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인 평가를 하거나 짚어보는 데 적합한 경기는 아니었다고 보는데 몇 가지를 짚어보고 점검해 보기엔 좋은 경기였다고 봐서 써봅니다. 이미지가 많아서 좀 길 수도 있습니다. 그 부분은 감안하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체력적으로 루턴한테 상대가 안 되는 경기였는데 시즌 흐름을 쭉 따라간 게 아니고 중간중간 영상을 구하지 못한 경기는 건너뛰었고 시티 소식 보는 걸 아예 안 했기 때문에 (경기를 안 보는데 소식을 보는 건 의미가 없으니) 어떤 요소들이 이렇게 만들었는지까진 확언을 못하겠습니다만... (당연히 전 시즌 여파와 현재의 축구가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는 건 있습니다.)
패스 미스가 너무 많고 초장부터 롱패스 날먹으로 잡아보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어설픈 시도들이 많이 보였는데 결국 전반전 막바지에 제대로 당했죠.
어쨌든 어려운 상황에서 이걸 재빠르게 극복하고 승리를 했는데 그걸 펩이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캐치하고 후반전 전술 변형과 선수들의 역할 변경을 줘서 잡아냈다는 거고. 그리고 동시에 코바치치, 그릴리쉬 그리고 포든의 문제점들이 명확하게 보이는 경기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짚으면서 이 선수들 얘기를 동시에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코바치치부터 짚어보면 가변성이 안 좋은 게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습니다. 펩이 경기가 안 풀리는 데도 불구하고 아예 위치 변경을 지시를 안 했는데 유사시에 센터백이 될 수가 없는 선수들이 필드 위에 두 명이나 있으니 괜히 지시했다가 빵꾸나서 털릴 것을 우려한 거겠죠.
결국 후반전에 디아스를 필요시에 올리고 그바르디올을 빼고 아케를 좌측면으로 빼버리고 스톤스를 넣어 오른쪽은 어떻게든 변형을 줄 수 있는 선수 교체를 가져갔지만 코바치치가 있는 왼쪽은 변형을 못 줬죠.
결국 코바치치의 한계는 패스를 어떻게 하고 드리블을 어떻게 하고 이런 것들이 아니라 가변성이 너무 떨어져서 위치가 고정된다는 겁니다. 이러면 얘만 그런 게 아니라 팀 전체가 위치가 고정되니 이 경기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완전히 말려버리는 거죠.
그래서 분명히 가치는 있지만 한계가 뚜렷합니다. 리그야 뭐 만나는 19팀 중 막말로 10개 이상의 팀들은 데 브라이너가 있다면 코바치치가 나오냐 안 나오냐는 그게 승무패를 논할 정도의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이점이 되는 경우들도 있겠지만 타이틀의 향방이 갈리거나 토너먼트 같이 시간 제한이 있는 대회에선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상황이 안 오기를 바라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바르디올한테 만능을 요구하는 것도 코바치치는 물론 아케도 가지고 있는 한계들을 극복하려면 그것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 들어간 것도 일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아케도 분명히 너무 잘해졌고 쓰임새가 확실하고 없으면 티가 확 나는 선수지만 아칸지처럼 본인이 익숙한 쪽에서만 가변성이 있으니 스톤스-로드리가 다 나오는 경기가 아닌 이상 이런 점들이 보일 수밖에 없죠.
다음은 그릴리쉬입니다. 이 경기는 사실상 그릴리쉬가 해결해줬어야 하는 경기였고 펩도 그 의도를 전반전에 대놓고 드러냈습니다.
그럼에도 해결을 못했는데 그릴리쉬의 문제점은 공격 시에 적극성이 떨어지고 뻔한 슈팅 관련 문제점들이 제일 크지만 두 번째는 동료들이 본인이 볼을 잡았을 때 오프 더 볼을 해주지 않으면 동료들을 거의 안 쓰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본인이 과감하게 할 수 있음에도 안 하는 것도 선수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그런 것도 어느 정도 있다고 보구요.
게다가 볼 소유를 잃었을 때 상대가 여기서 바로 나가든 중앙을 거쳐서 나가든 빠르게 나갈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으니 안정적인 선택지를 가져가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예 베르나르도 실바를 계속 횡단시켜서 바로 옆에다 붙였는데 그럼에도 유의미한 장면들을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죠. 만들어도 골까진 가지 못하니 답답한 양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펩이 이 경기에서 가져간 후반전 변형은 베르나르도 실바가 최대한 볼을 많이 잡는다가 아니라 얘를 오프 더 볼 위주로 돌리면서 패스 루트가 되게 만든 겁니다. 이유는 두 가지죠. 그릴리쉬가 해결을 못해서 좌우를 다 써야 하는데 좌우를 다 쓰게 만들어 줄 선수가 필요하고. 더해서 선수들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더 죽어있으니 체력이 되는 애가 움직임으로 조져줘야 한다는 겁니다.
이게 먹혀서 2골을 빠르게 만들어 냈는데 그럼에도 불안한 양상이 계속 간 건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제일 컸다고 봅니다.
이제 포든입니다. 펩 아래에서 이렇게 오래 담금질 당한 꼬맹이가 있나 싶을 정도로 남아있고 중용받고 있는데 저번 글 댓글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패스 타이밍이 빠르고 판단 자체가 옳든 옳지 않든 빨라서 속도를 살려주고 빠른 패스 흐름을 만들어 낸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선수가 맞습니다.
데 브라이너가 빠지면 빠른 패스 흐름이 아예 죽어버리니 그 부분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선수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장점입니다. 헌데 쓸데없는 상황을 너무 많이 만들고 빠른 처리를 하더라도 웬만하면 좌우로 나가게 만들거나 본인이 그런 빠른 패스 흐름을 이끌면서 동료들이 패스를 하는 동안 본인은 좌우로 빠져주는 상황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런 게 너무 부족합니다. 데 브라이너가 양 측면 포워드로 일시적으로 기능하는 것도 이런 게 큽니다.
포든이 지금보다 더 향상되려면 결국 현재의 장점들을 조금 더 살려야 할 텐데 어차피 본인이 볼을 오래 소유하면서 풀어가는 선수는 아니니 빠른 움직임과 패스로 측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성장의 키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좌중우를 다 뛰게 하는 것도 그래서 그런 것 같은데 본인이 이것을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재의 포든은 결국 다른 선수들이 깔아주는 판에서 본인이 원하는 빠른 패스 흐름이 완성될 때 활약상이 보장되는 선수라고 볼 수 있는데요.
펩이 인터뷰를 아리까리하게 하니까 미드필드니 포워드니 얘기들이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그거 이전에 동료들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1-2수 앞을 보면서 본인이 재빠르게 공간을 찾아내고 볼을 전진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건 미드필드냐 포워드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걸 못하면 결국 보조자로 남는 거고 재능의 한계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