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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불치병 5

by 다스다스 2024. 1. 22.

 
 
 
 
여전히 경기 접근 방식이 크게 변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뭐 챠비가 다음 시즌도 감독을 하고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말씀드렸듯이 이번 시즌에는 선수들에게 무언가 강하게 주문을 하고 가르치고 이해시키고 이런 건 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이미 늦었고. 여기서 갑자기 이거 저거 고쳐보겠다고 손 대는 순간 시즌을 말아먹을 게 뻔하기 때문.
 
 
 

결국 현재의 접근법, 방법론, 전술전략 등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그리고 어느 부분에서 취약한 모습들을 집중적으로 보이고 있는지 정도만 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일단 센터백들이 가변성이 너무 떨어지고 (특히 아라우호) 페냐가 상대 선수들의 전방 압박과 거리를 지나치게 의식해 시야가 짤려있다보니 매우 뒷 지점에서 플레이메이킹을 하죠. 그나마 다행인 건 페드리, 데 용, 귄도간 세 명이 다 패스 앤 무브가 돼서 볼을 잡고 움직이면서 패스를 하고 본인이 움직이면서 볼을 받아줄 수 있다는 거겠죠.




이들이 최대한 전방이나 측면 선수들 (+ 쿤데) 과의 간격을 좁혀주고 공격 방향을 잡아주면서 포워드들까지 빠르게 간다. 가 가장 큰 목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오늘은 페드리가 철저하게 데 용-귄도간의 보조와 이들이 움직이는 것에 맞춰서 상호 작용, 역할 변경, 동선 조정 등만 가져갔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뛰면 3 미드필드가 사실상 전후좌우를 다 책임져주는 형태라고 보는 게 옳겠죠.




이제 몇 가지 장면들을 보면서 이것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데 용이 페냐를 보면서 발데 쪽으로 주면 된다고 하는데 페냐한테는 저 거리가 시야에 안 들어옵니다. 상대 선수들이 숫자가 더 많고 거리가 가까우니 그걸 의식하면 시야가 극단적으로 좁아지죠. 이 경기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경기에서 다 그럽니다.)


(결국 몸을 오른쪽으로 돌리니까 베티스 선수들이 갑자기 신호라도 받은 것처럼 조금 더 과감하게 움직입니다.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아라우호한테 방향을 모는 거죠.)


 

(여기서 아라우호가 할 게 뻔합니다.)


(페드리도 어차피 롱패스 할 거 아니까 야말쪽으로 차라고 하지만 그렇게 정확하게 차면 아라우호가 먹잇감이 될 리가 없죠.)


(아주 손쉽게 베티스 소유로 가서 다시 전개를 시작합니다.)



결국 상대가 이걸 노리고 들어온다는 계산을 하고 미드필드들이 하프 라인 아래로 내려가서 매우 뒤로 빠진 지점에서 플레이 메이킹을 하는 건데 오늘처럼 이른 선제골을 넣고 2대0을 만들어도 결국 상대를 뒤로 밀어버리면서 점유를 해내지는 못하기에 언제든지 흔들릴 여지가 있고. 언제든지 상대가 약점 공략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귄도간이 계속 받고 내주고 하다가 상대 선수와의 거리를 벌리고 자기 앞 공간이 확 열린 걸 확인했습니다.)


(여기서 우측면 터치 라인에 빠져있던 쿤데와의 간격을 최대한 빠르게 좁히고 내줍니다. 이제 쿤데는 야말한테 내주겠죠. 그러면 성공입니다.)


(슬라이딩까지 하면서 패스가 못 가게 합니다. 사실상 원온원에 뒷공간을 다 내주는 거니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 들어간 거죠.)


(결국 볼이 횡으로 돌고 뒤로 도니 상대는 3열과 4열을 오가며 수비할 수 있는 대형을 간격 유지를 하면서 갖췄습니다.)


(귄도간이 이전부터 상황을 읽고 빠져줌과 동시에 메워주려고 하고 페드리는 여차하면 본인이 볼을 받아주거나 아니면 보조해주려고 내려옵니다.)


