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전반기 다 끝나가는데 상대적 약팀들을 상대로 고안한 것들은 진작에 읽혔는데 변화가 없고 상대 팀의 전력의 크기에 따라 대응책이 변한다는 점에서 이번 시즌 전반기는 승무패 여부를 떠나서 매우 큰 실책을 저지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저번 시즌처럼 리가를 앞서나갔어도 전 매우 비판적이었을 겁니다.
또 다른 문제는 저번 시즌 전반기에 선수들의 기량을 고평가 하고 관리 실패의 대가를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 역시 더딘 발전과 실책을 늦게 인정하고 만회가 안 되는 모습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건데 이번 패배도 약으로 못 바꿔먹으면 매우 부정적인 후반기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더해서 감독으로서 객관성과 단호함을 유지할 수 없다면 이제 챠비랑은 더 안 하는 게 맞다 생각함. 다음 타자가 있냐 없냐보다 선수들의 멘탈리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 저번 시즌부터 지겹게 말씀드리고 있는데 정신 차려야 함. 물론 전해질 리는 없겠지만요.
1. 계속해서 얘기해 왔지만 이번 패배 이전부터 스쿼드를 지적해 온 건 네임 밸류나 본연의 면모들만 봤을 때는 분명히 좋은 스쿼드라고 볼 수 있으나 면면을 다 살펴보고 효용성, 범용성 등을 다 따져봤을 때 밸런스 있고 좋은 스쿼드는 분명히 아니라는 거임.
공수 양면에서 바라봤을 때 전환 과정을 최소화시켜줄 수 있는 선수들도 미드필드들이고 벌어진 간격을 재빠르게 메워주고 압박과 탈압박을 성실하게 이행할 수 있는 선수들도 미드필드임. 이게 가비가 빠지니까 더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게 앞으로 챠비가 정신을 못 차리면 가면 갈수록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을 하는 이유 중 하나.
저번 시즌보다 스쿼드 전체를 판단하는 감각은 분명히 좋아졌으나 이게 좋아지면서 현실적인 판단이 과하게 들어가니 디테일을 포기하고 필드 위에 있는 선수들을 자유롭게 냅두면서 더더욱 속도를 강조하는 양상이 됐는데 문제는 미드필드들이 90분 내내, 매 경기 이것들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메워주고 버텨주면서 해줄 수 없다는 거임.
앞서 말씀드렸듯이 가비가 빠지고 나서 양 측면 포워드들의 떨어지는 적극성이 사실상 재앙을 만들어 낸 게 오늘 경기임.
2. 포워드들부터 지적했지만 사실 수비수들도 다양성이 있다고 확언할만한 수비수는 쿤데 말고 없습니다. 당연히 본연의 면모들만 놓고 보면 아라우호, 크리스텐센 다 좋은 선수들임은 분명합니다.
이걸 부정한 적도 없고 부정하려는 게 아닌데 늘 이상하게 해석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니 풀어써보자면 현재 기복을 줄여주고 동료들을 도와주면서 향상을 시켜줄 수 있냐에선 의문 부호가 붙는다는 거고 계속 이런 부분들을 지적하는 겁니다.
점유율은 평균적으로 높고 이번 경기에서도 근소하게라도 앞서나갔지만 계속 치고 박는 것과 하프 라인 전후 지점을 지배하지 못하는 것도 연관성이 어느 정도 있는데 그만큼 아래에서 대형 전체가 올라가려면 센터백들도 패스 워크에 참여하면서 미드필드들과 같이 터치를 많이 가져가야 합니다. 물론 반대로 센터백들이 너무 많은 터치를 가져가고 뒤에서만 볼이 돌 수도 있겠지만 이건 동시에 그만큼 패스 루트가 되어주고 패싱의 일원이 되어준다는 소리기도 하니까요.
근데 이게 되지 않으니 왼발 잡이 센터백을 강하게 원하고 저번 시즌보다 더더욱 공간을 좌우전후로 열어두면서 더 빠른 속도를 낼 것을 지시하는 겁니다. 아예 공수를 분리시켜버렸죠.
