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불치병 4

by 다스다스 2024. 1. 15.

 
 
 
요령 피우다가 호되게 당한 경기로 요약할 수 있겠고. 계속해서 지적했지만 이런 식으로 상대에 따라 대응 방식이 변하고 자신감 없이 하면 유럽 대항전은 물론이고. 수페르코파든 코파 델 레이든 자국 토너먼트 대회에서도 어떤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없음.
 
 
 
 
일단 몇 가지 강하게 짚고 넘어가야겠음.
 
 
 
 
1. 저번 시즌 한계가 보인 전술전략을 주전 라인업은 커녕 핵심을 이루던 선수들 두 명 (부스케츠, 가비) 이 빠졌음에도 이걸 그대로 현 선수단에게 끼워 맞춰서 썼다는 점에서 결승전과 마드리드란 상대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걸 그대로 보여줬음.




수동적으로 나섰다가 지면 감독인 본인이 독박이고. 이겨도 그렇게 이기는 게 맞냐는 비판을 마주할 게 분명하니 가장 자신 있는 전술전략을 들고 나왔다고 볼 수 있지만 4 미드필드 전술전략은 이미 안 먹힌 지 오래. 이도저도 아닌 모습을 보여 오히려 초장부터 지고 들어갔다 보는 게 맞겠죠.
 

 
 
 
2. 결국 연장선으로 저번 시즌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베테랑에게 기대는 기용 방식이 이번 경기에도 그대로 나왔다는 점. 세르지가 오사수나 상대로 3골 3어시를 했어도 오늘 경기에 페드리를 선발로 쓸 생각이었다면 세르지는 나오면 안 됐습니다.




4 미드필드 전술전략의 완성은 가비와 부스케츠의 장점들은 살리면서 약점들은 일부분 가려주는 데 용, 페드리의 보조가 시너지를 이루면서 잘 된 건데 세르지는 가비가 아니죠. 실제로 그는 측면에서 아무런 힘도 못 썼고 경합에서도 밀리거나 피했고. 좌에서 우로 횡단하면서도 죽은 볼을 만들어 내거나 볼을 계속 역으로 뒤로 빼내기만 했죠. 




이기든 지든 이번 시즌 하던 거, 전반기에 하던 거 그대로 했어야 함. 그랬으면 현실 파악에는 더 도움이 됐을 겁니다.
 
 
 
 

3. 이렇게 일관성이 없으니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한번 방향성을 잃어버리거나 상대가 원하는 양상으로 끌려가버리면 그대로 경기를 날려 먹는다는 겁니다.




바르셀로나는 원래 볼을 중요시하는 특성상 일관성과 틀이 없으면 상대적으로 더 쉽게 무너지고. 그래서 계속 강조해 왔던 겁니다. 완성도가 떨어질지언정, 자빠질지언정 하던 걸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그것을 몸으로 배우고 겪어본 감독이 이걸 아직도 실천에 못 옮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게다가 현 바르셀로나에는 어려운 경기가 주는 부담감을 혼자서 떠안으면서 뒤집어 줄 선수 자체가 없습니다. 레반도프스키는 너무 늙었고 결국 초장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중요한 건 틀. 근데 벌써 후반기라 이 패배도 유의미하게 살리기엔 너무 늦었다는 거.
 
 
 
 
좋은 선수가 조금 부족하다. 경험 있는 선수가 부족하다. 등등 다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그전에 감독이 무엇을 시도했냐 역시 중요한데 챠비는 그 공포와 부담감을 견뎌내긴 커녕 마주할 생각조차 안 하는 건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쫄보라 놀림받던 발베르데도 뎀벨레 왼쪽을 한 경기라도 시도해 봤고. 과감한 전술적 변형으로 경기를 뒤집는 과감함도 한두 경기라도 보여줬죠. 진정한 쫄보는 다름 아닌 얘임.
 
 
 
 

4. 라포르타는 어차피 자기한테 화살이 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을 거임. 타고난 떠넘기기 전문가. 책임 피하는 대빵의 전형.




경질 신호는 관중들이 경기장에 안 오기 시작하고 그게 슬슬 부정적인 영향을 퍼뜨려 소식들로 이어질 때가 아닐까 싶음. 씁쓸한 헤어짐이 되지 않길 바라지만 못하면 어쩔 수 없음. 알레마니나 데코 같은 똘마니들이나 자기들 이권 챙기는 구린내 나는 목적 있는 애들이 아니라 자기 소신 있는 인력이 있다면 뒤에서 차기 감독을 찾고 있거나 주장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런 인물이 있을 리가 없겠죠.
 