(여기서도 쿤데한테 전달하는 게 우선입니다.)


(이러고 야말한테 내주고 달리죠.)


(서로 타이밍이 안 맞아서 볼이 나갔지만 아까와 마찬가지로 이뤄졌으면 좋은 찬스로 이어졌겠죠.)



사실 이게 가비가 부상으로 빠져버린 게 아쉬운 이유 중 하나인데요. 좌우에서 볼을 아주 짧게라도 소유해 주고 내줘야 할 때 좌측면에선 때려죽여도 그게 안 된다는 건데 그래서 오른쪽은 패스 루트를 만들어 주고 뚫어주고 소유해줄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더 있으니 반대편은 철저하게 공간을 이용하는 페란 토레스를 써보는 거라고 봅니다.




결국 이 부족한 부분을 귄도간의 순간적인 센스에 거의 다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왼쪽으로 수비가 쏠리는 거 같으니 바로 반대편으로 돌려버리죠. 물론 실패했습니다. 데 용도 자주 갑자기 대각선으로 패스를 찌르거나 횡으로 길게 패스를 돌려버리죠. 어차피 좌측면은 소유하면서 전진이 아니라 달려서 뚫는다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여기선 발데가 달릴 각이 나오니 빨리 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아예 치고 달리라고 발 밑이 아니라 달리는 공간 앞에다 패스를 떨궈줍니다.)


(아주 옅은 희망을 봤는데 페란이 바깥 쪽으로 공간을 파주니까 발데가 스스로 안으로 꺾었습니다. 그리고 들어가는 레반도프스키한테 내줬죠. 마찬가지로 날려먹었습니다만 저번 경기 골로 조금은 자신감을 되찾아서 다행이라고 봅니다.)



이제 고정적이고 치명적인 문제점들입니다. 결국 2대0까지 만들어 놓고 2대2가 된 건 흐름을 내주고 상대한테 볼 소유권을 쉽게 내주고 전진까지 쉽게 허용하면서 간격과 대형이 깨지면서 볼에 시선이 다 쏠리고 루즈볼 싸움에서 진 거에서 왔습니다. 하나하나 뜯어볼 게 아니라 연쇄 작용인 거죠.




바르셀로나는 수비수 본연의 면모를 잘 갖춘 선수들도 꽤 있고 포워드들도 지들 할 것만 하면 그래도 밥값 하는 선수들은 있습니다. 문제는 축구는 그렇게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거죠.




결국 현재 스쿼드에서 전방에서 영리하게 후퇴를 막아주거나 시간을 벌어주거나 재빠르게 협력 수비의 일원이 되어줄 선수도 없고 협력 수비 아래에서 본인의 수비력을 뽐내서 막아주는 선수들은 있지만 반대로 본인이 상황을 가리지 않고 그 바탕을 깔아줄 선수는 없습니다. 이것들이 그대로 드러났죠.



(재빠르게 박스로 들어오면서 간격, 대형이 깨지면 잘 이뤄내던 협력 수비는 그대로 무너지고 선수들은 볼을 가진 선수와 볼에 시선이 다 쏠립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 사이에 껴있는 이스코가 빈 공간을 봐도 바르셀로나 선수들 중 그걸 의식한 선수가 한 명도 없습니다.)


(저 공간에 이스코까지 튀어나오면서 두 명이 있는데 바르셀로나는 사실상 9명이 수비를 하고 있죠.)


(그대로 루즈볼을 내주고 먹힙니다. 이런 건 뽀록이나 운이 아니라 명백한 수비 실책입니다.)


(다음 실점도 문제점들이 다 보입니다. 골키퍼가 베예린 쪽이 텅 비어있는 걸 봅니다. 바로 던져버리죠.)


(페란이 보고도 느릿느릿 붙으니 압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재빠르게 따라가는 것도 아니고 베예린은 하프 라인을 그냥 편안하게 넘어옵니다. 또 이러니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볼에 시선이 다 쏠립니다.)


