려주거나 던지는 것도 정확도와 속도가 요구된다거나 등등...
여기서 이런 것들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가 공간과 볼의 속도에 있습니다. 요즘 들어서 상대적 강팀들이 상대적 약팀들을 5대0, 6대0 이렇게 막 가둬두고 패는 게 적어진 이유는 단순히 경기 일정이 빡빡해지고 경기 수 자체가 늘어서보다 상대적 약팀들의 일반적인 대응책들이 어느 정도 갖춰졌는데 그것이 대부분의 상대적 강팀들에겐 꽤 어려운 미션을 요구하기 때문이 제일 크거든요.
결국 수비를 해내는 방식이 과거와 조금 다르게 이뤄진다고 보는 게 옳겠죠. 수비를 하고 공격을 나간다. 가 아니라 수비를 해냄과 동시에 공격을 나간다. 를 넘어서서 이미 공격을 하고 있다. 를 해낼 수 있는 후방의 선수를 원하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예전에는 보통 이것을 미드필드들에게 요구했다면 이제 더 내려와서 수비수들과 골키퍼에게 요구하는 거죠.
이게 되게 중요한 게 상대적 약팀들이 볼의 속도를 죽일 수 있는 방법론은 되게 많아졌습니다. 대표적으로 그냥 계속 흐름을 끊어서 대형을 갖출 시간을 벌거나 별 거 아닌데도 심판한테 다 달려가거나 상대 선수들한테 일부러 가까이 붙어서 볼을 바로 못 차게 하기도 하죠. 찍고 바로 찰라 할 때도 갑자기 앞으로 가서 발을 뻗어서 심판이 다시 차라고 하는 것도 있구요.
전술전략적으로도 맨투맨과 지역 방어의 혼합으로 볼을 핵심적으로 내보내는 선수는 조지되 중앙 패스 루트는 철저하게 다 막아버리거나 그냥 아예 다 박스로 들어가 버리는데 간격을 더 좁혀서 포워드들이 도망가게 만들거나 등등. 공간을 안 주고 속도를 죽이는 대응책들이 대부분이죠.
이러는 와중에 어쨌든 상대적 약팀들도 공격은 해야 하니까 볼을 갖고 우리 박스 근처로 들어왔을 때 이것을 재빠르게 이용할 줄 아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게 첫째입니다.
둘째로 이렇게 바로 할 수 없을 때 상대 박스 근처까지 가는데 요구되는 난이도가 매우 높기에 필드 위에 있는 어떤 선수라도 공수 양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보여줘야 한다는 거겠죠. 그만큼 얼마나 가진 게 많냐가 이제 포지션 여부를 떠나서 선수를 판단하는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는 거임.
수비가 안 된다고 수비수들 탓이 아니듯이 공격이 되려면 이제 수비수들도 뭔가 더 보여줘야 한다가 일반적인 얘기라는 거죠.
넓은 범위를 뛰는 포리바렌테 성향의 선수와 센터백과 풀백을 오고 가고 미드필드와 풀백을 오고 가거나 필요시에 중앙 미드필드의 일원이 되어주는 포워드 등. 이런 전술적 변형의 일환들도 사실 따지고 보면 상대 수비에 대응하는 하나의 또 다른 대응책들이란 거죠.
셋째로 협력 수비가 되지 않을 때인데 협력 수비가 되지 않는다는 건 반대로 주변에 아무도 없거나 간격과 대형이 깨졌거나 등과 같은 이유들이 있다는 건데 이러면 볼을 되찾아왔을 때 필요 이상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거나 감독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실책 없이 이행할 수 있는 선수가 후방에 있는 게 매우 중요하겠죠.
그렇다고 팀의 속도를 많이 책임져주는 중앙 자원이나 미드필드들을 쓸 순 없으니 센터백이나 풀백들에게 요구하는 것도 있습니다.
감독들이 유독 기술적 수준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기를 쓰고 기용하는 보조자 유형이 웬만하면 있는 것도 이런 선수들을 보조해 주는 방식이 팀의 전체적인 장점을 살려주는 데 용이하다는 것도 있겠죠.
예를 들면 볼을 탈환하는 방식이 대부분 스탠딩이라던가. 본인이든 동료들이든 실책을 할 때 보통 어떤 류의 실책을 하는지를 빠르게 판단해 그것을 적극성과 포지셔닝으로 만회한다던가. 등등이 있겠죠.
당연히 감독들이 전술전략을 큰 틀에서 짤 때는 고려하는 1순위는 포워드들이 가진 것들이 무엇이고 미드필드들이 무엇을 할 수 있냐겠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런 것들도 중요하다는 거고. 이적 시장을 바라볼 때 이 선수는 수비수임에도 수비를 못하는 거 같은데 왜 인기가 많지? 나 왜 감독들이 수비수들한테 이런 것들을 요구하지? 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실 거라고 봅니다.
앞선의 선수들도 시대가 변하면서 퍼스트 터치와 첫 터치나 투 터치 안에 패스를 어떻게 하냐를 상대적으로 더 중요시 보는 게 우연은 아님. 퍼스트 터치의 기복이 있으면 무엇을 가졌냐를 우선시 보는 것도 마찬가지구요. 옛날 선수들 보면 포지셔닝이나 퍼스트 터치를 비롯한 영역에서는 현 시대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떨어지는 선수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음.
현대의 트레이닝론은 점점 정형화되어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양하게 가르치고 있기도 해서 비슷해 보이면서도 장점들은 또 많이 다르다는 게 어린 선수들을 보는 재미 중 하나기도 하죠. 물론 저는 요즘 거의 안 봅니다만...
그래서 개인적으로 성장 방향이 확고해지는 건 20대 초중반이 제일 적절하다 생각하고 그전까지는 최대한 이거 저거 다 해보는 게 일반적으로는 선수들한테 도움이 제일 많이 된다 생각합니다. 물론 재능의 크기가 어마무시해서 일반적인 케이스들과 이론을 무시하는 애들은 당연히 논외임. 그런 애들은 감독들도 일반론을 들이밀지 않음.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