 
 
 

전술전략적 패배 요인은 크게 5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함.
 
 
 
 
1. 전반기 엘클에서 팽팽한 양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귄도간-가비가 벨링엄-발베르데를 맨투맨으로 지독하게 따라붙어 마드리드의 중앙 전개를 철저하게 막았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안첼로티가 이 둘을 굳이 중앙에 붙여놓고, 냅두기보단 위치 변경을 자주 가져가거나 (벨링엄) 아예 측면에 빠져있다가 순간적으로 경기에 관여하기도 하고 (발베르데) 필요하면 둘의 거리를 엄청 떨어뜨려놔서 바르셀로나의 대응 방식을 완전히 깨버렸다는 것.
 
 
 


2. 비니시우스 대응도 일단 박스 안으로 횡드리블을 못 치게 하는 게 우선이었는데 이건 아라우호가 혼자서 하던 게 아니라 협력 수비로 각을 좁혀주고 아라우호가 엔드 라인 부근에서 마무리하는 식이었죠.




오늘은 애초에 비니시우스가 처음 볼을 받든, 어떤 과정으로 흘러가든 원온원이 많이 나왔다는 점에서 협력 수비의 안일함과 부족함이 그대로 드러났음.




사실상 아라우호-쿤데가 알아서 하라는 거였는데 얘네 둘이 풀백을 자꾸 보다 보니까 수비 과정에서 안일함이 필드에서 너무 자주 보이는데 둘 중 하나를 내보내든, 둘이 센터백으로 공존을 시키든 아니면 기를 쓰고 얘네들에게 수비 관념, 방식을 이해시키든. 뭐라도 해야 할 시기.




결국 뒤로 빠지는 볼을 못 끊어내 내주고 루즈볼 처리를 안일하게 해 실점들을 제공한 쿤데가 욕을 제일 많이 먹겠지만 그만큼 선수들을 필드 위에서 자유롭게 냅둬 선수들이 고착화되어가고 습관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먼저 봐야 함. 이건 오로지 쿤데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비진 모두가 보이는 문제.

 

(바로 볼이 빠지는 장면이지만 어느 장면을 봐도 애초에 첫 장면부터 아라우호가 다 제어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많이 나왔다. 챠비가 이런저런 생각 하다가 요령 피운 증거 중 하나다.)

 
 

(페란 토레스가 애초에 수비 마인드가 엄청 구리고 판단력이 구려서 협력 수비에 도움이 안 되는데 이걸 막으라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

 
 
3. 연장선으로 페란 토레스의 오른쪽 기용은 오히려 약점을 노골적으로 보여줘서 마드리드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페란 토레스는 양 발을 쓰긴 하고 양 발 슈팅도 할 줄 알지만 그게 본인이 사선으로 들어가면서 오프 더 볼 상황에서 온 더 볼로 들어가는 거여야 하는데 이건 본인이 애초에 측면에서 볼을 잡고 다시 내줘야 하는 상황이니 왼발을 못 써서 스스로 각을 좁혀 마드리드 협력 수비의 밥이 됐죠.
 
 

(무리하지말고 뒤로 돌리라고 신호를 줘도 쌩까고 일단 직진)

 
 

(바로 갇힘. 얘는 진짜 감당이 안 되는 돌대가리임)



4. 세르지 기용도 그동안 오른쪽에서만 쓰다가 패스 루트 찾고 만드는 데는 재능도 없는 애를 좌에서 우로 횡단하게 만들어 놔서 오히려 패스가 돌아야 할 때 뒤로 빠지고 발데처럼 열린 공간에서 달리는 걸 제일 잘하는 애인데 이 둘을 붙여놓으니 백패스만 잘 돌았죠.




오사수나 상대로 이 짓거리 했어도 쌍욕 먹었을 건데 마드리드 상대로 이런 건 명백한 챠비의 전술전략적 실책. 결국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바로 바꿨죠. 처음으로 45분 만에 자기 실책을 인정했음.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페드리가 좌에서 우로 횡단. 세르지랑 페란은 공간을 파면서 상호 작용하면서 크로스 공략. 뭐 결국 안 먹혔고 골이 빠르게 안 나오니 페드리를 빼면서 포기했지만 챠비가 드디어. 드디어... 45분 만에 뭔가를 느꼈다.)