(결국 저 공간에서 한번 제껴지면 그대로 박스로 들어오는 걸 선수들이 알고 있으니 저기에 모여버리고 주변 선수들은 그것을 지나치게 의식해 이스코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못 봅니다.)


(결국 아라우호랑 쿤데 사이로 공간을 팔 때까지 이스코를 인지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것도 명백한 수비 실책입니다.)


(페란 토레스가 해트트릭을 했어도 이렇게 뛰면 안 된다고 보는데 포기가 너무 빠르고 자기 플레이가 안 되는 것에 대한 감정 표현이 너무 심합니다. 펠릭스도 이러죠.)


(누가 봐도 패스 두 번에 바르셀로나 박스 근처까지 가게 생겼는데 페란 토레스는 아예 멈춰버렸고 쟤네들은 다 구경만 하고 있습니다. 다른 팀이었으면 기를 쓰고 다 뛰어갔을 겁니다. 억까가 아닙니다.)


(야말 말고 다 기어오고 있습니다. 호키도 공격에서나 적극적으로 오프 더 볼 하지. 수비 관념은 0점입니다.)


(결국 아무도 안 들어왔죠. 안 들어가서 다행이지. 들어갔으면 2대0 경기가 2대3이 돼서 멘탈이 제대로 나가버렸겠죠.)



이긴 건 이긴 거고 합당한 교체들을 하면서 뒤집힌 거나 다름없던 흐름을 극복한 건 칭찬할 일이지만 이런 모습들이 자주 보이는 건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챠비가 필드에서 선수들의 개개인의 능력을 믿고 너무 자유롭게 풀어두는 게 득이 되는 경우보다 실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게 그대로 보입니다.




물론 레반도프스키가 경기에서의 영향력이 거의 없어서 라인을 파줄 애를 하나 더 넣은 것과 어차피 페드리한테 유도를 지시를 안 하니 (아마 챠비가 경기 전부터 지시했을 거라 생각함) 적극적으로 경합을 해줄 미드필드로 바꿔치기한 것과 3 미드필드로 경기를 푸는 게 아닌 더 열린 오픈 게임 양상이 되니 포워드를 늘린 것. 다 좋은 교체였습니다. 더뎌도 너무 더디지만 챠비는 확실히 발전하고 있죠.




허나 엘클 패배 이후로 내적으로는 그렇게 변한 게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시 한번 위기가 왔을 때 바르셀로나가 그것을 극복할 만큼 나아졌냐는 여전히 의문이란 얘기죠.




마지막으로 쿠바르시와 야말을 잠깐 짚고 넘어갈까 하는데요.




쿠바르시는 저번 경기에서 리가 경기에서 담금질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아예 왼쪽 수비수로 쓴 거 보면 제가 느낀 것과 유사하게 챠비가 꽤 괜찮게 본 거 같다고 보이는데 잘했습니다.




물론 에릭 가르시아도 패스 루트 보는 건 사실 시티나 바르셀로나에서도 눈에 띄는 선수였으니 이것만으로 고평가를 할 수는 없습니다만 일단 담금질을 해볼 가치는 있다. 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 듯합니다.


(저번 경기와 난이도 자체가 다른데 이번 경기에서도 주면 안 된다고 확신이 들면 안 줍니다. 이것도 주면 갇힐 게 뻔하니까 안 주죠.)


(요것도 보통의 오른발 잡이 꼬맹이 수비수가 왼쪽에서 뛰었으면 각이 빠르게 좁혀지니 횡으로 돌리거나 백패스 했을 건데 데 용이 빈 걸 보고 그대로 넣어줬죠.)


(오른쪽이 텅 빈 걸 귄도간이 봤습니다.)


(바로 오른쪽으로 내주고 야말까지 빨리 왔죠.)


(주발 의존도가 좀 높은 편이고 드리블 과정에서도 최대한 왼발로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 편이라 엔드 라인을 열어두고 횡으로 들어오는 길을 협력으로 잡아 먹으려고 하고 있죠.)


