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에다드가 아마 오야르사발이 없어서 골키퍼를 향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전방 압박을 과감하게 안 한 거 같은데 오히려 그게 파리 입장에선 이득이었던 거 같고.
엄청 빡세 보였지만 정작 파리 최후방 라인을 대놓고 조지는 느낌의 압박은 적었던 터라 솔직히 무의미한 플랜이었다 생각함. 물론 가면 갈수록 파리한테 체력적으로 밀리는 느낌이 들었던 거 보면 체력적으로 따라주지 않아서 안 한 것도 일부분 있었겠죠.
어차피 중앙을 안 쓰는 파리 특성상 대놓고 중앙을 좁혀버리고 양 측면 전개를 더 유도하면서 단거리 역습으로 잡아먹는 양상을 생각하지 않았나 싶은데 골이 안 나오고 파리가 슬슬 적응하고 후방 선수들이 실책을 덜하기 시작하면서 흐름이 완전히 넘어갔다고 봅니다.
어쨌든 파리는 얻어갈 건 얻어가고 확인할 건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확인하고 소득은 크게는 아니어도 확실하게 얻어가지 않았나 싶음.
확인한 소득들을 살펴보면 일단 첫째.
루쵸의 파리 경기 보면서 계속해서 미드필드들이나 하키미 등의 성장세가 팀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핵심이 될 거라고 얘기했던 건 그들이 단순히 어리고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는 선수들이어서가 아니라 루쵸는 포워드들을 쓰는 방식이나 압박을 행하는 방식이 현 세대 명장들이나 근래 떠오르는 감독들과는 조금 다름.
포워드들에게 매우 적극적이고 무한한 헌신을 요구하지 않고 (바르콜라만 해도 벌써부터 걸어 다님) 최대한 그들의 공간 보장에 힘쓰는 게 루쵸의 전술전략이고 압박을 행하는 것도 몰고, 유도하고, 덮치는 펩으로부터 시작된 압박 방식보단 개인이 얼마나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냐 그리고 얼마나 위험 지점을 덜 내주고 빨리 찾고 자리를 잡냐를 더 우선적으로 보는 감독임.
말 그대로 이건 그 선수가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어느 정도 되냐에 따라 포워드들은 물론이고 뒷선의 수비수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거고 특정 공간에서의 승부보단 필드 전체에서의 승부를 더 우선적으로 본다는 거죠.
결국 평상시 리그앙 경기에선 볼 수 없었던 걸 오늘 볼 수 있었는데 전체적인 대형을 길고 넓게 퍼뜨리고 최후방과 최전방의 벌어진 넓은 간격을 메우는 건 포워드들과 최후방 선수들을 뺀 나머지 선수들의 몫이라는 거임. 에메리를 중용하고 측면-중앙을 테스트하고 선수들의 시야를 보고 상호 작용을 요구하고 등등 이런 것들이 다 이런 루쵸의 전술전략적 성향에서 온 거죠.
여기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한 판단으로 포워드들의 공격을 보조해 주고 최후방 선수들을 지원해 줄 수 있냐가 이들이 얼마나 성장을 했냐 볼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라는 겁니다.
리그앙의 대부분의 경기들은 이걸 볼 수도 없고 제대로 확인할 방법도 없으니 일부러 계속 뭔가 시험하고 난이도를 알아서 높여서 확인하려 했던 거임. 이게 루쵸가 언론들에게 뭔가 껀덕지를 주기 싫어했던 이유 중 하나일 거라고 봅니다. 의도가 들키면 안 되니까.
뭐 벌써 결론을 내기엔 소시에다드가 파리보다 더 먼저 지쳤다는 점에서 90분의 일관성도 확인하기엔 무리가 있고 몇몇 부분들은 여전히 의문이 들겠지만 몇몇 선수들이 성장을 하고 있다는 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둘째는 선수들이 시즌 초반에 비하면 위치 변화로 인한 전술적 변형에 대한 적응은 확실히 많이 올라왔습니다.
전반전 의도는 명확했는데 나머지 미드필드들과 센터백 바로 앞에 시야가 제일 열려있는 파비안 루이즈가 서고 에메리, 하키미가 오른쪽 위주로 움직이면서 뎀벨레를 보조하고 왼발 잡이로서 왼쪽 패싱을 베랄두가 담당하면서 비티냐가 보조하고.
문제는 왼쪽 전개가 베랄두는 미스를 많이 내고 경기 속도를 따라가질 못하고. 비티냐는 왼쪽 시야가 자꾸 짤려서 아예 되지 않으니 볼이 한쪽으로 쏠려버렸죠. 결국 뎀벨레에 의존하는 그림이 많이 나왔음.
드리블이 몇 번 먹혀서 좋아 보였을 수 있지만 사실 뒤로 역주행을 했다가 다시 앞으로 전진하는 드리블은 상대 박스에서 멀면 멀수록 좋지 않은 드리블 중 하나임. 상대에게 그만큼 시간과 공간을 다 주는 거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후반전이 되자마자 파비안 루이즈를 왼쪽으로 옮겨 왼쪽 전개의 가능성을 더 높이면서 좌우 밸런스를 맞추려 하고 비티냐가 넓게 움직이면서 좌우에 끼어들면서 소시에다드의 대응책에 조금 더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었죠. 결국 바르콜라의 골도 이런 세세한 대응으로 이뤄진 셈.
셋째는 뎀벨레와 바르콜라일 텐데 전 뎀벨레 왼쪽 기용은 그의 재능을 위대하게 보던 사람들의 의견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면 필수적인 요소라 봤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 없는데 역시나 가짜 양 발 잡이의 모습이 왼쪽 가면 너무 많이 나옴.
오른쪽에서도 물론 공간이 얼마나 열리고 상대 선수들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때로는 막히면서 정발 윙어처럼 되고 중앙으로도 자주 들어오고 하는 기복이 있지만 왼쪽으로 가면 동료들을 부분적으로밖에 못 쓰는 단점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엔드 라인을 안 쓰니 뎀벨레의 양 발의 잠재력을 스스로 지워버리죠.
오늘 경기는 많은 책임을 떠안고 많이 해결해 줬다고 보지만 사실 소시에다드가 그렇게 치밀하고 현명한 대응책을 가져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여전히 좀 어느 정도 기계적이고 강한 팀이나 수비 스킬이 뛰어난 선수들이 어느 정도 있는 팀을 만나봐야 뎀벨레가 과연 음바페 다음으로서 꾸준히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느냐를 볼 수 있다고 봅니다.
바르콜라는 자신감도 많이 올라왔고 나쁘지 않다고 보긴 하는데 지금 플레이의 기반은 음바페의 존재로 인해 생기는 공간을 속도로 활용하는 것 이상의 모습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보는 편이긴 합니다. 볼을 발에 붙이려 하기보단 그냥 아예 확 떼버려서 속도 싸움을 하는 건데 사실 음바페가 중앙에 없으면 이건 못합니다.
음바페의 거취가 다음 시즌 거의 전부나 다름 없는 요소가 된 이상 이번 시즌 남은 기간 동안 더 다양성 있는 모습을 갖추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