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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만체스터 시리 5

by 다스다스 2024. 2. 11.

 


현재 맨체스터 시티의 과감한 전술적 변형의 기반은 그 누구도 아닌 베르나르도 실바임. 유일하게 얘가 없어도 이뤄지는 게 데 브라이너가 일시적으로 양 측면 포워드로 기능하는 시티의 확고한 플랜 A 인데 이것도 귄도간이 빠지면서 위력이 많이 줄어버렸음.




결국 펩이 데 브라이너 없는 동안 베르나르도 실바의 특이한 면모들을 살려서 이거 저거 다 실험해 봤는데 성과를 얻은 게 로드리 프리롤 말고 없음.




그릴리쉬는 아무리 밀어주고 안전한 선택지를 만들어 줘도 동료들이 전방위적으로 그리고 쉴 새 없이 움직임으로 조져주는 게 아니면 뭘 하려 하질 않고.




포든은 상호 작용과 만들어진 패스 흐름을 활용하는 것은 올라왔다 보지만 본인이 어려운 경기에서 공간을 찾아내는 패스 흐름을 이끌어 내지는 못하니 기복의 폭을 좁혀주진 못함. 알바레즈도 막히는 경기에선 본인이 움직임으로 미스를 메우면서 전진을 하거나 볼을 지켜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실책이 되는 빈도 수가 결코 적지 않은 편이고.




마테우스 누네스는 에버튼 전만 놓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모든 경기를 다 봐도 얘가 대체 왜 있는 지도 모르겠고 시티가 후반기에 마주할 대응책이나 상대들에게 뭔가를 보여줄 만한 선수라고 보이지가 않음.




결국 이번 시즌 성공 요소는 데 브라이너 외에 또 다른 확실한 무기를 갖출 수 있냐 (홀란드야 어차피 4-5명과 계속 싸우다가 찰나의 순간을 쓰는 거고) 인데 베르나르도 실바를 완전한 후방 플레이어로서 쓰면 로드리 프리롤을 쓸 순 있지만 반대로 그만큼 베르나르도 실바가 전방에서 행해주는 것은 또 잃는다는 거겠죠.




후반기 뉴캐슬 전은 이런 모습들이 잘 보인 경기임.




베르나르도 실바는 사실 분류하기가 너무 힘든 선수 중 한 명이라고 보는데 포지션이란 개념에서 보면 윙포워드로 나오니까 포워드지만 막상 하는 역할은 윙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앙으로 계속 들어오는 미드필드나 포워드도 아니고 필드 전역에서 동료들이 편하게 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후방 플레이어에 가까움.




뭐 사실 굳이 분류하자면 포워드보단 미드필드에 가까운 선수긴 하겠죠. 사실상 경기 속도와 흐름을 결정짓는 선수 중 한 명이니.




베르나르도 실바가 오른쪽 윙포워드로서 평상시에 해주는 역할은 자신보다 뒷선에 있는 선수들이 최대한 올라갈 수 있도록 볼을 소유해 주고 본인과 동일 선상에 있거나 본인보다 앞에 있는 선수들이 중앙으로 편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러기 위해서 볼을 최대한 소유하면서 시간을 끌거나 상대가 협력 수비를 하게끔 만들어 본인 주변으로 모이거나 박스 안으로 들어가게 만들어 주는 역할. 자연스레 반대편에 공간이 나고 뒤에서 들어오는 선수들과 본인은 루즈볼을 노리기 편해짐. 이게 워커가 할 줄 아는 것도 적고 제한적인 쓰임새를 갖고 있고 억지로 빠른 패스 흐름을 만드는 선수임에도 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임.




문제는 이 모든 것들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임.




경기가 풀리지 않고 상대가 더 많은 인원을 앞선에다 넣어 시티의 공간을 사전에 막고 패스 흐름을 죽이려고 하면 베르나르도 실바는 모든 라인과 간격을 깨고 오른쪽 윙포워드인 척을 하지 않고 완전한 후방 플레이어로 전환해 내려와 버림.




