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1차전을 늘 무승부의 가능성을 제일 높게 보고 접근하는 펩답지 않게 생각 이상으로 공격적으로 나왔다고 보는데 가장 큰 이유는 코펜하겐이 덴마크 팀이라 실전 감각의 문제가 있을 거라 봤기 때문일 것 같음.
휴식기 이후에 아틀란틱 컵이라고 포르투갈에 모여서 하는 컵 대회가 있는데 어차피 이건 감각을 끌어올리는 친선 대회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스코어만 찾아보셔도 아시겠지만 다득점 양상이 매우 잦은 대회임) 적극적인 공략을 할 경우 먹혀들 거라고 봤을 확률이 높다고 봤겠죠. 실제로 잘 먹혀들어갔다고 생각하구요.
단순한 제 추측이 아닌 게 워커홀릭인 펩의 성향상 이것을 몰랐을 리도 없고 염두에 두지 않았을 리도 없다 생각하고. 충분한 분석도 들어갔을 거라고 봅니다.
게다가 시티를 처음 만나는 팀들은 보통 홀란드나 데 브라이너에게 들어가는 종 패스나 직선 패스 루트를 의식하는 게 첫째기 때문에 그걸 무조건 의식하고 나온다는 가정 하에 접근한 게 오늘의 큰 의도였다고 봅니다.
결국 핵심은 베르나르도 실바가 왼쪽, 데 브라이너가 오른쪽을 기점으로 둘이 프리롤로 움직이면서 좌우 하프 스페이스를 비롯 빈 공간 쓰기였다고 봅니다.
일단 좌측의 그릴리쉬는 안전한 선택지는 물론이고 주변 동료들이 움직임으로 조져주지 않으면 과감하게 하질 않음.
본인이 먼저 스타트를 끊기보단 동료들이 뭔가를 해줘야 그에 따라 맞춰가고 활용하는 선수라 기본 베이스는 베르나르도 실바가 붙어주되 상황에 따라 위치 변화를 가져가고 아니면 데 브라이너와 같이 움직여 왼쪽을 쓴다는 의도였을 거고.
포든은 중앙보단 측면에서 패스 보는 길이 훨씬 빠르고 좋음. 중앙에선 일단 최대한 본인 주발에 맞춰서 빨리 돌려고 하기 때문에 상대 선수들이 언제 붙고 주변에 얼마나 있냐에 따라 시야 각이 짤리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측면으로 빠졌을 땐 웬만하면 박스를 바라보는 과정에서 왼발을 쓰는데 제한성이 덜하죠.
게다가 데 브라이너나 베르나르도 실바가 옆에 붙어있으면 협력 수비가 본인한테 최우선적으로 향하질 않음.
장면들을 보면서 보태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펩이 한 가지 더 과감한 의도를 드러냈는데 로드리를 살짝 좌측면에 가깝게 빼내서 롱패스를 활용하는 거였습니다.
포든은 그릴리쉬, 도쿠와 다르게 일단 패스나 슈팅으로 빠른 흐름을 만들어버리니 로드리를 왼쪽에서 오른쪽을 바라보게 만들거나 디아스가 올라와서 롱패스를 평소보다 더 많이 시도했죠.
왼쪽으로 빠지는 척하면서 오른쪽으로 롱패스. 아니면 오른발로 빨리 돌려서 롱패스. 포든이 받아서 빠른 패스로 데 브라이너한테 연결. 이런 식으로 말이죠.
결국 이거에 당한 코펜하겐이 후반전엔 다르게 나옵니다.
코펜하겐이 후반전 되자마자 이렇게 대형을 바꿨죠. 포백 대형으로 두 줄 수비를 이루면서 홀란드로 가는 직선 패스 루트는 최대한 최후방 라인 앞에 서는 세 명이 막아주고 볼이 가는 방향에 맞춰서 누군가 나가면 다른 누군가가 메우고 이런 식으로 대응하니 계속 하프 스페이스가 공략 당하니 아예 5백 대형을 처음부터 만들어서 시티의 좌우 공격을 잘 막아낸 거죠.
아무래도 실전 감각이 시티는 물론.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에 나오는 다른 팀들과 비교했을 때는 어느 정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그것을 극복하고자 일부러 거칠게 대응했다고 보구요.
초반부터 어느 선수든 상관 없이 허벅지랑 다리 쪽으로 태클이 거칠게 들어가는 게 불안하다 싶었는데 베르나르도 실바의 부상 기간이 꽤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 변형의 기초는 다른 누구도 아닌 이 선수기에 없으면 완성도는 물론이고 가변성이 확 떨어질 겁니다.
베르나르도 실바 교체 후에는 마테우스 누네스만 봤는데 가장 큰 문제점은 위치를 느리게 잡거나 판단이 늦어서 기복이 매우 심하다는 거겠죠.
아무래도 후방에서 볼을 많이 만지고 평상시에는 느리게 굴러가다가 갑자기 속도가 붙는 시티의 경기 특성상 이런 볼의 속도가 붙는 시점을 알고 오프 더 볼도 같이 그 템포를 따라가야 하는데 일단 그게 아예 안 되는 거 같고.
어느 때는 동료들만 보다가 본인 위치를 재빠르게 인지를 못하고 어느 때는 또 볼만 보다가 그러고. 이러는 게 생각 이상으로 잦은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