5. 결국 저번 시즌에도 세르지 기용이 먹힌 건 크로스 공략이었고. 여전히 크로스가 필드 위에 있으니 마드리드의 최대 약점은 크로스라고 보고 있었고 그것을 바르셀로나의 최대 무기인 페드리로 잡으려 한 건데 크로스가 오프 더 볼을 하는 선수들을 자주 놓치고 자기 자리를 지키다 움직이는 선수들을 못 따라가거나 놓치는 거지.




볼에서 시선을 떼고 딴짓을 하다 놓치진 않아서 결국 페드리를 여기다 배치한 건 여러모로 패배 요인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6. 발데는 명백하게 자기 문제임. 얘까지 챠비 문제로 치기엔 경기 시작하자마자 보인 모습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플레이 하는지가 다 보였음.


(여기서 치고 달려서 카르바할을 털어먹으려 했는데 저번 시즌에 그렇게 만났고 이번 시즌에도 만났는데 노련미를 갖춘 카르바할이 아무리 신체적 하락이 왔어도 모를 수가 없죠. 이짓거리 하다가 소유권까지 내줬습니다.)



발데의 이 속도를 활용해 줄 누군가가 있다면 이런 게 유의미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닌 이상 상대를 가리지 않고 하는 것만 하는 원 패턴 플레이의 문제점은 발데 본인에게서 더 크게 나타나는 거임. 이게 저번 시즌부터 보인 모습이라는 거에서 이쪽에 더 신뢰를 더해줌.




빌드업 과정에서도 혼자 함정에 빠지는 건 발데의 시야, 판단력, 이해도의 영역이지. 그거까지 챠비의 잘못이고 문제라고 확장시키기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이런 축구를 이해하는 과정이나 기계적인 면을 조금 더 가르칠 수 있는 감독이 온다면 나아질 수도 있고. 어쩌면 잘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의 모습은 자신의 신체 능력에 의존하던 세메두와 제일 가까움.


(좌우에 아라우호랑 발데 둘이 있으면 상대가 전방 압박을 과감하게 시도하기가 너무 좋음)


(아라우호는 어차피 여기서 어떤 볼을 받아도 뻥이니 쿤데도 그걸 인지하고 그냥 뻥 차버리죠.)


(바로 아라우호를 추격합니다.)


(페냐가 시야가 좁고 볼을 조금이라도 잡아주는 소유를 할 줄을 모르니 크리스텐센 쪽으로 볼이 빠지게 다 같이 유도하는 겁니다.)


(이러고 발데한테 볼이 가는데 얘는 각을 조금만 좁혀버려도 바로 뻥이라 압박하기 무지 쉽죠. 원 터치 패스를 일단 정확하게 못하고 횡패스나 살짝 로빙 패스로 쉽게 줄 각을 아예 못 봅니다.)


(결국 뻥찬 볼은 마드리드가 쉽게 소유하죠. 동료들 위치도 안 보고 일단 멀리, 빠르게, 강하게는 그게 필요할 때가 아니면 그냥 제일 쓰레기 같은 수비 중 하나임)



7. 안첼로티랑 마드리드 선수들 입장에서는 바르셀로나를 저번 시즌에 자주 만난 게 오히려 바르셀로나의 뻔함을 파악하기 더 좋지 않았을까 싶고. 맞춤 대응으로 나온다는 게 오히려 반대로 그 흐름만 깨부수면 바르셀로나는 그대로 무너진다는 소리라는 걸 잘 보여준 셈.




저번 엘클도 결국 45분 쓰고 빠르게 변형을 줬어야 하는 걸 안첼로티보다 늦게 줘서 역전당한 거라서 이 부분도 안첼로티가 충분히 간파했을 거라고 생각하구요. 오늘은 페드리를 빼면서 승부를 포기한 쪽에 가까웠지만 어차피 얼마 안 가서 아라우호 퇴장까지 당해서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더 절망적이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결국 마드리드 이기려면 일관성과 틀을 갖추는 거 말고 없음. 그리고 그래야만 팬들이 원하는 과정과 성적이 그대로 따라올 거라고 확신합니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지만 이번 패배로 기용 방식은 더 과감하게 가져갔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선수들에게도 조금 더 세밀하고 의도가 명확하게 보이는 지시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구요. 오늘 경기도 손가락에 꼽을 만큼 챠비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의 무능함이 보인 경기였다고 봅니다.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문자 분들 덕분에  (24) 2024.01.17
로드리 저평가?  (32) 2024.01.16
전술전략이 없진 않아  (19) 2024.01.12
마드리드와 마드리드  (34) 2024.01.11
펠릭스  (28) 2024.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