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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불치병 3

by 다스다스 2024. 1. 5.






어떻게 이기긴 했는데 사실 이런 양상에서 시원하게 이겼어야 이번 시즌 챠비의 축구가 조금이나마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국 여전히 문제는 지속되고 있고 잠재적 불안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음.




현재 축구의 기조는 패스가 느리게 돌다 빠르게 돌아 볼의 속도를 순간적으로 살리는 바르셀로나 고유의 축구가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왔기 때문에 이런 양상에서 매우 힘든 경기를 펼쳤다는 건 이겼다는 걸 떠나서 감독이 최대한 빨리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공중으로 떠다니든 땅으로 굴러가든 종패스의 비중이 매우 높은 경기였는데 사실상 상대의 라인의 유동에 완전히 놀아났다는 게 첫 번째 이유임. 노골적으로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수비를 하겠다는 의도를 비췄는데 여기에 완전히 당했죠.


(노골적으로 최전방 최후방 라인을 좁히고 가능하면 4열로 배치해 협력 수비는 원활하게, 측면은 열어주고 바르셀로나의 롱패스, 패스 방향을 바깥으로 몰아냈죠.)


(롱패스가 먹히면 오프사이드 트랩. 안 먹히면 손쉽게 소유권을 되찾아오고. 되찾아왔을 때 바로 빠르게 전환이 가능하면 빠르게가 라스 팔마스의 대응책이었습니다.)


(여기서도 아라우호가 길이 쫙 뚫려 있습니다.)


(패스를 쎄게 주기도 했고 터치를 못하기도 했는데 바로 주변 라스 팔마스 선수들이 루즈볼에 대응하려고 모여있죠.)


(자신의 동료에게 루즈볼이 간 걸 보자마자 다 모여들고 다음에 뭘 해야할 지를 각자가 판단하고 있습니다. 피미엔타가 기계적으로 잘 가르쳐 놓았다는 간접적인 증거기도 하겠죠.)


(중간에 있는 애는 바로 달라하고 좌우 측면은 뛰어가고 있죠.)


(바로 뚫어버립니다.)


(어떻게 막긴 했으나 여기서 전개에 대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는 겁니다. 뻔한 패스, 루즈볼 대응 문제 등으로 인한 뒤따라 들어가는 움직임, 과한 체력 소모 등이 다 이게 일부분이 되는 겁니다.)





측면으로 볼이 빠져도 어차피 바르셀로나 측면 선수들은 다양성이 떨어지니 2-3명의 협력 수비가 적절하게 붙으면 대응하는데 어렵지 않다는 것 역시 피미엔타가 계산했을 거라고 생각하구요. 이건 쉽게 말하면 볼을 처음 받는 과정은 물론이고. 그다음 플레이까지는 열어줘도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그만큼 뻔하다는 소리죠.




게다가 먼저 골을 내주고 조급해지니 오히려 상대의 라인의 유동을 공략해 보겠다고 종패스 비중이 더더욱 올라가 버렸는데 오히려 여기서 경기가 꼬였다는 점에서 완전히 놀아난 겁니다.




상대의 플랜을 강제하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내지 못하고 오히려 경기를 끌려다녔다는 점에서 이 경기는 이겼어도 오히려 바르셀로나의 불안 요소들이 무엇인가를 더 노골적으로 보여준 경기라고 생각하구요.




결국 데 용이 팀 내에서 가장 이질적이고 다양성 있는 선수로 기능하고 있기에 이 선수가 간격의 문제를 메워주고 현재의 축구를 가능하게 해주는 키맨으로서 작동하고 있죠. 데 용이 있으니 애초에 5-6명을 최전방으로 다 올려두고 승부를 보는 셈이고 이건 그만큼 공격을 빠르고 짧게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패스 루트도 더 쪼개고 쪼개서 짧게짧게 가는 걸 아예 포기하고 미드필드들의 양 방향 패싱이나 창의성에 의존하고 있죠.