수비수들은 수비 자체는 잘하고 원온원 경합에는 강하니 그 원온원 경합에서만 안 지면 실점을 안 한다는 거고 (아라우호가 헤딩 경합을 적극적으로 못하니 거기다가 롱볼을 갈겨버리니 그대로 당했죠.) 포워드들은 최대한 공격만 할 수 있게끔 미드필드들의 보조를 극한으로 받는 겁니다.
당연히 의도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 문제와 공수 분리 문제가 일어나면 최후방과 미드필드들의 문제겠지만 이렇게 의도를 하고 데 용을 비롯한 미드필드들이 이것을 메우고 역할들을 늘려버리니깐 점유는 높아도 그것을 활용하는 건 떨어지고 지배력 있는 경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중원을 지배하려면 천천히 대형이 올라가면서 미드필드들의 패싱을 바탕으로 템포를 죽일 땐 죽이고 살릴 땐 살리면서 패스 속도 (or 볼이 굴러가는 속도) 로 조절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거의 절반 이상 포기하면서 포워드들의 공간을 의도적으로 열어주는 거죠. 계속 말씀드렸듯이 일부러 오픈 게임을 유도하는 겁니다. 그럼 대부분의 팀들은 잡았고 이번 시즌에도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섰겠죠.
크게 나눠봤을 때
간격을 메워주고 주변 선수들을 보조해 주고 포워드들의 동선 낭비를 줄여주는 데 용
포지셔닝에서 가장 앞서있고 찰나의 순간이나 루즈볼을 판단하는 감각이 뛰어나 그것을 살려주는 귄도간
빠른 판단력과 유도로 패스 루트를 찾고 플레이 메이킹의 시발점이 되어주는 페드리
로 나눌 수 있겠죠. 가비가 여기서 각각 분담하면서 떨어지는 양 측면 포워드들의 적극성을 메워줬는데 얘가 빠지고 쓰리톱이 되어버리니 적극성 부재가 바로 화두로 올라온 거죠.
상대적 강팀, 전력이 비슷한 팀, 살짝 차이가 나는 팀들을 만났을 때만 최후방과 최전방의 간격, 미드필드들과 최후방의 간격을 확 좁혀버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간단한 예시 하나로 바르셀로나는 센터백들이 변형 쓰리백 대형까지는 어떻게 만들어도 데 용, 귄도간, 페드리와 상호 작용하면서 이들이 후방에 위치하는 걸 유효하게 써먹을 줄을 모릅니다. 그러니 몇 명을 후방에 넣든 패스 루트를 알아서 만들면서 못 올라갑니다.
물론 챠비가 이것을 선수들에게 이해를 시키지 못해서도 있겠죠. 근데 패스의 정확도, 움직이면서 상황을 읽고 그에 상응하는 패스 앤 무브와 포지셔닝을 못하는 건 현재 수비수들의 문제입니다.
3. 그럼 포워드들이 이만큼의 보조를 받는다고 했을 때 그만큼의 생산성이 나와줘야 수지타산에 맞는다는 건데 그게 안 되니까 문제라는 겁니다. 어차피 토너먼트 단계 가면 안 먹히는 거야 마드리드, 알레띠 상대로도 다른 대응책을 들고 나온 거 보면 챠비가 모를 리가 없다고 보는데 상대적 약팀들을 상대로도 이렇게 기복이 심하다는 건 이들의 문제겠죠.
저번 시즌엔 레반도프스키의 동선 넓히기, 역할 증대까지 하면서 측면 포워드들을 살리려 했지만 이번 시즌은 레반도프스키가 그게 아예 안 되니 더더욱 미드필드 개개인의 책임 범위를 더 넓혀버려서 측면 포워드들을 자유롭게 만들어 이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고 판단한 건데 펠릭스, 하피냐는 일단 볼 소유에 대한 관념이 바르셀로나와는 아예 맞지 않습니다.