이때 워커는 가능하면 후방에 최대한 관여하지 않고 완전한 오른쪽 윙포워드의 역할을 맡게 되는데 이유야 간단함. 하면 약점이 되니까.




이때 베르나르도 실바는 본인이 볼을 최대한 받아서 양쪽으로 경기를 풀어주기보단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편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최대한 뒤에서만 움직이고 빈 공간을 찾아다니는 거임. 근데 이때 본인을 막지 않거나 볼을 줄 곳을 못 찾으면 볼을 기점으로 상대 선수들이 얼마나 갈라져 있냐를 보고 여기서 속도를 낼지, 더 끌어들일지를 결정하는 것.




이미지들로 보면 이해가 한층 더 쉬울 듯하니 덧붙입니다.


 

(상대가 라인의 유동을 적극적으로 가져가고 압박이 강할 때 베르나르도 실바는 위치를 가리지 않습니다.)

 
 

(코바치치가 순간적으로 자리를 비워버린 와중에 아케와 그바르디올의 간격이 너무 벌어져 있는 걸 본 베르나르도 실바가 그냥 로드리의 짝으로 빠져버립니다.)

 
 

(베르나르도 실바는 이제 일시적으로 완전한 후방 플레이어가 되는 거죠.)

 
 

(로드리는 이제 후방에 웬만한 상황에선 실책을 하지 않고 볼을 잃지 않는 선수가 있으니 마음 놓고 공격에 들어갑니다. 이번 시즌 로드리 프리롤의 기반은 베르나르도 실바가 완전한 후방 플레이어로서 받쳐주냐와 오른쪽 윙어인 척하면서 얼마나 후방에 끼어드냐가 가장 큼.)

 
 

(이렇게 후방에 있을 때도 상대 선수들이 볼 뒤에 많이 빠져있다 싶으면 전개 속도를 늦추지 않죠.)

 
 

(문제는 주발 의존도가 매우 높고 패스 방향이 뻔해서 패스 루트가 막혔을 때 가끔씩 매우 답답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어차피 우측면이 워커고 어거지로 플레이 하는 선수니 더더욱 우측면을 안 쓸 것을 아니까 뉴캐슬 선수들이 대놓고 베르나르도 실바의 왼발 각도만 죽이는데 집중하죠.)

 
 

(똑같이 왼발 패스 각만 가로막고 있죠.)

 
 

(결국 경기를 풀려고 코바치치까지 포함한 3 미드필드 구조를 깨버리고 로드리를 더 전진시켜봤지만 소득이 없었고 그래서 펩이 베르나르도 실바와 데 브라이너를 바꿔버린 거죠.)

 
 
물론 이 경기는 코바치치라는 가변성이 매우 떨어지는 선수가 미드필드의 일원이었고 베르나르도 실바가 완전한 후방 플레이어가 될 때 오른쪽을 맡는 선수가 워커였다는 건 당연히 감안해야겠죠. 게다가 데 브라이너가 없는 상황에서 로드리 프리롤로 짜내기를 들어갔으니 이것이 데 브라이너가 있을 때 어떨지는 까봐야 아는 문제기도 하겠구요.




도쿠를 교체로 오른쪽 측면으로 기용해 본 거나 오스카 밥, 마테우스 누네스 등을 돌려써보는 것도 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는 거라고 보는데 현재 느낌이 팍 오는 게 없는 건 맞습니다.




그릴리쉬를 일시적으로 아예 배제한 건 제가 봤을 땐 펩이 답을 찾아서 그런 거일 수도 있고 (그렇다면 근시일 내에 이 답이 보이겠죠.) 순전히 그릴리쉬의 문제를 본인의 원칙으로서 다룬 걸 수도 있고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전반기에 그릴리쉬의 적극성을 어떤 식으로 끌어올리려 했는데 그게 되지 않아서 펩이 만족스럽지 않았을 거라는 건 확언할 수 있음. 펩 바르셀로나 때 케이타 보면서 패스를 왜 저렇게 안정적으로만 하지? 왜 올라가질 않지? 왜 챠비의 수를 못 읽지? 싶을 때가 많았는데 살다 살다 포워드 보면서 그런 느낌 드는 건 처음이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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