(골 포스트 맞고 루즈볼이 되긴 했지만 오른발을 썼습니다. 페란을 안 좋아해서가 아니라 야말이 오른발을 써서 상황을 타개했다. 가 바르셀로나한테 더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다시 쿠바르시로 돌아와서 주변에 누가 있는지 봅니다.)


(로카가 튀어나가서 받으면 위험할 것 같으니까 본인이 그냥 포백의 일원에서 아예 나와서 버텨줍니다.)


(그렇게 막아내고 본인은 다시 본인 자리로 돌아가죠. 너무 뻔한 상황이긴 하지만 주눅들지 않고 자신이 해야할 때는 그냥 바로 실행에 옮기는 건 꼬맹이들한테는 긍정적인 겁니다.)



꼬맹이 센터백이기에 체력적으로 사실 꽤 힘들었을 거라 더 빨리 빼주는 게 맞았다고 보는데 챠비 입장에선 더 냅둬도 문제없었을 거라 보고 아마 교체 신호가 오지 않았다면 펠릭스는 다른 선수랑 바꿨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뭐 이제 교체 1경기, 선발 1경기라 설레발 떨고 싶진 않은데 예리한 감각이 있긴 해서 계속 담금질 해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야말은 중간에도 짤로 언급했듯이 오른발 사용 빈도가 성장의 키 중 하나가 될 거라고 봅니다. 전반기에 처음 짚을 때도 오른발이 나가야 할 때 그게 바로바로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는데 상대가 노골적으로 오른발을 쓰게끔 했는데 어느 정도 얻어걸렸다 해도 그걸 이행했다는 건 꽤 유의미한 모습이라고 보구요.




선발로 쓸 게 아니면 교체로는 쓰지 마라라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냈던 건 그의 퀄리티 여부를 논하는 문제보단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이 주변 동료들을 보면서 그에 맞게 플레이 선택지를 가져가기 때문에 짧게는 10분, 길게는 2-30분 안에 경기를 뒤집어라라는 미션을 받고 뛰는 게 적절한 기용 방식은 아니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결국 조금 더 기술적이고 개인의 플레이를 시도할 수밖에 없는데 침착함이 바탕이 되는데 그런 불규칙한 흐름 속에선 해내기 쉽지 않은 게 맞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유자재로 자신의 템포와 리듬으로 가져오는 정도도 아니니까요. 물론 챠비가 이런 침착함이 교체로도 쓰임새가 있을 거라고 본 게 마냥 비판받을 일은 아니라고 보긴 합니다만 (페란, 펠릭스, 하피냐가 다 공통된 문제점들을 갖고 있으니) 선수 본인의 성장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봅니다.




뭐 당연히 표본은 더 쌓여야겠고 3일 간격으로 계속된 선발은 불가능하겠으나 일반적인 마시아 출신 드리블러들과 다르게 매크로적인 요소는 아예 보이지 않기에 오히려 선발로 뛰면서 변하는 흐름 속에서 뛰는 게 제일 적절하다고 봅니다.




처음 봤을 때는 저 역시 챠비처럼 교체로도 쓰임새가 있을 거라고 보긴 했으나 현재 챠비의 교체로 이뤄지는 전술전략이 대부분 경기를 뒤집어라에 가까운데 그걸 얘한테 주입시키는 건 오히려 잘못된 성장 방향성으로 이끌 수도 있다고 보기에 1주일 1경기를 뛰더라도 뛸 때는 무조건 선발이 맞다고 봅니다.




확실한 건 마시아 출신 드리블러라 보기보단 외부에서 온 드리블러 느낌이 나는데 교육 방식이 바뀐 건지 얘만 그런 건지 좀 신기하긴 하네요.




페란 토레스는 오늘 해트트릭도 기록하고 경기를 구했으니 뭐 마냥 까긴 그런데 데 용도 결국 페란이 계속 불평불만하고 빨리 포기하고 멈추고 그러니 나중에는 밀면서 자기 자리로 빨리 가라고 하던데 좀 집중력 있고 끈기있게 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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