챠비가 원하고 원하지 않아도 일단 데려다 놓으면 주전으로 쓰는 측면 포워드들의 공통점이 많은 시도를 바탕으로 하면서 얻어걸리는 선수들인데 그것을 감안해도 정확도가 너무 떨어진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펠릭스도 중간중간 센스 있는 플레이가 나오지만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그런 거 한두 번 보려고 팀이 얘한테 다 맞춰줘야 한다는 건 전형적인 중위권 마인드임. 바르셀로나 팬들 중 얘를 좋아하는 팬이 있다는 것도 신기할 정도.
반면 하피냐는 가진 모든 것들은 사실 성실한 보조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 용이한 선수인데 본인이 그렇게 뛰길 싫어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확실하게 판단이 안 되는데 어쨌든 그렇게 하질 않습니다.
플레이 전후 과정에서 본인의 킥을 살릴 생각부터 먼저 하고 동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예측도 못하고 혹여나 그것을 예측해도 오른발을 못 쓰니 플레이의 선택지가 극단적으로 좁아지죠.
오른발만 제대로 쓸 줄 알았으면 오늘 하피냐는 최소 1골 2어시는 했을 겁니다. 헌데 못했죠. 그럼 자기가 존경한다던 히바우두처럼 어거지로라도 넣어줘야 가치가 있는 건데 그게 절대 안 됩니다.
4. 챠비가 정신 차려야 한다는 건 박스 근처까지는 확실하게 선수들을 기계적으로 돌리면서 필드 위에 자유로운 선수들을 최대한 제한적으로 둬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은 죄다 자유롭고 주제도 모르는 애들까지 자유로우니 센터백들은 패스를 하다가도 누구한테 줘야 할지 모르니 롱패스를 갈겨버리기도 하고 애초에 패스 루트를 못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능력 부족과 세밀함 부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거죠.
포워드들도 이 이상의 적극성을 보일 수 없다면 과감하게 라인업을 바꿔야 합니다. 상대적 약팀들은 이렇게 해도 잡을 수 있어라는 안일함과 자만심이 현재 상황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는 건 명백합니다. 4 미드필드 전술에 집착했던 것도 결국 가비가 그 떨어지는 적극성은 메워주고 빠진 한 자리의 포워드 역할까지 해주면서 미드필드들의 패싱이 상대적으로 더 잘 돌아간 거 때문인데 없으면 없는 데로 또 다른 방법론을 찾는 것도 챠비의 역할이자 임무입니다.
게다가 일관성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바르셀로나니까 이걸 계속 지적하는 건데 할 줄도 모르는 애들한테 이런 걸 시키고 있으니 더 못해 보이는 겁니다. 공포와 부담감을 어느 정도 이겨내고 색깔을 되찾아야 합니다. 왜 알면서도 그것을 못할까. 단기적인 관점에 취하고 승리를 강조하고 집착한다는 건 분명히 본인 입지가 매우 위험하단 소리겠죠. 언론들은 아마 어떤 연속적인 계기를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블린트와 에릭을 공략하려는 모습 자체는 누구나 그렇게 지시했을 건데 어떻게 공략할까는 아무것도 안 보였습니다. 그냥 펠릭스나 하피냐나 중앙 와서 오히려 막혀줬죠.
5. 발데 센터백은 뭐 그냥 웃기긴 했는데 아무래도 엔드 라인을 못 가면 아무것도 못하는 선수 본인에게 애초에 다른 동선을 던져주고 스스로 깨달음을 주려 한 게 아닐까 싶은데 너무 무리수였다고 봅니다.
더해서 교체를 빨리 쓸 게 아니라면 야말 교체 출장은 제발 안 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역전까지 가야 한다는 높은 난이도가 선수의 플레이를 망가뜨리고 있지 않나 싶네요. 왜 이걸 아무도 짚어주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페란도 멍청한 걸 떠나서 선수 본인에게 뛰는 것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전체적인 챠비의 운용, 판단 등이 너무 실책이 많습니다.
6. 개인적으로 정해둔 마지노선은 이니고-쿤데가 가능해졌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일지인데 크게 기대는 안 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승무패에 감독이 너무 취해있고 한번만 비기거나 지면 어떻게 될 지를 너무 의식하고 있는 것부터 어떻게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좀 경험치 있고 다른 관점의 코칭스태프의 부재가 더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