여기서 포워드들의 문제가 나옵니다. 여유가 부족하고 빨리빨리가 아예 기본 베이스에 깔려있고 소유의 관념과 공수 마인드가 떨어지거나 아예 없는 선수들이다 보니 최대한 다 빠르게 해야 하는 거죠. 챠비가 병적으로 속도에 집착하고 있는 것도 맞지만 포워드들도 챠비가 이 고정관념에서 못 벗어나게 만들 만큼 다양성이 떨어집니다.




아직까지도 변화를 안 주는 건 결국 애초에 할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가르칠 생각도 안 하고 시도도 안 하겠다는 거라고밖에 안 보입니다. 실제로도 공격수들에게 뭔가 주문하는 건 거의 못 본 것 같구요.




아무래도 레반도프스키의 쓰임새는 저번 시즌 과했다는 걸 인정하고 최대한 여기서 나머지 포워드들의 부족한 부분들은 중앙과 박스 안에서 찾으려고 한 것 같은데 얘도 결국 골이 안 들어가고 심판이 콜을 불어줄 건 안 불어주니 본인 플레이가 급해지고 있죠. 결국 얘도 같이 무너지니 전체적으로 속도는 더 강조하는 와중에 미스는 많아져 진흙탕 축구가 되는 겁니다.




여기서 셋째. 그러다 보니 상대 선수들보다 더 순간적으로 빠르게 뛰어야 하고 방향을 가리지 않고 움직임이 잦아지고 미스가 날 때는 메워야 하는 거리가 길어지니 체력 싸움에서부터 안 됩니다. 선수들이 과부하에 걸리는 근본적인 이유죠.




이게 바르셀로나가 페드리 의존증이란 비판을 듣고 챠비가 피보테 사달라고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데 용, 귄도간 다 좋은 선수들이고 데 용은 재능의 크기 자체는 제일 크다고 보지만 전체적으로 미드필드들이 경기의 흐름을 역으로 통제하면서 템포를 잡아주지 못하고 흘러가는 양상대로 뛰는 게 엄청 크다는 거죠.




유도를 하냐 못 하냐는 제쳐두고 패스 타이밍을 조절하면서 빠를 땐 빠르게, 느릴 땐 느리게 하면서 주변 동료들이 플레이를 가다듬고 포지셔닝을 하고 여유를 주고 시간을 벌어주고 할 선수가 부재하다는 게 치명적입니다.




물론 페드리가 건강 신호가 적신호가 들어왔고 포워드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저걸 하면 뭐 다시 부상을 당할 수도 있으니 후방에서부터 이걸 갖춰야 하고 그런 선수가 필드 위에 늘어나야 하는 게 챠비의 기초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죠.




개인적으로 오늘 짚고 넘어가고 싶은 선수는 발데인데 얘는 현재 필드 위에서 자유롭게 냅두는 기조에서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패턴이 뻔하다는 건 둘째치고 포지셔닝을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가져가지 못하고 들어왔다 나갔다를 못하기에 센터백들에게 도움이 되는 옵션이 아닙니다.


(실점 장면인데 코너킥 이후라 대형이 흐트러졌는데 쿤데가 들어왔으니 발데는 빨리 나가야 하는데 느릿느릿 움직입니다.)


(3초가 지났는 데도 아직도 저기서 저러고 있습니다. 저기서 뭉쳐있을 이유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명백하게 발데의 늦은 판단과 포지셔닝이 전체 팀의 대형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아직도 자기 자리가 아닌 엉뚱한 곳에서 이도저도 아니게 움직이고 있죠.)



사실 신체적인 능력 자체는 좋은 편이고 가진 것들이 떨어지진 않는데 그것을 활용하는 능력은 심각하게 고정적이고 문제가 있습니다. 원 패턴 선수가 되어서 읽히는 것도 문제고 경기를 읽는 이해도가 너무 떨어지고 주변 동료들을 파악하는 것도 너무 떨어지고 챠비가 잡아줘야 하는데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는 한 이 문제가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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